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YTN 노조 총파업 직전 경찰에 체포됐던 노종면 전 노조위원장 등 YTN 기자 4명이 불법체포 및 YTN 불법사찰과 관련해 국가와 원충연 전 국무총리실 소속 공직윤리지원관실 조사관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이 기각됐다. 법원은 경찰이 YTN 기자들을 체포하는데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과 협의한 사실이 있다면서도 그 권한이 인정된다며 사실상 사찰을 정당화했다.
서울중앙지법 제35민사부(부장판사 이성구)는 5일 2009년 YTN 사태와 관련해 노종면, 현덕수, 조승호, 임장혁 YTN 기자에 대한 경찰의 체포영장은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과의 협의 등을 거쳐 신청한 것은 맞지만 위법하지 않고, 담당 수사관의 권한 남용 등으로 인한 불법체포로 보이지 않는다며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앞서 2009년 3월 22일 경찰은 YTN노조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이들 4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당시 경찰은 같은해 1월 사측이 고소한 19명을 조사하던 중 이들 4명에 대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통보했고, 이들은 담당 형사와 일정을 조율해 3월 26일 출석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경찰은 ‘소환 불응’을 이유로 밝혔지만, 경찰 조사에 충분히 협조했음에도 긴급체포돼 그 배경에 권력기관이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2008년 9월부터 YTN노조를 광범위하게 사찰, 보고한 정황이 드러났고 노종면 전 위원장 등 4명의 기자는 YTN 해직사태 1500일이던 지난 2012년 11월 13일 국가와 원충연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조사관을 상대로 국가기관의 권력 남용에 의한 경제적ㆍ사회적ㆍ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며 노종면 기자는 각 1억, 나머지 3명은 각 5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파업 가담 저지가 체포의 유일한 목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체포 요건을 어느 정도 충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를 포함해 노조원들이 장기간에 걸쳐 구본홍 전 사장 등 YTN 임직원들의 업무를 지속적으로 방해했고, (정치권력으로부터)언론의 자유를 지킨다는 이유라 해도 범죄사실(업무방해혐의)이 가볍지 않다”며 “3차례에 걸쳐 조사가 이뤄졌지만 추가조사를 위한 출석요구나 체포가 불필요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보도의 정치적 독립을 위해 ‘낙하산 사장 반대’를 외친 언론 자유보다 업무방해 혐의를 더 무겁게 본 것이다.
이어 “총파업 당일 출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던 상황이었고, 노조 파업이 체포와 관계없이 진행된 점 등을 종합해 파업 가담 저지를 주목적으로 체포영장을 신청하는 등 수사관이 권한을 남용했다거나 체포영장 신청이 현저히 타당성을 잃은 것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당시 4명의 체포에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개입한 사실은 인정했다. 원충연 전 조사관이 2008년 7월~10월경 작성한 수첩에 노종면, 현덕수 등 노조지부장의 이름과 징계를 받은 노조원 수, 징계수위 등이 기재돼 있고, 2009년 9월 3일 무렵 작성한 ‘YTN 최근 동향 및 경영진 인사 관련 보고서’에 YTN 신임 대표이사 추천 및 원고들의 1심 판결에 대한 항소 건의 내용, 당시 김기용 남대문경찰서장의 증언 및 정유신 기자와의 대화 등을 통해 다른 국가기관과 협의를 거쳐 체포영장을 신청한 내용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정한 ‘권한’을 갖고 있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YTN 사태 동향을 파악하고 경찰에 체포 의견을 제시한 것이 직무와 관련돼 있다며 ‘사찰’을 정당화한 것이다. 재판부는 “국무총리실은 총리의 직무를 보좌하고, 중앙행정기관의 지휘 감독, 주요 정책의 조정, 사회위협ㆍ갈등ㆍ현안과제의 관리 등 총리가 특별히 지시하는 사항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도록 돼 있다”며 “YTN 사태에 관한 동향파악 및 원고들의 체포여부에 관한 의견 제시는 이 같은 사무와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선고 직후 임장혁 YTN 기자(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장)는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과 경찰이 협의한 사실을 인정한다면서 그러한 권한이 있다고 하는 것은 정권 차원의 불법(사찰)을 용인한다는 것”이라며 “여러모로 이해할 수 없다. 불법사찰에 대한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경찰에 기자들의 체포를 지시하고 압력을 가한 것 자체가 정치적 목적으로 부당하다고 소송을 제기한 것인데 권한이 있다면 압력을 행사해도 된다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당시 노조 편집부장으로 경찰 담당 수사관과 출석 일정을 조율했던 정유신 YTN 해직기자는 “경찰이 파업을 이유로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통신사실을 조회한 사실자료가 있고, 김기용 전 남대문경찰서장이 재직 당시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 2명이 찾아와 YTN 사태에 우려를 표했다고 증언하는 등 재판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사찰 관련 새로운 사실과 증거가 많이 나왔음에도 인정받지 못했다”며 “하지만 2009년 체포 당시에는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했는데 1심에서 이를 인정했다. 재판을 하지 않았으면 이 같은 사실 조차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항소 여부는 추후 변호사와 상의해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YTN은 언론사 중 가장 많은 사찰 문건이 드러나며 논란이 됐다. 지난 2012년 3월 30일에는 KBS새노조의 ‘리셋 KBS 뉴스9’팀이 총리실 사찰 문건을 보도하며 불법사찰이 드러났다. 공개된 문건에는 언론사 사찰이 담긴 ‘KBSㆍMBCㆍYTN 임원진 교체 방향’과 ‘YTN 최근 동향 및 경영진 인사 관련 보고’ 내용이 있었고, YTN 경영진 인사와 관련해 당시 배석규 사장 직무대행에 대해 ‘현 정부에 대한 충성심과 YTN 개혁에 몸 바칠 각오가 돋보임’, '취임 1개월만에 좌편향 방송 시정', ‘사장으로 임명해 힘을 실어줄 필요’ 등이 적혀 있었다.
2013년 2월 19일 국가인권위원회가 공개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불법사찰 관련 권고 결정문’ 자료에는 원 전 조사관이 “YTN이 불법파업을 하고 있는데 남대문경찰서가 제대로 대처를 하고 있는지 경영진이 파업에 제대로 대응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동향보고 수준에서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당시 YTN 사장이 직무대리라 책임 권한이 없어 분규가 타결되지 않아 직무대행체제를 종식시키고 배석규를 사장으로 임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조치 의견을 썼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