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현 신임 KBS 사장이 28일 취임하며 “공정성 시비를 끝내겠다”고 밝혔다. 길환영 전 사장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보도의 공정성 논란이 계기가 되어 해임된 상황에서 후임으로 임명된 조대현 사장이 취임 일성대로 KBS의 공정성 회복과 정상화 작업을 수행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조 사장은 취임사에서 적자 해소와 공정성 시비 종식, 인사의 권위 및 조직문화 회복 등 5대 경영 비전을 제시했다. 특히 2015년 1월1일 프로그램을 확 바꾸겠다며 이를 통해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이날 첫 출근길에 항의 피케팅 중이던 KBS 양대 노조와 만나서도 “공정방송을 할 테니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조 사장은 또 이날 취임식 직후 KBS노동조합(1노조)과 가진 상견례 자리에서 KBS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때까지 수신료 인상을 당분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혀 KBS가 당면한 신뢰의 위기에 대해 냉정한 상황 인식을 보여줬다. 또한 취임사에서 노조를 “중요한 경영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화와 신뢰를 강조하는 등 ‘낙하산’ 논란에 휘말렸던 전임 사장들과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였다. 이 때문에 첫 출근부터 취임식까지 노조와 어떤 물리적인 충돌 없이 원만하게 진행하는 등 일단은 연착륙 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조 사장의 과거 행보나 KBS에 산적한 과제 등을 감안할 때 기대보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조 사장은 김인규 전 사장 시절 부사장을 지내면서 관제방송을 주도하고 비판적인 시사프로그램을 무력화했다는 평가 속에 일찌감치 양대 노조로부터 ‘부적격 후보’로 지목됐다. KBS 4대 협회가 요구한 주요 국장 임명동의제 등 국장책임제 도입에 대해서도 사장 후보자 면접 과정에서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가 제시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송법 개정 추진, 취임 1년 뒤 사장 신임평가 실시 등 5대 요구안에 대해서도 입장 표명을 보류했다. 국민이 원하는 방송을 만들겠다는 취임사가 내실 없는 ‘말잔치’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KBS는 파업 및 제작거부 관련자와 사내 게시판(코비스) 글 작성자 대규모 징계 시도, ‘다큐멘터리 3일’의 세월호 유가족 국회 농성 취재 중단 지시 등 길 전 사장 해임 이후에도 공정방송 회복과 정상화에 역행하는 사건들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길환영 사장 체제 잔재 청산이 공정방송 회복의 첫 단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새노조는 28일 성명을 내고 “조대현 신임 사장의 첫 숙제는 인적쇄신”이라고 강조했다. 새노조는 29일부터 31일까지 국장급 간부에 대한 조합원 평가를 실시한 뒤 그 결과를 신임 사장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새노조는 “KBS를 정권에 상납하고 역대 사장들의 귀와 눈을 가렸던 부역자, 간신배, 철새들은 그간의 행적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조 사장도 취임사에서 상식과 원칙에 따른 인사를 하겠다며 인사 청탁을 하지 말 것을 대놓고 경고해 향후 이뤄질 인사에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