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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양대노조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길 사장의 해임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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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분. 길환영 KBS 사장 해임제청안이 이사회에서 의결되는데 걸린 시간이다. 지난달 19일 야당 측 소수 이사들에 의해 해임제청안이 제출된 날부터 치면 17일이 걸렸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의 해임 절차만 남겨두고 있으니, 사실상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 이명박 대통령이 임명한 길 사장이 박근혜 대통령에 의해 해임되는 셈이다.
길 사장은 이명박 정권 말기인 지난 2012년 11월 3년 임기의 KBS 사장에 선임됐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자마자 공식 취임일을 사흘 앞당겨 기습 취임식을 가지며 시작부터 ‘도둑 취임’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길 사장은 KBS PD 출신 첫 사장이자, 재직 중 내부 승진을 통해 사장이 된 첫 사례로 기회만 되면 이 점을 강조할 정도로 자부심이 대단했다. 1981년 공채 8기 PD로 입사한 길 사장은 PD로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편은 아니지만, ‘승진운’만은 특별했다. 정권이 바뀌고 사장이 바뀌어도 언제나 승승장구했다.
정연주 전 사장 시절에는 대전방송총국장을 지냈고, 김인규 사장 취임 뒤에는 TV본부장을 거쳐 콘텐츠본부장을 역임했다. 지난 2011년 2월 콘텐츠본부장 재임 당시 구성원들의 87.9%로부터 기록적인 불신임을 기록했으나, 그해 9월 부사장으로 오히려 승진했다.
콘텐츠본부장과 부사장 재직 시절 시사프로그램 불방과 관제방송 기획, 부당 인사 등으로 제작자율성 침해 논란과 함께 구성원들과 갈등을 빚어온 그가 사장 취임 직후 치른 2012 대선 보도는 “역대 최악의 대선 방송”이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불공정 논란에 휩싸였다. 박근혜 정부 출범 뒤에는 더했다. 길 사장을 “대통령만 보고 가는 사람”이라고 했던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보도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켜켜이 쌓인 불만과 위기감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폭발했다. 세월호 보도에 대한 ‘막내기자’들의 반성문이 발화점이 됐고,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항의방문과 김시곤 전 국장의 폭로 등을 통해 청와대 외압과 사장의 지속적인 보도 및 제작 개입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구성원들의 분노는 임계점을 넘어섰다.
특히 이번 길환영 사장 퇴진 투쟁은 노조만의 싸움이 아니라는 점이 여느 때와 달랐다. 지난 2010년과 2012년 두 차례 진행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파업은 김인규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 회복을 목표로 했지만, 소수 노조에 속하는 새노조의 싸움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난달 16일 보도본부 부장단 총사퇴를 시작으로 전체 간부의 약 80%에 해당하는 350명이 보직을 사퇴하고 업무를 거부하며 힘을 실어줬다. 양대 노조는 2009년 노조가 나뉜 뒤 처음으로 공동 총파업에 돌입했고, 사내 모든 직능단체들이 제작거부에 동참했다. “이번 싸움은 노사 간의 싸움이 아니라 길환영과 모든 KBS 구성원의 싸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직종과 직급에 관계없이 사장 퇴진 요구가 한 목소리로 쏟아져 나왔다.
또 하나. 이번 싸움은 세월호 참사에 많은 부분을 빚졌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지난달 8일 KBS를 찾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다음날 길환영 사장이 청와대 부름에 유가족들 앞에서 사과하고 김시곤 전 국장이 사퇴 기자회견에서 길 사장의 보도 개입 의혹을 폭로하지 않았더라면, 사태가 이렇게 빨리 급진전 하진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해임제청안은 가결됐고, KBS 구성원들이 빚진 세월호 참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세월호 참사에서 시작된 이번 싸움 역시 아직 끝날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