공영방송 EBS의 이춘호 이사장이 수년간 친여 성향의 정치활동을 해온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EBS노동조합(위원장 한송희)은 “이 이사장이 EBS의 명예를 손상시켰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EBS노조는 19일 성명을 내고 “엄정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공영방송의 이사장이 한 여성단체를 통해 수년간 친여 성향의 정치활동을 펼쳐 온 사실이 드러났다”며 “더구나 2012년 대선 과정에서는 EBS 이사장직을 맡고 있으면서도 여당 후보를 노골적으로 편드는 부적절한 정치 행위까지 벌였다”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실이 18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춘호 이사장은 EBS 이사장직을 맡고 있던 지난 2011년부터 친여성향의 한 여성단체 공동대표를 맡으며 정치활동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마중물여성연대’라는 여성단체인데,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대한민국 첫 여성 대통령의 탄생을 고대한다”며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지지 선언에 동참했다. 이 단체는 또 창립 이후 주로 강연을 듣는 포럼을 개최해왔는데 13번 중 8번이 새누리당 소속 주요 정치인이었고, 김문수, 정몽준 등 2012년 당시 새누리당 대선 예비후보들을 초청해 강연을 열었다.
최민희 의원실은 “엄정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공영방송이자 교육방송의 이사장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단체로서, 노골적으로 한쪽 후보를 편드는 부적절한 행위를 한 셈”이라며 “진작 물러났어야 할 이 이사장은 편향된 정치활동으로 EBS 이사장 자리를 더럽힌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BS노조는 “공영방송은 정치적 중립을 생명으로 여긴다”며 “한국교육방송공사법 복무규정 10조에는 ‘직원은 정치활동에 참여하거나 정치단체의 구성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물며 일개 직원에게도 정치적 중립을 지킬 것을 요구하는데 이사장이 나서서 정권에 아부하는 단체의 대표를 맡아 EBS의 명예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이사장의 ‘자격 논란’은 이미 수차례 제기돼 왔다. 감사원은 지난 4월 이 이사장이 지난 2009년 11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전속기사가 배정된 업무용 차량을 업무와 무관한 호텔이나 공항 등 사적인 용도로 사용해왔다며 1억1200만원을 유용했다고 지적했다. 이후 실제 유용 금액은 8300만원으로, EBS가 감사원에 제출한 자료에 착오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BS노조는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이 이사장이 이 내용을 빌미로 사장에게 사과를 요구했다는 것”이라며 “이 이사장은 체면도 없고, 자존심도 없는가. 8300만원은 사적으로 써도 되는 돈인가. 자료를 잘못 제출한 관련 직원은 줄줄이 징계하면서 공금 유용한 이사장은 죄 없다 손 씻는 셈인가”라고 반문했다.
EBS노조는 “EBS는 공영방송이며 정치적 중립이 생명”이라며 “이춘호 이사장은 더 이상 EBS의 명예에 먹칠하지 말고 이사장직에서 물러나라. 정치를 하려면 정치만 하라. EBS를 떠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 이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 여사와 오랜 친구 사이로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여성부 장관에 내정됐다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낙마한 바 있다. 2008년 이후부터는 KBS 이사, KT 사외이사, EBS 이사장직을 맡아오며 각종 혜택을 누렸고, EBS이사장으로서 이사회를 무력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