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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없는 KBS, 사장 선임 중요성 역설"

'시한부 해방구' 넘어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 제기

김고은 기자  2014.06.12 17:4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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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보도통제 및 외압 논란의 당사자인 길환영 KBS 사장이 지난 10일 해임되며 취임 1년7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 등의 폭로와 숱한 정황을 통해 드러난 길 사장의 행보는 역설적으로 KBS가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동시에 공영방송 KBS의 정치적 독립이 얼마나 중요한 명제인가를 다시금 확인시켰다.

그러나 길환영 사장이 해임됐다고 KBS가 정상화 된 것은 아니다. KBS를 둘러싼 정치적인 구조는 아무 것도 달라진 게 없다. ‘제2의 길환영’이 언제든 나올 수 있는 구조다. 이미 MBC에서 경험한 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사장 해임에 그치지 않고 제2의 길환영을 막기 위한 공영방송 낙하산 사장 방지와 지배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길환영 방지법,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토론회 역시 이런 취지로 마련된 자리였다.

이날 토론회를 후원한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어제(11일) 문창극 보도 한방으로 KBS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이 유지돼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방법은 이미 나와 있다. 핵심은 KBS 거버넌스 개혁이다.



   
 
  ▲ 공영방송 낙하산 사장 방지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길환영 방지법,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토론회가 12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렸다.  
 
KBS 사장은 KBS 최고 의결기관인 이사회에서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선출한다. 현행 방송법에 따르면 KBS 이사회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방통위가 여야 3대2의 구조를 띠기 때문에 이사회 구성부터 정치적인 편향성에서 자유롭지 않다. 결국 여야 7대4의 구조가 고착된다.

이를 극복할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특별다수제다. KBS 사장 선임과 같은 중요 사안을 결정할 때 과반이 아닌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공영방송 NHK는 최고 의사 결정 기관인 경영위원회에서 사장을 선임할 때 12명의 위원 중 4분의3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ZDF는 다양한 이해집단 대표들로 구성된 방송위원회에서 5분의3 이상의 찬성으로 사장을 선임한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과반수가 아닌 5분의3, 4분의3 찬성을 통해서만 사장이 선임될 수 있도록 해서 특정 정파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는 선임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사장추천위원회 제도화와 함께 사추위나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 사장 후보에 대해 공영방송 구성원들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최 교수는 “사장 선임 이전부터 정치권의 영향력이 그대로 작용하는 현행 사장 선임 방식을 그대로 두고서는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 또는 독립성과 관련된 어떤 논의도 아전인수격 탁상공론에 불과할 뿐”이라며 “공영방송 KBS가 더 이상 권력에 의해 휘둘려지거나 정치적 도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논의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별다수제는 차선책이고, 근본적으로 이사회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신태섭 동의대 교수는 “근본적으로 여야 동수에 방점이 찍혀져야 한다”며 “11명 중 8명은 각 정당의 뜻이 반영된 사람으로 선임하고, 나머지 3명은 제도화된 중립 영역에서 철저한 검증을 통해 선임해 구조적인 균형을 제도화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노영란 매비우스 사무국장은 KBS 사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국장은 “대통령이 사장을 선임하니까 ‘대통령만 보고 가는 사람’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것”이라며 “지금의 구조로는 또 정권의 대리인이 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야당은 ‘낙하산 방지법’ 등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하반기 국회 입법 과정에서 중점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넘어야 할 벽이 만만치 않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은 1년 넘게 이에 대한 야당과 언론 시민사회의 요구를 번번이 무력화 시켰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방송공정성특위 활동 중에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 없다고 ‘커밍아웃’ 하기도 했다.

김한중 전국언론노조 정책실장은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정부여당의 의지가 없다는 것이 명백하다”며 “국회 논의에 맡겨두면 이 같은 상황이 재현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대의기구인 국회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핵심 법안이 정치적 거래의 대상이 되어선 절대 안 된다”며 “길환영으로 대표되는 언론의 본질을 훼손하려는 모든 경영자를 막아내는 투쟁이 하반기에 중요하게 벌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기형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낙관도, 비관도 어렵지만, 매우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어제 갑작스러운 KBS의 변신을 봤기 때문에 정권에서 더 불안을 느낄 것”이라며 “과거보다 더 조직적인 아젠다를 내고, 뜻대로 안 된다 해도 충분히 싸우고 그 과정에서 많은 쟁점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