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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도로 청영방송' 전락하나

대통령 주재 규제개혁회의 생중계
대통령 발언 메인뉴스 단골 등장

김고은 기자  2014.09.17 13:5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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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환영 전 사장 퇴진을 계기로 공영방송의 위상을 찾겠다던 KBS가 ‘도로 청영방송’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안팎의 반발에도 박근혜 대통령 주재 규제개혁 장관회의를 생중계한 데 이어 메인뉴스에서 박 대통령 보도가 부쩍 늘어나면서다. 대표적 뉴라이트 역사학자인 이인호 KBS 이사장의 프로그램 및 보도 개입 우려도 나온다. 


KBS는 1차 회의에 이어 지난 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규제개혁 장관회의 겸 민관 합동 규제개혁 점검회’를 70분간 생중계했다. 또 앞서 지난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명동 미사를 중계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화면에 내보내기 위해 동분서주한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당시 권순우 편성본부장은 미사가 시작된 지 20여 분간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히지 않자 현장에 있던 PD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대통령이 한 컷도 안 나오는데 왜 안 잡냐,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9시 뉴스에서도 이상징후가 포착된다. 우선 8월 한 달간 대통령 뉴스가 이전 한 달간에 비해 반 이상 늘었다. 특히 지난 8월5일부터 9일11일까지는 거의 이틀에 한번 꼴로 대통령 뉴스가 보도됐고 9월1일부터는 닷새 연속으로 대통령 발언이 주요 뉴스로 다뤄졌다. 더 큰 문제는 보도의 경향성이다. 이 기간 보도된 17건의 대통령 뉴스 중 12건이 대통령 발언을 단순 전달한 경우였다. 윤 일병 사건과 관련해 “전인적 인간 교육이 군 가혹행위 해법”(8월6일)이라는 발언이나 “안전사고 법적 책임 획기적 강화해야”(8월26일) 한다는 리포트 등은 알맹이 없는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전달하는 수준에 그쳤다. “유병언 못 잡는 건 말이 안 돼”라는 대통령 발언을 단신으로 처리(6월10일)했던 것과는 달라진 분위기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는 “대통령의 발언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채 메인뉴스를 통해 비중 있게 다루는 관행이 바뀌지 않는다면 KBS가 정권의 방송이라는 오명을 벗는 길은 요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KBS측은 “노조의 일방적 주장에 대해 일일이 반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이인호 이사장의 편향적인 역사관이 KBS 보도와 프로그램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도 우려된다. 이인호 이사장은 그동안 역사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편향된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왔다. 지난 2008년 9월 동아일보에 쓴 칼럼에선 이승만 전 대통령을 다룬 KBS 역사다큐 프로그램 ‘한국사傳’에 대해 “의도적으로 왜곡된 또는 무의식적으로 편향된 견해가 엄격한 학술적 검증의 여과 없이 공영방송이라는 막강한 매체를 타고 온 나라에 방영되는 일을 방치할 수는 없다”고 격앙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인호 이사장 임명 이후 ‘제2의 이승만, 박정희 찬양 프로그램이나 보도가 나올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한 이유다. KBS는 앞서 길환영 전 사장 시절 방송된 ‘다큐극장’이 유신 미화 논란 등에 휩싸이며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KBS의 한 PD는 “박근혜 정부, 이인호 이사장과의 ‘역사전쟁’을 각오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