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완전하게 이행하고 있지 않다. 우리는 회복된 사원 신분으로서 정정당당히 업무를 받아 일하고 싶다.”(복직자 6명)
법원에서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아 복직된 MBC 해직자 6명이 28일 일산 드림센터로 출근했다. 법원 결정문이 통지된 지 한 달여 만에 사측이 출근지로 지정한 곳은 부서 명패도 없는 ‘201호’. 인사 발령이나 별도의 업무 배정도 없었다. 복직자들을 현업과 무관한 일산 사옥으로 보내 또다른 유배지를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8월 초 보도국 이전과 함께 9월 상암 신사옥 시대를 앞두고 일산으로 출근지를 정한 것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주로 자회사가 들어선 일산 사옥은 기자·PD 등 6명이 기존에 수행하던 업무를 할 수 있는 곳과는 거리가 멀다. 근로환경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201호에는 책상과 먹통인 전화기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실제 사측은 업무 배정에 대해 부인하며 “공간”이라는 답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호 기자는 “회사가 취한 조치는 미흡하지만 일산으로 6명이 모두 출근한 것은 근무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일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MBC는 현재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성실히 따르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반쪽’에 불과하다. 출근할 곳을 정했다고 하지만 실제 업무를 주지 않았고, 사원 신분증을 발급했다지만 상암 신사옥 보도국이 있는 방송센터와 임원진이 있는 경영센터는 출입할 수 없다. 또 지난 25일 임금을 주면서 해고 이후 미지급된 급여까지 온전하게 지급하지 않았고, 해직 전 사원번호를 부여했지만 사내전산시스템 첫 화면만 접속될 뿐 사실상 이용이 불가하다. 결국 법원이 결정한 ‘근로자 지위’에 해당하는 정당한 대우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당초 법원의 가처분 결정문이 회사에 송달되는 즉시 효력이 발생하지만 MBC는 차일피일 입장을 미뤄왔다. 사측은 2일 결정문을 받았음에도 “검토 중”이라며 조치를 즉각 취하지 않았다. 이에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은 6명은 7일 상암 신사옥으로 출근했지만, 사측이 청원경찰 등을 동원해 문을 봉쇄하면서 들어서지 못했다. 정영하 전 위원장 등 복직자들은 문 앞에서 “사원증을 받으러 왔다”고 외쳤지만 청경대장은 “(위에서)지시를 받았다”며 문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법원 명령에 대한 부담으로 직접적인 거부도, 인정도 하지 못하던 사측은 결국 지난 21일 “임시적이지만 6인은 이미 MBC직원이 된 것”이라고 밝혔다.
‘임시’에 방점을 두고 있는 회사는 징계무효확인소송 항소심 선고까지 시간끌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해직 이전 부서나 인사 발령에도 부정적이다. MBC는 “원 소속 부서 발령은 무조건 완전 복직을 요구하는 것으로 법원 결정을 과잉 확대 해석한 것”이라며 “직원 신분증 발급, 출근지 지정, 임금 지급 외에 따로 추가 조치를 취해야 할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근로자에게 근로를 시키지 않고 임금을 지급하는 등 모순된 측면이 많다는 지적이 있다.
앞서 서울남부지법은 지난달 27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의 정영하 전 위원장, 강지웅 전 사무처장, 이용마 전 홍보국장과 박성제 기자, 박성호 기자, 이상호 기자 등 6명의 해직자가 낸 근로자 지위 보전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 근로자 지위를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