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4월의 봄을 떠올려본다. 그때, 대한민국은 한 마음이었다. 300여명의 승객이 탄 배가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 광경을 지켜보며 5000만 국민이 함께 울었고 한 명이라도 빨리 살려내라고 가슴을 쳤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는 달라져야 한다”며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 다짐의 유효기간은 얼마짜리였을까. 이제 넉 달 반이 지났다. 자식과 가족을 잃은 슬픔에 유효기간이 있을 리 만무한데, “그만하면 됐다”며 눈물을 거두고 일상으로 돌아갈 것을 재촉한다. 세월호 희생자의 안타까운 사연들로 지면과 뉴스를 채우며 적폐를 일소하고 국가를 개조하자던 언론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세월호는 이제 그만 잊고 미래로 나아가자고 앞장서서 떠든다.
그래도 유가족들이 “가만히 있지” 않자 국민과 유가족을 가르고, 나아가 그들을 고립시키기 시작했다. 유가족들이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안에 대해 두 번째 철퇴를 놓은 뒤, 이 같은 ‘작전’은 본격화 됐다. 세월호 참사 직후 비등했던 정부책임론이 야당과 엉뚱하게도 유가족 책임론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최근 잇따라 터져 나온 ‘유민아빠’ 김영오 씨 관련 루머와 개인 신상 털기, 정치공세 식 보도들이 단적인 사례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자사 소유의 종합편성채널과 ‘협공’ 작전으로 김 씨에게 ‘매정한 아빠’, ‘금속노조 조합원’ 이미지를 덧씌워 여론의 심판대에 올려놓았고 지상파 중에선 MBC가 보조를 맞췄다.
조선은 특히 지난달 27일 프리미엄 기사에서 단식 농성 중 실신한 김 씨가 농성장에서 약 850m 떨어진 강북삼성병원 대신 4.8km나 떨어진 시립동부병원으로 간 것을 두고 “노조와 거리를 두고 있는 삼성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치료받는 걸 원치 않았다”며 사실과 다른 주장을 보도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29일 1면 머리기사에서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를 겨냥, “세월호를 구실로 다시 한 번 반(反)정부 투쟁의 불길을 지펴보겠다는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설에서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야권의 ‘세월호 투쟁’에 대한 국민의 반응은 차갑다”며 “지금 야당과 유가족, 그리고 이들을 부추기는 대책회의는 국민의 뜻과는 정반대의 길로 달려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KBS 여론조사에 따르면 세월호 특별법 재합의안에 대해 ‘다시 협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53.7%로 과반을 차지했다.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하는 방안에 대해 동의한다는 응답도 58.3%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 38.6%보다 우세했다. 대통령이 유가족을 만나야 한다는 응답도 60.6%나 됐다. ‘민심’을 잘못 읽고 있는 것은 언론이다. 국민통합과 화합 대신 여론을 왜곡해 분열을 조장하는 ‘적폐’를 해소하지 않는 이상, 언론은 ‘기레기’에서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