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방송통신심의위원장에 박효종 서울대 교수가 임명되자,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심의위가) 이념의 전쟁터가 되지 않을까”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2기 방통심의위원을 지낸 박 교수는 지난 3년간 그 전쟁의 경험자였다. 공안검사 출신 위원장이 주도하는 ‘이중심의’, ‘불통심의’에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6대3이란 철벽과도 같은 구조를 바꾸기란 역부족이었다.
지난 3년, 그는 심의위가 ‘작은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그는 “방송 밖에서 일어나는 모든 분쟁들이 방송심의라는 절차를 거치면서 다시 한 번 분쟁이 발생하게 된다”며 “그렇게 되지 않도록 심의 자체를 제어하고 자제하는 소극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3기 방통심의위를 보면서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섰던 것도 방송심의가 오히려 분쟁을 더 조장할 수 있다는 걱정에서였다. 박 교수는 심의위원의 자격으로 방송·통신 심의에 관한 전문성보다 “다원주의 원칙을 체득하고 실천하는 사람”을 첫 손에 꼽으며 “그런 훈련이 되신 분들이 (3기에) 많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효종 위원장은 지난 17일 취임사에서 방통심의위를 ‘민간 독립 기구’라고 말했다. 방통심의위를 사실상 행정기구라고 규정한 헌법재판소 결정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다. 박 교수는 “심의위를 민간 독립 기구라고 생각하는 것은 심의위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정부에 비판적인 방송에 대한 심의를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심의위 자체가 정부 기관이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정부에 유리한 심의를 할 수 있는 위험성이 상당히 높다. 의식적으로라도 정부를 비호하는 방송에 대해 더 엄격하게 심의하는 원리와 기준을 확립해야 한다”며 “이번 ‘추적60분’에 대한 법원 판결에 그런 맹아가 담겨 있다”고 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천안함 사건을 다룬 ‘추적60분’이 제기한 징계 취소 처분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하며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경우) 양적균등이 강하게 요구되는 선거방송이나 객관적 사실의 보도에 중점을 두는 뉴스보도 또는 대립되는 견해를 대등하게 논의하는 토론방송 등과 동일한 기준에서 공정성과 균형성을 요구할 수 없다”며 “민주주의의 유지와 발전,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라는 측면이 더욱 고려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정치심의로 비판받는 대부분이 공정성 심의, 양적 균형성에 대한 심의인데 방송심의제도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위원 개개인이)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너무나 쉽게 이현령비현령 식이 될 수 있다”며 “이번 법원 판결로 그런 심의제도 운영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 생겼다. ‘추적60분’에 대한 판결이 판례로 만들어진다면 심의제도를 바꾸지 않고도 많은 부분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