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11일 의원총회를 열고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재협상을 추진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7일 박영선 원내대표가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합의한 특별법에 대해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물론 당내의 비판 여론 또한 거셌기 때문이다.
보수 성향의 신문들은 새정치연합의 ‘재협상’ 결정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동아일보는 지난 12일 사설에서 “의회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린 것이자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판하며 “국회 운영의 책임을 위임받은 여야 교섭단체 대표 간의 합의가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멋대로 무효화한다면 새정치연합은 무엇 하러 원내대표를 두었는가”라고 꼬집었다.
중앙일보도 14일 ‘야당은 7·30 민심 벌써 잊었나’란 제하의 사설에서 “7·30 민심은 세월호를 합리적으로 마무리하고 경제 살리기와 국가개조에 매진하라는 뜻”이라며 “합리적인 합의를 뒤엎는 ‘재협상 투쟁’이 과거 선거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야당은 기억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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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8월 12일자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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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신문을 세월호 특별법 재협상을 요구하는 정치권 안팎의 목소리를 ‘선동꾼’으로 몰아붙였다. 동아는 “백낙청 함세웅 씨 등 이른바 야권 원로들과 소설가 공지영, 조국 서울대 교수 같은 명망가들은 외부에서 합의 파기를 압박했다.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박석운 씨를 비롯해 2008년 광우병 사태 같은 민감한 정국 현안 때마다 단골 시위꾼으로 얼굴을 드러내던 사람들도 작정한 듯 세월호 유가족들 옆에서 강경 대응을 주도하고 있다”면서 “이들에게 끌려간다면 대화와 타협이 본질인 정치는 존재할 곳이 없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도 12일 5면 머리기사 ‘당내 반발·場外훈수꾼 압력에 합의 내던진 野’에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함세웅 신부, 조국 서울대 교수, 작가 공지영 씨 등을 ‘빅 마우스’로 명명하며, 이들이 박영선 원내대표에게 세월호 특별법 합의를 파기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엔 세월호 유족 옆에 나타난 광우병 선동 세력들’이란 제목의 사설에서도 “‘세월호 국민대책회의’라는 단체는 특별법 합의 당일인 8일 재협상을 요구하는 회견을 한 데 이어 9일과 10일에는 촛불시위를 열어 야당을 압박했다”면서 “이 단체에는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와 2013년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 촛불시위를 주도했던 단체와 사람들이 거의 그대로 참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역시 14일 사설에서 “(세월호 특별법 합의가) 당내 강경파와 ‘외부 개입세력’에 의해 산산이 부서졌다”면서 “‘원탁회의’로 불리는 원로들과 운동가를 포함한 외부세력의 압력은 당내 강경파를 밀고 박영선 원내대표를 포함한 ‘합의 수용파’를 코너로 몰았다”고 밝혔다.
조·중·동이 이처럼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야당의 재협상 요구를 맹비난하고 있지만, 불과 반년 전에는 여야 합의 파기와 재협상을 종용하는 등 전혀 다른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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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2월27일 6면 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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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여야는 종합편성채널 등 민간방송사까지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 설치 의무화를 포함한 방송법 개정안 처리에 합의했다. 여야 원내대표가 방송법 개정안을 비롯한 법안 처리에 합의했고,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여야 간사가 이를 다시 확인했다.
그러나 종편을 소유한 조·중·동과 매일경제는 신문 지면을 이용해 방송법 개정안을 ‘악법’,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공세를 퍼부었고, 급기야 여야 합의는 원점으로 되돌려졌다. 당시 새누리당이 먼저 백기를 들고 야당과의 합의를 파기했고, 새정치연합도 이를 수용하며 기존보다 후퇴한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지난 4월 국회에서 처리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2월27일 6면 기사에서 한선교 당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장과 조해진 새누리당 미방위 간사, 유승희 새정치연합 미방위 간사,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상민 새정치연합 의원 등 4인방을 “방송법 개악 주역”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도 지난 2월28일 사설에서 방송법 개정안을 “방송의 자율권을 구속하고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악법”이라고 비판하며 “이런 악법이 탄생해서는 안 된다”며 여야가 합의한 방송법 개정안의 파기를 주장했다.
그리고 지난 4월30일, 이들 신문이 요구한대로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설치 의무화 조항을 뺀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더는 아무 말도 없었다. 지난 12일자 동아일보 사설에 나온 표현대로 “의회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린 것이자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임에도 말이다. 여야 ‘합의 파기’에 대한 이중 잣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