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이 국무총리 후보로 내정되고 윤두현 YTN플러스(옛 디지털 YTN) 사장이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임명되면서 ‘언피아’(언론인+마피아·폴리널리스트) 논란이 또 다시 가열되고 있다.
관피아(관료+마피아), 검피아(검찰+마피아), 정피아(정치권 인사+마피아) 등에 이어 언피아 역시 권언유착 등 또 다른 적폐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언론계 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 후보의 경우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사장으로 있던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를 지낸 사실과 현직 시절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적절한 칼럼 등으로 그의 보수성향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10일 문 후보에 대해 “대단히 보수적인 인물로 알려졌기 때문에 국민화합형 총리인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또한 윤 홍보수석은 현직 언론사 사장에서 곧바로 청와대로 직행하면서 권언유착의 논란을 지폈다. 윤 수석 외에도 이남기, 최금락, 홍상표, 이해성 홍보수석도 유예기간을 생략한 채 현직 언론인으로 있다가 하루아침에 권력의 핵심으로 변신해 눈총을 샀다.
이들이 언론인에서 권력의 ‘입’으로 변신했다는 자체가 직업 선택의 자유로만 보기엔 사회적으로 몰고 온 파장이나 혼란이 크기 때문에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게다가 이들의 언론사 재직 당시 행적을 되짚어 보면 이들을 임명한 청와대 역시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청와대 입장에서 식견과 전문성을 감안해 언론인을 중용했다는 논리를 펼 수 있지만, 과연 그 자리에 앉힐 만한 인물을 낙점했는가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홍보수석은 국무총리나 국무위원과는 달리 인사청문회 등 최소한의 인사검증 절차도 거치지 않고 임명할 수 있다 보니 ‘충복(忠僕)’으로 판단되면 차출되는 자리로 여겨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권력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언론인들은 자리를 염두에 두고 보도나 편집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을 때 알아서 ‘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언론 본연의 역할인 비판과 견제 기능은 뒷전으로 밀리기 때문에 언론사의 조직 입장에선 경쟁력을 갉아먹는 ‘암 덩어리’와 같은 존재다.
윤 수석은 2012년 보도국장 재직 시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된 ‘BBK 가짜편지 단독보도’를 이유 없이 보류하고 정부 비판 보도에 대통령의 화면과 육성을 빼라고 지시하는 등 보도의 공정성 등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쳤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011년 8월말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국무부 기밀문서에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고대영 KBS 보도본부장과 함께 미 대사관 측에 대선 관련 정보를 전달한 내용이 포함돼 논란을 빚었다.
김정섭 성신여대 미디어영상연기학과 교수(방송영상저널리즘스쿨 원장)는 “이들이 문제가 되는 것은 언론인으로 일할 때 언론인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않고 언론을 출세의 도구로 이용했다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문제는 언론인이 언론인답지 못하는 등 직업 윤리의식이 부족한 데서 비롯됐다”고 꼬집었다.
과거 언론인 출신 홍보수석들이 ‘권력 품’으로 들어가 정부와 국민을 잇는 가교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도 논란거리다.
일부 ‘실세형’ 홍보수석들은 권력의 힘을 등에 업고, 오히려 정부와 언론 간 갈등을 부추기는 역할을 해왔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 신문사 임원은 “과거 실세형 홍보수석은 언론의 생리를 잘 알고 있다는 점을 악용해 언론에 채찍과 당근을 행사했다”면서 “홍보수석은 국민과의 소통을 위한 자리이고, 국민과의 소통을 위한 1차 창구인 언론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히 하는 것이 본래 역할임에도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들 중 일부는 청와대를 징검다리로 국회의원 공천 등을 노리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바라보는 눈총이 더욱 따가울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장 자리나 국회의원 공천을 받기 위해 국민을 향해 열어야 할 눈과 귀가 최고 권력자로 향하기 때문이다.
한 정치부장 출신 기자는 “청와대 입장에선 국정 비전을 공유하고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인물을 등용하는 게 당연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런 자리에 간 언론인 출신들이 어떤 역할을 해왔던가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이번 내정·임명된 언론인 출신 권력 핵심 인사들의 극단적으로 쏠린 성향 탓에 국론이 분열되고 언론들이 진영논리 싸움에 휩싸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중견 언론인은 “현 정부가 여러 차례 인사에 실패했음에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로 생각된다”며 “현 상황을 현명하게 풀어갈 수 있는 덕망 있는 인사를 발탁하는 것이 중요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