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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문창극 식민지배 발언 동영상' 보도 누락

KBS 보도 하루 전 입수…보도국장 "판단 잘못 책임 인정"

강진아 기자  2014.06.13 11:3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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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가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일제 식민 지배 옹호 발언이 담긴 동영상을 사전에 확보하고도 보도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SBS기자협회와 SBS노조는 기사 누락에 대한 보도 책임자의 정확한 경위와 해명, 재발방지를 촉구했으며, 성회용 보도국장은 13일 아침 보도국 회의에서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SBS 보도국 수뇌부는 11일 KBS 뉴스9가 단독 보도하며 파문이 커진 문창극 후보자의 “일 식민지배는 하나님 뜻”, “게으르고 자립심 부족…민족DNA” 등의 발언이 담긴 강연 동영상을 10일 기자들에게 보고받았지만 보도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SBS 정치부 기자들은 지난 10일 총리 후보자에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이 지명되자, 검증 차원에서 과거 행적을 조사, 취재하기 시작했고 논란이 될 만한 교회 강연 동영상을 입수해 보도국장과 정치부장에 보고했다. 하지만 교회라는 특수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내용을 보완하라는 지시가 내려왔고, 다음날 칼럼과 주변 인터뷰 등을 통해 내용을 추가로 다시 보고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메인뉴스를 한 시간 여 앞두고 갑자기 기사를 쓰라는 지시가 내려왔고 곧바로 송고했지만, 결국 보도되지 않았다. 


이를 KBS가 11일 뉴스9에서 톱뉴스로 보도하며 파문이 일자 SBS는 그제야 관련 내용을 나이트라인과 다음날 아침종합뉴스에서 다뤘다. 11일 뉴스8에서는 5번째 꼭지로 문 후보자가 책임총리를 ‘처음 들었다’고 한 발언과 서울대 강의에서 성 소수자 축제를 비난한 것 등의 내용을 종합해서 전했다.




   
 
  ▲ SBS는 11일 KBS가 뉴스9에서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교회 강연 동영상 발언을 단독 보도해 파문이 일자 이를 나이트라인에서 보도했다. (사진=SBS 캡쳐)  
 


내부에서는 사내 게시판에 비판의 글과 성명이 잇따르며 반발하고 있다. SBS 기자협회(회장 김정인)는 12일 밤 운영위원회를 열고 보도 책임자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SBS기협은 사내 게시판을 통해 “보도본부 구성원들은 이번 사태로 인해 혼란을 겪었고, 매우 엄중하고 심각한 문제로 판단하고 있다”며 “보도국 책임자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정확하고 구체적인 경위를 밝히고 신속히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SBS기협 주최로 지난 10일 세월호 참사 보도 관련 토론회를 열고 내부적으로 보도에 대한 반성과 개선을 논의했던 상황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한 데 기자들은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본부장 채수현)도 13일 성명을 내고 “누가 어떤 경로로 건전한 취재와 정당한 논의 과정을 틀어막았는지 사측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며 “진보와 보수, 중도 언론을 막론하고 일제히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적합도를 검증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데 SBS만 유독 문 후보자의 총리 임명을 도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기사가 방송되지 못한 것이 외압인지, 자기검열인지 그 이유를 반드시 밝혀 낼 것이며 이번 사태의 책임자를 문책하고 재발방지 방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사실 확인을 위해 노조는 12일 사측에 노사편성위원회 개최를 요청한 상태다.


파문이 일파만파 퍼지자 성회용 보도국장은 13일 오전 아침회의에서 판단 유보에 대한 자신의 불찰이라고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 국장은 “교회 강연이라는 특수에서 전후 맥락과 발언 배경 등의 확인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제때 보도하지 못한 데 공개적으로 사과하며 결과적으로 판단 잘못에서 비롯된 제 책임”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추후 SBS기협에 상세한 의견을 밝히겠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최근 SBS는 ‘그것이 알고싶다’ 세월호 아이템 중단과 관련해 제작 자율성 문제가 불거진 데 이어 또다시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열린 노사 방송편성위원회에서는 제작본부장 등 사측은 아이템 불방에 대해 “외압이 아닌 과정에서의 실수로 인한 오해”라고 밝혔고 노조는 재발방지를 요구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이웅모 사장은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관점으로 누구도 반박 못하는 정확한 팩트를 갖고 하면 여든 야든 누가 뭐라고 하겠나. 더 조심하고 더 노력해서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