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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검증 주저하는 SBS

최경환 후보자 아들 특혜의혹 보도 안해
기협 비대위 '편집회의 투명화' 방안 요구

강진아 기자  2014.07.02 14:3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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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가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 검증 보도 누락 이후 보도국 시스템 개선으로 논의를 옮겨가고 있다. 이웅모 사장이 지난달 23일 임원회의에서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 정치부장에 구두 경고를 한 후 SBS기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일주일 넘게 총의를 모았고, 2일쯤 성명을 통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기협 비대위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기자들의 의견을 취합했다. 이 자리에서 기자들은 편집회의 투명화 방안 등 구체적인 제도 개선안과 재발방지책 논의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가 지난달 20일 최영범 보도본부장과의 면담에서 △고위공직자 검증 등을 위한 상설탐사보도팀 운영 △편집회의 투명성 강화 △보도국 내 소통 강화 등의 방안을 요구한 데서 한 단계 더 구체화했다.

당초 책임자 문책을 요구한 만큼 보도국장 불신임 문제도 거론됐지만 현실적으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더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A기자는 “그릇이 똑같은데 한 사람이 나간다고 변하지는 않는다”며 “제2, 제3의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어 보도국 시스템을 제대로 바꾸는 것을 더 우선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태는 일단락되는 양상이지만 추후 보도국 내 개선안 실현이 더 중요하다. 문창극 검증 보도 누락으로 인한 문제가 봉합되기도 전인 지난달 25일 유사 사례가 발생해 또다시 논란이 불거졌다. 박근혜 대통령 내각 2기에 대한 검증을 위해 조직한 TF팀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아들 취업 특혜 의혹에 대한 아이템을 발제했지만 보도되지 못한 것이다. 논의조차 차단된 직전 사태와 달리 편집회의에서 논의는 됐지만 국부장단이 또다시 ‘신중’을 이유로 들어 채택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틀 뒤인 27일 경향신문에서 2기 내각 검증 일환으로 최경환 후보 아들과 딸의 ‘묘한’ 취업 시기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SBS는 결국 단독을 내준 모양새가 됐다. 이에 SBS기자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B기자는 “당시 취재된 내용으로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수 있었고 어느 정도 파장을 일으킬 만한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총리에 이어 장관 후보까지 잇따라 고위공직자 검증 보도에 몸을 사리면서 기자들의 불만은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일 경우 위험 요소를 피하려다 권력에 대한 견제기능까지 퇴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좀처럼 의제를 주도하는 단독기사도 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실제 SBS는 지난해와 올해 6월까지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에서 5번을 수상했지만 이중 4건이 시사프로그램 ‘현장21’이었고 보도국에서는 지난해 말 ‘국정원 트윗’ 관련 1건뿐이었다.

기자들은 보도국 내 보직 간부들과 현장 기자들 간 온도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부장 등 보직간부들에 일선 기자들의 의사를 적극 개진하거나 반영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C기자는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할 수 있도록 좀 더 적극적인 기사 발제와 보도가 필요한데 지나치게 조심스럽다”며 “(간부들이)젊은 기자들과의 뉴스 판단에 대한 괴리가 크다는 점에서 참여를 넓히고 접점을 찾을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