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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신문 장형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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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둥글고 크다.’
월드컵 취재를 위해 축구 대표팀이 베이스캠프를 차린 브라질 이구아수까지 30시간이 넘는 비행을 하는 동안 새삼 깨달은 평범한 진리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했던가. 미국 마이애미 전지훈련에 동행하는 것부터 파리나 런던, 프랑크푸르트 혹은 로스앤젤레스를 경유하는 경로 등 어떤 방법을 택해도 비행시간은 비슷하다. 목적지는 지구 반대편이고, 지구는 둥그니까.
긴 비행시간에 따른 스트레스도 크다. 특히 기자들 가운데 애연가가 많다보니 갖가지 무용담이 쏟아진다. 애초에 전자담배를 준비한 이들부터 런던 히드로 공항 화장실에서 구금을 각오하고 일을 저지른 이들, 파리 드골 공항에서 아예 프랑스 입국 뒤 다시 출국한 기자들까지. 지구는 그만큼 크다.
이구아수에서 16일(현지시간) 현재 한국 취재진이 대표팀의 이번 대회 첫 승전보를 전하기 위해 진을 치고 있는 쿠이아바로 오는 길도 험난했다. 5시간의 비행 동안 한 번을 환승했고, 두 번째 비행기는 시골버스마냥 이륙과 착륙을 반복했다. 역시 브라질은 세계 4번째로 넓은 나라다. 그런데 앞으로도 인천공항까지 최소한 40시간의 비행이 남았다.
브라질의 낮은 평화롭지만, 밤은 정글이다. 월드컵 개최에 반대하는 브라질인들도 외국인들에게는 친절하다. 무서운 건 강도다. 하룻밤 자고 나면 브라질 곳곳에서 피해 소식이 들려온다. 대담하기로 으뜸인 한국 기자들도 밤에는 대부분 얌전히 호텔방을 지킨다. 다행히 아직 한국 취재진의 피해는 없다. 이 와중에 ‘얼마나 위험한지 취재해보라’는 일부 회사 데스크들의 잔인한 지시에 브라질 곳곳에 흩어져 단독 취재 중인 기자들이 적지 않다. 조마조마하다.
엄청난 비행시간, 뒤바뀐 시차, 도사리는 위험 속에서 기자들은 독자들에게 월드컵과 대표팀 소식을 전하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중뿔난 단독 기사가 나오지는 않는다. 한국을 포함, 승부를 앞둔 각 나라 대표팀들이 훈련 공개와 인터뷰를 꺼리기 때문이다. 돋보이는 기사를 쓰기 위해선 머리털을 쥐어뜯고,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환경이다.
세월호 참사 두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실종자는 남아 있고, 한국인인지 일본인인지 헷갈리는 총리 후보자를 지명한 탓에 새 내각 구성은 난항에 빠져 있다. 지구 반대편에서 70억 세계인의 축구축제를 취재하는 100여명의 기자들도 나라 걱정하는 마음은 똑같다. ‘이 와중에’ 무슨 월드컵이냐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게 업인데. 어찌됐든 슬픔에 젖은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한 순간의 기쁨이라도 전하고픈 마음이 간절하다. 하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브라질 현지에서도 대표팀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기자들 모두 ‘홍명보호’가 ‘공은 둥글다’는 평범한 축구의 진리를 새삼 깨우쳐주길 바란다. 비행시간이 늘어나는 것쯤이야 괜찮다. 김치찌개는 오래 끓일수록 맛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