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아 기자 2014.06.26 18:35:09
MBC 교양제작국장이 세월호 참사 관련 다큐를 준비하던 PD의 성향을 이유로 제작을 불가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26일 낸 민실위 보고서에 따르면, 김 모 국장은 세월호 침몰 사고가 100일이 되어가는 상황에서 사고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내용의 기획안을 제출한 ‘MBC다큐스페셜’ 이 모 PD에게 “투쟁성이 강하다”며 제작을 하지 못하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 국장은 또 세월호 관련 사건을 “정치적으로 민감한 아이템”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4월에는 김 국장이 세월호 사고 직후 이 PD에게 세월호 관련 긴급 다큐멘터리 제작을 지시했다가 3일 만에 중단시킨 바 있다. 김 국장은 당시 임원회의 보고 뒤 해외 코디네이터까지 섭외해 제작에 착수하게 했지만, 이내 타사와 차별성이 없다는 이유로 입장을 번복했다.
MBC본부는 “세월호 사건을 바라보는 회사의 시선과 프로그램 제작 결정 과정의 불투명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라며 “과거 김 국장이 ‘차별성이 없다’는 이유로 프로그램을 중단시켰다면, 이번엔 ‘차별성이 있는’ 내용으로 다큐가 기획됐다. 그런데 기획안 내용을 검토하지도 않고 세월호 사건의 ‘정치성’과 담당 PD의 ‘성향’이라는 얼토당토않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국장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그렇다면 왜 사건 초기에는 이 PD에게 제작을 지시했냐는 물음에 “당시에는 마땅히 제작할 사람이 없어서 그랬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논란은 MBC 시사·다큐프로그램이 세월호 참사 보도를 외면하고 있는 행태와 맞닿아있다. 민실위가 세월호 사고가 난 지난 4월 16일부터 이달 25일 현재까지 지상파 3사를 비교한 결과, 시사프로그램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세월호 아이템을 다룬 것은 KBS가 13건, SBS가 8건인 반면 MBC는 3건에 불과했다. 특히 사고에 대한 정부·해경의 책임 문제나 안전시스템과 관련한 아이템은 MBC에서 단 한건도 다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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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침몰 사고가 난 지난 4월16일부터 이달 25일까지 지상파 3사 방송사 시사·다큐멘터리 세월호 아이템 방송 건수. (자료=전국언론노조 MBC본부) | ||
MBC본부는 “참사 초기인 4월 18일까지 앞다퉈 세월호 아이템을 다루라던 시사제작국장과 교양제작국장의 태도가 180도 바뀌며 준비하던 다큐멘터리는 중단됐고 PD수첩과 시사매거진2580에서는 세월호 아이템 발제가 무산됐다”며 “4월 20일을 전후해 담당 국부장들은 윗선의 지시라며 PD들에게 ‘희생자 유가족의 슬픔과 분노가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는 것은 특별히 유의’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일종의 지침과 가이드라인이 세월호 관련 탐사보도의 실종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MBC는 세월호와 관련해 ‘PD수첩’에서 사고 직후인 4월 22일 단 한차례 방송했고, ‘MBC 다큐스페셜’에서는 한건도 방송되지 않았다. 반면 KBS는 ‘추적60분’에서 4차례에 걸쳐 정부와 해경의 무능, 청해진 해운 부패 문제 등을 다양하게 다뤘고, ‘시사기획 창’과 ‘취재파일K’, ‘KBS파노라마’ 등에서도 2~3차례씩 방영했다. SBS도 ‘현장21’에서만 4차례를 방송했고,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문제점을 집중 조명해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반면 월드컵 관련 방송은 6월 한달간 ‘PD수첩’과 ‘MBC다큐스페셜’ 시간대에 4차례나 방송됐다. MBC본부는 “한달간 무려 4편의 시사·다큐 프로그램을 월드컵에 쏟아 붓는 방송사가 수백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의 아픔과 구조적인 문제를 성찰하는 프로그램을 ‘정치적’으로 치부하고 외면하는 것은 공영방송사로서 정상적인 모습일 수 없다”며 “PD수첩과 시사매거진2580, MBC다큐스페셜은 심층적인 취재를 통해 사건의 의미를 되짚고, 상처를 치유해야할 역할을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모 국장은 26일 사내게시판을 통해 “이 PD는 지난 4월 세월호 다큐의 기획을 합리적인 이유로 ‘참사 100일 기획’으로 전환하기로 한 국장 결정에 유난히 강한 반발을 보였다”며 “참사 100일 기획 전환은 국장과 다큐부장이 결정한 것으로 이 PD는 세월호 다큐 기획과 관련해 아무런 연고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파업복귀 이후 지난해 6월 교양제작국으로 전입 발령 후 국장에 인사를 하지 않은 유일한 PD”라며 “지금까지 국장과 마주쳐도 인사를 하지 않아 국장과 회사에 강한 반감을 갖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