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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자 돼 달라 말하기도 민망…왜 기자 됐는지 곱씹어야"

[특별 좌담]밖에서 본 기자, 기자사회

강아영 기자  2014.08.13 14: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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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3층 한국기자협회에서 ‘밖에서 본 기자, 기자사회’를 주제로 특별좌담회가 열렸다. 토론자들이 기자와 기자사회에 대한 생각, 바라는 점 등과 관련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기자의 위상이 점점 낮아지는 요즘이지만 기자들은 오늘도 취재현장에 있다. 격무와 열악한 처우에도 묵묵히 본분을 다하는 기자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기자, 기자사회에 대한 일반의 인식은 점점 부정적으로 흐르고 미디어에 대한 불신은 커져가고 있다. 본보는 바깥에서 기자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기자들에게 주문하고 싶은 요구와 소망, 나아가 미디어와 기자사회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등을 들어보기 위해 지난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3층 한국기자협회에서 특별좌담회를 열었다. ‘밖에서 본 기자, 기자사회’를 주제로 열린 이번 좌담회에는 권오은 경희대 대학주보 편집장, 유춘식 외신기자클럽회장, 이대현 국무총리실 공보비서관(전 한국일보 논설위원), 이진순 희망제작소 부소장, 황용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장이 참석했다.


사회=세월호 참사에서 언론은 거듭된 오보와 무리한 취재로 국민들에게 많은 실망감을 안겼다. ‘기레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자들에 대한 불신이 큰데 왜 그렇다고 보는가.

이대현 국무총리실 공보비서관=외부에서 세월호 보도를 보며 느낀 점 중 하나가 언론사들이 지나친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디어 매체가 많아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정확한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고 보도를 하는 탓에 오보가 잦았다. 게다가 인터넷이나 종합편성채널(종편)이 세월호 참사를 거의 24시간 생중계하면서 선정적인 뉴스들이 지속적으로 보도됐고 그로 인해 국민들이 많은 피로감을 느꼈다.

이진순 희망제작소 부소장=세월호 참사와 동시에 언론참사가 드러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관행적으로 유지돼 왔던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졌다. 언론인이 지켜야 할 도덕적 원칙이나 규칙이 재난현장에서 전혀 보이지 않았고 24시간 생중계함으로써 재난 현장을 상업화했다. 더 중요한 것은 보도의 양도 양이지만 프레임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국민적 관심이 어쩌다 유대균이 뭘 먹었는지까지 이르게 됐는지 황당할 뿐이다.

황용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장=
세월호 참사로 한국 사회의 부실이 총체적으로 드러났는데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이 왜 지켜지지 않았는지도 구조적으로 밝힐 시점이 된 것 같다. 부족한 데스킹 시간, 종편의 등장으로 인한 24시간 경쟁체제, 의견 중심 기사 등 언론의 문제점이 다양하게 드러났다. 이를 본질적으로 혁신하지 않으면 온라인 네트워크 사회에서 언론은 점점 약화될 수밖에 없다.

유춘식 외신기자클럽회장=우리나라 언론 문화가 거듭된 오보에 대해 특별히 관대한 것이 문제다. 오보 때문에 기자가 해고당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외신은 오보나 무리한 취재에 대한 금지 규정이 있다. 만약 오보를 하면 경중을 가리지 않고 해고를 감수해야 할 정도이다.

보이는 현상만 보도…깊이 떨어져
기사 같지 않은 기사 확대·재생산


   
 
  ▲ 권오은 경희대 대학주보 편집장  
 
권오은 경희대 대학주보 편집장=
미디어와 언론 환경이 변하면서 질이 떨어진 기사들이 온라인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된다. SNS에서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어뷰징이 되며 매스미디어가 그에 편승한다. 질이 좋지 않은 기사가 좋은 기사보다 더 부풀려지는 행태가 계속되면서 기자들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 같다.

사회=기자의 직업적 가치가 땅에 떨어지고 언론은 불신을 받고 있다.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까.

황용석=기자는 업무의 자율성, 전문지식, 높은 사회적 책임감 등 큰 틀에서 전문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요즘 기자 개인과 회사의 이익을 동화시켜 나가면서 직업인화 되어가고 있다. 스스로 직업인이 되어 내적 비판을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기자협회가 책임감을 갖고 기자들의 정체성 세우기 작업을 진행하는 등 직업사회학적 위기를 살펴야 한다.

한국 언론, 오보에 특별히 관대
뉴스룸 토론문화 아직 남아 있는지 의문


유춘식=기자가 취재해오면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방향으로 결론을 지을 것인가에 대해 데스크가 제시한다. 그 때 기자가 생각이 다르다며 공개적이고 명확하게 자기 의견을 내고 끝까지 토론할 수 있는 문화가 과연 우리나라 뉴스룸에 있는지 의문이다. 그런 토론 과정이 독립성의 요인인데 요즘 기자가 직장인화 되면서 많이 없어졌다고 들었다. 더불어 온라인 환경이 변화하면서 SNS 등 온라인 여론이 기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됐다. 기사화 여부를 독자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온라인 흐름에 의해 결정한다면 기사 판단 여부의 자존성을 버리는 일일 것이다.

이진순=환경만 탓할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나름대로 언론의 브랜드나 기자 개개인의 가치를 높이는 길로 가야 한다. 다매체 환경이 질적 하향평준화를 이루고 인터넷 매체가 언론 참사의 주된 요인 중의 하나로 지목되지만 결국 너도 나도 자극적이면 독자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선정적인 기사를 필터링할 수 있을 정도로 독자의 안목이 높아지면 독자가 공신력 있는 기자를 따라갈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질 수 있다.

   
 
  ▲ 이대현 국무총리실 공보비서관  
 
이대현=언론사가 온라인 유료화를 통해 자기만의 뉴스를 생산하는 추세로 돌아서고 있다. 다매체 다채널 환경에서 자기의 색깔을 지키고 기사의 가치나 품질을 독자에게 알리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는 언론사의 품격을 지키면서 생존할 수 있는 희망이 보인다.

사회=기자들이 사실을 정확하게 취재하고 공직자나 기업의 활동을 비판적으로 감시하는 등 취재 보도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보는가.

팩트 보다는 지나치게 의견 중심적
짜깁기·베끼기 만연 …취재보도 원칙 사라져


황용석=며칠 전 카페에서 온라인 매체 기자를 본 적이 있다. 두 시간 동안 전화 한 통 안 하면서 계속 기사를 송고하더라. 요즘 기자들은 다른 기사를 베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심지어 취재원까지 베낀다. 직접 취재와 간접 취재가 사라지고 일종의 짜깁기를 통해 똑같은 기사가 생산된다.

권오은=취재 보도 원칙 자체가 있는지 궁금하다. 며칠 전 슈퍼 부자 순위 공개 기사를 봤다. 1조원 이상 재산 보유자의 70%가 상속자고 나머지는 자수성가라고 하는데 그들이 제대로 상속세를 냈는지, 상속 과정이 투명했는지 비판적인 보도가 나올 수 있었음에도 그런 기사는 없더라. 공직자 보도에서도 언론은 네거티브 방식으로 일관했다. 대표적인 예로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 보도를 들 수 있다. 총리 지명자에게 수많은 것이 궁금했는데 교회 강연으로 시작하고 끝났다. 책임총리제에 적합한 인물이었는지 등 다각도로 바라볼 수 있었음에도 언론이 편한 방식으로 소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공직후보자 검증 대부분 네거티브 일변도
언론인 복지, 언론단체들 적극 나서야


이대현=인사 검증 보도를 보면 네거티브 일변도다. 언론이 공직 후보자의 자격 유무를 판단할 수는 있지만 ‘이 사람은 안돼’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놓고 후보자를 규정해버리는 극단적인 보도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 기자들이 자기가 쓰는 기사의 무게를 무겁게 받아들였으면 한다.

유춘식=사실보도보다는 진실과 양심보도가 우선돼야 한다. 사실은 무한대의 양을 갖고 있고 시차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어떤 사실을 선택해서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래서 꼭 첨부되고 전제돼야 하는 것이 기자의 양심과 진실이다. 공직자나 기업의 활동을 비판적으로 감시하는 것은 좋지만 결론이 먼저 내려지면 상대 세력에 대한 제거나 악영향을 미치는 데 있어 기자들이 동원되는 사례가 빈번할 수 있다.

사회=기자들이 정부가 제공하는 보도자료를 단순히 재정리하는 발표 저널리즘에 의존한다는 지적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이대현=보도자료에 의존을 많이 한다고 나쁜 기자는 아니다. 보도자료를 따르는 건 일정 부분 불가피하다. 기사를 많이 써야 하는 데서 오는 타협일 수도 있고 가끔 보도자료가 기사보다 완벽한 것도 있다. 다만 보도자료는 참고 자료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요즘 사실 확인을 통해 보충 취재를 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 유춘식 외신기자클럽회장  
 
유춘식=보도자료를 그대로 받아쓰는 경우는 3가지가 있는 것 같다. 검증을 해봤더니 확실해서 받아쓴 경우와 시간이 없어서 그대로 쓴 경우, 명백히 의심이 되는데 편익을 감안해 그냥 넘어가는 경우다. 명약관화한 보도자료를 받아쓰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 말이 안 되고 의심이 가는 데도 그대로 쓴다면 문제가 생긴다.

황용석=실제와는 다른 보도자료를 기자들이 그대로 인용하는 데서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보도자료는 정보를 제공하는 자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글임에도 기계적으로 받아쓰고 제목까지 베낀다. 보도자료가 지나치게 길면 담당자에게 전화해 정확한 핵심이 뭔지 요약해서 보내달라는 기자도 상당히 많다고 들었다.

사회=최근 출입처 제도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기자단과 출입처 제도에 대해 말해 달라.

이대현=출입처는 양날의 칼이다.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집단 이기주의적인 측면도 있다. 과거에는 출입처 제도가 하나의 특권이었다. 지금은 워낙 매체가 많아 오히려 기자 입장에서도, 정보 제공 측에서도 효율적인 정보 교환이 이뤄질 수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출입처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기자의 자질과 더 연관이 있어 보인다.

황용석=기자와 출입처 간 경쟁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종속적인 측면이 강하다. 게다가 언론인들은 독자의 반응보다 출입처의 반응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사회적 네트워크가 출입처 중심이다. 독자를 중시하고 독자들 관점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이진순=독자 입장에서는 기자가 출입처와 친해지는 것이 불안 요소 중 하나이다. 출입처의 뒷얘기가 중요한 정보가 될 수도 있지만 개인적 네트워크로 작용해 정계 진출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출입처 사람들과 친해지면 비판적 기사를 쓰기 어려울 수 있다.

사회=현직 언론인이 곧바로 정계나 기업체에 진출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황용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장  
 
황용석=직업의 자유는 분명 있지만 의사 결정과 행동의 책임은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사회적 영향력에 비례한다. 기자가 휴지기 없이 비판과 견제의 대상으로 이직하는 것은 독자들의 신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문제다.

이진순=기자가 국회 등 정계에 진출하는 것은 더 이상 뉴스거리도 안 되는 일이다. 잘 나가는 기자는 정치권에 연을 대고, 앞장서서 편파적인 보도를 하는 사람은 출세할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이것이 한국 언론의 현 주소이고 일반이 한국 언론에 갖고 있는 축적된 불신이다.

이대현=하루아침에 옮기는 것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은 있을 수 있지만 전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언론 환경이 미국이나 일본처럼 평생 언론인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 유일하게 전관예우가 없는 곳도 언론 쪽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언론과의 소통 능력을 갖고 있는 현업 언론인 출신을 스카우트하려 한다. 발탁된 기자가 어떤 인물인지는 중요하지만 발탁된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사회=과도한 업무량과 박봉,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기자들이 사명감을 갖고 일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황용석=10년 전 언론노조에 의뢰해 일일 노동 실태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조사 결과 기자들의 직업만족도가 너무 낮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등 개방적이고 탄력적인 고용제도 구축이 시급해 보인다.

이대현=안정적으로 오랫동안 언론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 극소수의 메이저 언론과 공영방송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언론인이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연금이 별도로 있는 것도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언론인 복지가 이뤄져야 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나 한국기자협회, 관훈클럽 등에서 언론인 복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유춘식=언론인들이 눈높이를 낮춰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다양한 1인 매체와 온라인 매체가 생기면서 사회적 지원을 한다 해도 지원 대상을 어디까지로 정할지의 문제가 또 다시 발생할 수 있다. 사회적 보상보다는 차라리 기자들에게 제대로 된 사명감 교육을 시켜야 하지 않나 싶다.

세월호 보도, 재난현장 상업화 전락
부끄러움 느끼고 새 출발 계기 삼아야


   
 
  ▲ 이진순 희망제작소 부소장  
 
이진순=기자들이 박봉인지 의문이다. 눈높이를 어느 곳에 두느냐의 차이지만 적어도 평균연봉으로 봤을 때 기자는 중산층 이상의 생활을 하고 있다. 업무량에 비교해 박봉이라고 주장한다면 월급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업무량을 줄이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다만 언론사 내부에서 기자들의 수평이동이 막히는 부분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좀 더 자유로운 횡적 이동이 필요하다.

사회=기자와 기자사회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권오은=돈을 벌고 싶어서 기자가 되겠다는 지망생은 본 적이 없는데 기자가 된 후 2~3년이 지나면 현실에 익숙해지고 돈을 좇더라. 왜 기자가 되고 싶었는지 곱씹어봤으면 좋겠다.

황용석=정보를 배타적으로 소유하는 것이 저널리즘인데 사회가 리얼타임으로 흐르면서 이제 새로운 것보다는 검증된 사실과 공공의 이익에 대한 진실성이 중요해졌다. 이것이 상업적인 기구와는 다른 존재양식이고 범람하는 정보 속에서 언론이 어떻게 달라질지 본질적으로 고민할 부분이다.

이진순=기자에게 시대의 감시자가 돼 달라는 말도 민망한 시절이 된 것 같다. 동아투위나 조선투위 등 언론에서 사표(師表)로 삼는 분들을 보면 기본 출발점은 부끄러움이었다. 언론인으로서 부끄럽다, 기자로서 내가 이런 기사밖에 못 쓴다는 것이 부끄럽다는 마음이었는데 지금이야말로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는 시대인 것 같다. 그런 부끄러움이 자기만의 것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

사회=김성후 기자 kshoo@journalist.or.kr
정리·사진=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