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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성민 PD 징계와 신지영 기자 재심에 대한 인사위원회가 열린 9일 오전 예능PD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건 피켓을 들고 부당 징계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조 MBC본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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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세월호 참사’ 보도와 관련해 기자, PD 등을 잇달아 징계하면서 ‘징계 남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신지영 기자는 세월호 유가족 폄훼 논란을 빚은 뉴스데스크 기사를 출고 전 회사 동료들과의 SNS방에서 공유했다는 이유로 정직 1개월 중징계를 받은 데 대해 재심을 요청했지만 9일 기각됐다.
권성민 PD도 지난달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세월호 참사보도와 관련해 사죄와 비판의 글을 올렸다는 사실 때문에 9일 인사위에 회부돼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문제는 회사가 사적 공간에서 이뤄지는 대화까지 사내 규정을 들이대 징계를 할 수 있느냐다.
실제로 신 기자는 지난달 7일 오후 3시쯤 세월호 실종자 가족의 조급증이 민간 잠수부를 죽음으로 떠밀었다는 내용의 기사를 사내 동기 42명이 회원으로 있는 카톡 대화방에 올리고 의견을 나눴다.
회사 측은 신 기자에게 징계의 사유로 ‘업무상 비밀 누설’을 내세웠다. 출고 전 기사를 보도국 이외에 다른 국실 사원들에게까지 공개했다는 이유에서다.
MBC 기자들은 이번 징계에 대해 “이런 것까지 징계 대상이 될지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신 기자의 한 동기는 “동기들끼리 사적으로 대화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외부로 유출될 것이란 것을 상상하지도 못했다”며 “세월호 참사 이후 워낙 언론에 대한 불신이 컸기 때문에 신 기자가 우려하는 차원에서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내부 구성원 간 보도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조차 비밀누설로 재단할 수 있는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정민영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변호사는 “MBC보도의 공정성 문제는 보도국 외 구성원 모두의 관심사로 볼 수 있다”며 “내부 구성원으로 이뤄진 공간에서 문제되는 보도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을 비밀 누설로 징계할 사안인지 상식선에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징계를 위해 취업규칙을 무리하게 끌어온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MBC 내부에서 보도를 논하고 토론하는 자체를 봉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무차별 징계와 부당한 인사 조치가 이어지면서 MBC 구성원 사이에선 자기검열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나아가 동료 간 불신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한 기자는 “모바일, 메신저 등 사적 공간의 대화까지 징계가 가능하다는 것이 학습되면서 다들 언행을 조심할 수밖에 없다”며 “가장 서글프고 속상한 것은 서로가 서로를 믿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내부 비판의 목소리가 위축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지난 4월에는 PD수첩 ‘광우병편’의 조능희 PD가 타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했다는 이유로 정직 처분을 받았다. 박건식 MBC PD협회장은 “언론사라는 특성 상 표현의 자유에 대한 허용범위가 더 넓어야 한다. 토론이나 반론을 펼치는 등 다른 조치도 많은데 무작정 인사위를 열고 징계로 직행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권 PD도 회사에 대한 충언이었다. 언론사가 상대에 대한 공격은 자유롭게 하면서 자신이 받는 비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측의 징계 남발은 구성원들의 피로감을 높이고 있다. 재심을 청구하더라도 결과는 사실상 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징계 대상자들이 법원에 기댈 수밖에 없다. 법원은 올해 선고된 5건의 해고·징계무효소송에서 모두 기자·PD 등 원고 승소 판결하며 사측의 인사권과 징계 재량권이 남용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사측은 모두 즉각 항소했다. 징계에 대한 부담에 이어 소송 진행 과정에서의 시간과 비용까지 회사를 상대로 개인이 짊어지기에는 버겁기만 하다.
반면 기사를 작성한 박상후 부장은 신 기자와 다른 동기들에 민·형사상 소송을 걸겠다는 입장이다. 박 부장은 사내 게시판을 통해 “1개월 정직은 죄질로 볼 때 아주 경징계”라며 “조직에서 있을 수 없는 패륜이다. 이런 버르장머리를 뜯어 고치지 않고는 조직의 기강이 바로설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MBC기자회와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10일 성명을 내고 징계 철회를 촉구했다. 기자회는 “추락하는 MBC뉴스에 대한 참회와 우려는 징계 대상이 될 수 없다. 사내 분란을 조장하고 갈등을 증폭시키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MBC본부도 “권 PD 징계는 개인의 양심에 대한 탄압이며, 신 기자 징계도 ‘외부유출’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개인 간 대화 내용 입수에 대한 ‘사찰’ 전모를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MBC본부는 11일부터 회사 로비에서 연좌농성에 돌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