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이인호 KBS 이사장 선출…"KBS 장악 신호탄"

야당측 이사 4명 이사회 참석 거부…언론·시민단체, 이인호 사퇴 촉구

김고은 기자  2014.09.05 11:31:31

기사프린트

KBS 이사회가 5일 오전 10시 긴급 이사회를 열고 뉴라이트 출신 역사학자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를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이인호 교수의 이사장 내정에 대한 정치권과 언론, 역사학계 등의 거센 비판 여론과 야당 이사들의 ‘보이콧’에도 불구하고 여당 이사 6인이 사실상 ‘추대’ 형식으로 밀어붙인 결과다.

 

KBS 이사회는 지난 2일 박근혜 대통령이 이인호 이사를 임명하자마자 이사장 호선을 단독 안건으로 5일 긴급 이사회를 소집했다. 이미 내정설이 파다했던 이인호 씨의 이사장 선임을 위한 형식적인 절차였다. 앞서 이인호 교수의 임명 과정 자체도 전례 없이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길영 전 이사장이 공식적으로 사퇴한 다음날 보궐이사로 이인호 교수를 추천했고, 나흘 뒤 야당 위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3대0으로 의결을 강행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튿날 이인호 이사를 임명했다.

 

KBS 양대 노조는 이인호 이사장을 ‘낙하산’으로, 불과 열흘 만에 이뤄진 이사장 교체 작업을 “박근혜 정권의 KBS 장악 음모 신호탄”으로 규정하고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는 5일 이사회장 주변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며 “내년 9월 KBS이사회 재구성, 11월 KBS 사장 선출 그리고 이어지는 20대 총선까지 이인호 이사를 통해 KBS 장악의 디딤돌로 삼으려는 추악한 시나리오를 당장 집어치우라”고 성토했다.

 

KBS 이사회 김주언·이규환·조준상·최영묵 등 야당 측 소수 이사 4인도 이날 오전 9시 여의도 KBS 본관 1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인호 씨는 공영방송 KBS 이사장으로 부적합한 인물”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야당 이사들은 이인호 씨의 이사장 선임을 “호선을 빙자한 추대놀음”이라고 비판하며 이날 이사회 참석을 거부했다.

 

전국언론노조,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언론·시민단체들도 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낙하산’, ‘제2의 문창극’ 이인호는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박 대통령이 평생 그랬던 것처럼 이 씨 역시 조부의 친일행각을 옹호하고 정당화하기 위해 역사를 친일사관으로 다시 쓰는 일에 일생을 바쳐왔다”면서 “이인호 씨는 ‘박근혜의 아바타’”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이명박 정권보다 더 노골적으로 공영방송에 개입해왔다. 그러나 국민을 상대로 한 눈속임은 오래 가지 못했다. 이미 길환영 사태를 통해 박근혜 정권의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났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길환영 사태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앞으로 남은 것은 불행뿐”이라고 경고했다.

 

정치권과 역사학계의 비판 여론도 거세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 30명과 역사단체 등은 앞서 지난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인호씨는 대표적인 친일 뉴라이트 인사로 공영방송 이사장으로 부적합한 인물”이라며 내정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가 친일독재를 미화하는 인사들을 중용하면서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한편 이인호 신임 KBS 이사장은 서울대에서 오랫동안 러시아사를 가르친 원로 역사학자로, 한국 최초의 여성 대사(핀란드), 러시아 대사, KBS 이사 등을 지내고 현재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으로 있다. 뉴라이트 교과서포럼의 인사들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한국현대사학회 고문을 맡아 박효종 현 방송통신심의위원장 등과 함께 식민지근대화론에 입각한 뉴라이트 역사 교과서 발간을 주도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