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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에 화살 돌리고 퇴장한 문창극

후보자 검증 왜곡보도 몰아…방통심의위 내달 1일 심의

김고은 기자  2014.06.24 23:4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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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 의사를 밝히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스1)  
 
기자 출신 첫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됐던 문창극 후보자가 결국 자진 사퇴했다. 문창극 후보자는 2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총리 후보로 지명 받은 후 이 나라는 더욱 극심한 대립과 분열 속으로 빠져들어갔다”며 “지금 시점에서 제가 사퇴하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을 도와드리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정치권 등 각계의 사퇴 여론에도 불구하고 ‘문창극 구하기’에 공을 들였던 보수언론들은 이제 문 후보자의 낙마를 KBS 탓으로 돌리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인사 실패, 문 후보자의 자격미달 문제가 KBS의 책임인양 호도하는 것이다. ‘KBS 흔들기’가 KBS 새 사장 선임 국면에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정권의 입맛에 맞는 KBS 사장 선임 작업이 본격화될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보수진영은 이번 사태가 KBS의 ‘선동’ 보도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이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발언 몇 구절을 따내서 전체 의미를 왜곡하고 훼손시킨다면 그것은 진실보도가 아니다”라며 언론 보도에 대한 불만을 터트린 문 후보자의 입장과도 일맥상통한다.

중앙일보는 아예 자사 주필 출신인 문창극 후보자 살리기에 총대를 메고 KBS에 대한 악의적인 감정까지 드러냈다. 중앙일보는 23일 보수인사 482명이 발표한 성명서를 인용해 “문 후보자에 대한 언론의 검증 과정을 지켜보면서 왜곡보도와 마녀사냥식 인격살인이 진행되는 데 분노와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이어 6·7면 전체를 털어 문 후보자에게 청문회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7면 기사의 제목은 아예 “KBS 왜곡보도로 중요 사안 잘못 결정해선 안 된다”이다.

동아일보 김순덕 칼럼도 이날 “KBS의 문창극 보도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24일 3면 기사에서 일부 언론학자들의 말을 빌려 “파문의 시발점이 된 KBS의 보도가 언론이 지켜야 할 공정성·객관성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즉각 심의 절차에 착수했다. 방통심의위는 KBS의 문창극 보도가 내달 1일 개최될 방통위 자문기구인 보도교양방송특위 회의에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 후보자의 친일 사관이 드러난 발언을 뉴라이트 출신의 박효종 위원장이 이끄는 방통심의위가 심의하는 만큼 징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현직 방통심의위원인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지난 19일 KBS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KBS의 문 후보자 발언 보도에 대해 “이리저리 짜 맞춰서 내러티브를 한쪽으로 끌고 갔다는 느낌을 피할 수 없다”며 “최소한 공영방송은 그래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KBS는 “문 후보자의 발언을 보도하면서도 불편부당성 원칙을 지키려 노력했다”면서 “‘친일’이라든지 ‘반민족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문 후보자는 KBS 보도가 나가기 전부터 과거 칼럼에서 드러난 역사관, 이념편향 문제로 도마에 올랐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개조를 책임질 소통·화합형 총리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시점에서 부적격자라는 여론도 높았다.

결국 ‘KBS 흔들기’의 칼끝이 어디를 향하고 있느냐를 우려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KBS 한 관계자는 “문창극 보도로 ‘쓴맛’을 본 정권과 보수언론들이 KBS를 수하에 두기 위해 총공세를 펼칠 것”이라며 “앞으로 더 힘든 싸움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