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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KBS "어젯밤만 같아라"

문창극 후보자 검증 단독 보도…밀양 송전탑 사태 보도도

김고은 기자  2014.06.12 10:5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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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날카로운 검증 보도로 파업 이후 확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언론계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11일 저녁, 인터넷과 SNS 등이 KBS 뉴스의 후폭풍으로 뜨겁게 달궈졌다. KBS가 이날 저녁 메인뉴스인 ‘뉴스9’에서 보도한 문창극 총리 후보자에 대한 검증 보도 때문이었다.

KBS는 이날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지난 2011년 자신이 다니던 교회 강연에서 “일본 식민 지배와 남북 분단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또한 지난 2012년 강연에서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하고 남한테 신세지는 게 우리 민족의 DNA”라고 주장한 영상도 단독 공개했다.



   
 
  ▲ 6월 11일 KBS '뉴스9'의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검증 보도.  
 
KBS 보도가 나가자마자 대다수 언론들이 이를 받아쓰면서 파장은 일파만파로 커졌고, 해당 영상도 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보도 직후 포털 사이트 ‘다음’에선 ‘문창극 KBS’가 실시간 검색어 2위로 급상승하기도 했다.

KBS는 이날 문 후보자의 ‘망언’을 시작으로 그가 중앙일보 재직 시절 쓴 칼럼에 대한 검증까지 톱으로 내리 3꼭지를 보도했다. 문 후보자의 칼럼에 대해선 “정치적 중립성이 특히 요구되는 선거 때마다 노골적인 정치 편향성이 드러나는 칼럼을 써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달라진’ KBS 뉴스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KBS는 이날 밀양 송전탑 관련 뉴스를 9번째와 10번째로 두 꼭지에 걸쳐 보도했다. 이날 새벽부터 진행된 송전탑 농성장 강제 철거 현장과 함께 10년째 계속 되고 있는 송전탑 사태와 해묵은 갈등의 이유를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으로 전달했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시인한 대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 비판 보도가 단 한 건도 없었고, 새누리당 비판 보도도 단 한 건에 그쳤을 정도로 정권에 우호적이었던 그간의 KBS 행보에 비춰볼 때 이날 KBS 보도는 가히 혁명적인 수준이었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 5일 보도통제 의혹의 당사자인 길환영 사장이 해임되어 파업이 끝난 뒤에도 “뉴스가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냉소적인 평가가 나오던 중에 의미 있는 ‘일격’이기도 했다. 실제로 이날 오전 보도국 편집회의에서는 “어제(10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관련 뉴스에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고, 곧이어 기자 4~5명이 이틀 동안 준비한 문 후보자 검증 기사가 발제되어 별다른 이의제기 없이 통과된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분위기가 고무된 쪽은 역시 KBS 내부다. “지금 이게 우리 뉴스 맞냐?”, “파업한 보람이 있다”, “시청자들에게 KBS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이유를 확실히 보내줬다” 등의 메시지를 서로 주고받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SNS 상의 반응도 뜨거웠다. “예전 탐사보도팀의 활약을 보는 것 같았다”, “사장이 없으니까 KBS 뉴스가 제대로 돌아가는구나”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트위터에서 “사장 한 사람 쫒겨 났을 뿐인데, KBS뉴스가 달라졌네요”라며 “‘진실을 향한 행진, 비판과 감시의 날카로운 창끝’ 달라진 KBS를 응원합니다”라고 밝혔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젯밤과만 같아라”고 촌평했다. KBS는 문 후보자에 대해 연이은 검증보도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문창극 후보자는 12일 과거 ‘망언’에 대해 사과할 생각 없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과는 무슨 사과”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후보자 측은 KBS 보도와 관련해 11일 밤 참고자료를 내어 “교회라는 특정 장소에서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이라는 특수성이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