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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보도' 누락 딛고 SBS 뉴스 달라질까

이웅모 사장, 보도본부장·보도국장에 경고
기협비대위, 편집회의 투명성 강화 등 요구

강진아 기자  2014.06.25 13:4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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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가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온누리 교회 강연 동영상을 확보하고도 보도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이웅모 사장이 23일 공식 입장을 밝혔다. SBS기자협회가 지난 16일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해 책임자 문책 등을 요구한 지 7일만이다.

이 사장은 이날 전체 임원회의에서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 정치부장에게 “비슷한 사례가 발생할 경우 엄중 조치하겠다”며 경고했다. 임원들에겐 재발방지를 주문했다.

비대위의 문책 요구에 구두 경고로 그친 것이다. 비대위는 26일쯤 회의를 열어 사장의 공식 입장에 대한 기자들의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문책보다 사측의 재발방지 약속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기자들은 이번 사태가 일회성 기사 누락이 아닌 SBS 보도 전반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여러 차례 단독 보도 등으로 각광받았던 SBS가 최근 들어 이슈를 주도하거나 의제 설정에서 뚜렷한 족적이 없기 때문이다.

한 기자는 “SBS가 그동안 우리 사회 전반을 꿰뚫거나 정권에 민감한 의제를 얼마나 정면에서 다뤘는가”라고 반문하며 “결정적인 순간에 늘 한발 물러선 것 아닌지 언론사로서의 소임에 근본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기자도 “권력의 눈치를 보는 면이 있다. 이번 경우는 국장이 말한 정치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과정이 공개적인 토론이 아닌 밀실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문제”라며 “리스크를 면밀히 분석할 수는 있지만 그 같은 미명 아래 오히려 할 말을 해야 하는 뉴스의 본질이 묻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번 기사 누락 사태는 ‘취재 보완’을 이유로 편집회의에서 논의하는 과정 자체가 없었다는 점에서 재발 방지 제도와 보도국 시스템 개선 필요성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정권 등에 민감한 사안일 경우 국장뿐만 아니라 편집권을 가진 간부 누구라도 같은 행태를 반복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비대위는 지난 20일 최영범 보도본부장과의 면담에서 △고위공직자 검증 등을 위한 상설탐사보도팀 운영 △편집회의 투명성 강화 △보도국 내 소통 강화 등의 방안을 요구했다. 최 본부장도 이를 수용할 뜻을 밝혔고, 비대위는 이번 주 내 구체적인 제도 개선안과 재발방지 대책 등을 제시하고 본부장과 논의할 계획이다.

보도국장의 소통 부족도 노출됐다. 이번 사태 밑바탕에는 이달로 취임 1년을 맞는 성회용 보도국장의 ‘불통의 리더십’이 한몫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성 국장은 지난 12일 편집회의와 16일 보도편성위원회에서의 해명에 이어 23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모두 제 탓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고 여러 목소리를 고루 새겨듣지 못한 불찰이다. 격하고 경솔했던 표현도 부족함 때문”이라며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자들은 두루뭉술한 답변과 대안 없는 사과라며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평소 기자들 실수에 엄격한 태도를 보인만큼 언행이 일치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됐다. 한 기자는 “‘권한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말처럼 잘못을 인정했으면 국장으로서 향후 뚜렷한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하지만 말뿐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적절한 액션이 없다”고 말했다.

또 열린 토론 등을 통해 접점을 찾기보다 국장 지시가 강하고 취재 기자들에게 설명이 부족하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한 기자는 “SBS가 앞으로 의제에 맞서고 균형 잡힌 보도를 할 수 있는 보도국 시스템을 마련해야한다”며 “여러 문제가 드러난 만큼 더 나은 보도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통해 SBS뉴스가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