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KBS 이사회의 해임제청안 처리를 앞두고 궁지에 몰린 길환영 사장이 보도본부의 보직 사퇴 간부들을 지역 평기자로 발령 내는 등 ‘보복성 인사’를 단행해 거센 반발을 사고 있는 가운데, KBS 기자들의 약 91%가 길환영 사장 체제에서 어떤 보직도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전국에서 팀장급 이상 간부의 약 80%가 보직을 사퇴하는 등 길 사장이 조직 장악력과 통제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후속 인사도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이다.
KBS 기자 680명은 이날 이사회에 앞서 자신의 이름을 건 ‘보직 거부 선언문’을 발표하고 “앞으로 길환영 사장이 임명하는 본부장과 국장, 주간, 부장, 팀장 등 모든 보직을 단호히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현재 보직자와 해외 체류, 파견자 등을 빼고 보직 부여가 가능한 746명 가운데 91.2%에 달하는 수치다. 이번 서명에는 KBS 기자협회와 촬영기자협회, 전국기자협회, 전국촬영기자협회 회원들이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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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양대 노조가 파업 8일째인 5일 여의도 KBS 신관 계단에서 전국 조합원 총회를 열고 KBS 이사회의 길환영 사장 해임제청안 의결을 촉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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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환영 사장은 앞서 지난 3일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며 보직을 사퇴한 보도본부 부장 가운데 6명을 지역방송총국 평기자로 발령 내고, 업무복귀 호소문에 동참하지 않았던 제주방송총국장과 강릉방송국장을 좌천시켰다. 이에 보도본부장과 보도본부 디지털뉴스국장, 취재주간, 국제주간 등 국장급 간부들이 항의의 뜻으로 줄줄이 보직을 사퇴하고 제주총국과 강릉방송국의 보직 부장들이 총 사퇴하는 등 거센 반발과 저항이 잇따르고 있다.
KBS 기자들은 선언문에서 “한 손으로는 보복 인사라는 채찍을 휘두르고, 다른 한 손으로는 공석이 된 보직을 당근처럼 내세워 강고히 뭉쳐 있는 KBS 기자들을 분열시키겠다는 노림수”라며 “얕은 눈속임으로 자신이 KBS 보도본부를 장악하고 있다는 신호를 이사회와 청와대에 보여주겠다는 의도”라고 성토했다.
이어 “680명의 (전국)기자협회와 (전국)촬영기자협회원들은 어느 때보다 강고하고 치열하게 어깨를 겯고 마녀사냥식 인사 보복에서 우리의 선배와 후배들을 지켜낼 것”이라며 “‘길환영만의 KBS’를 끝내고 ‘국민의 방송 KBS’로 돌아가 국민만을 바라보며, 국민만을 대변하며, 국민만을 위한 뉴스를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KBS 양대 노조는 이날 오후 4시 열리는 이사회에 앞서 조합원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총회를 열고 길환영 사장 해임제청안 의결을 촉구했다. 백용규 KBS노동조합(1노조) 위원장은 “6월5일은 길환영의 KBS로 남느냐, 국민의 방송 KBS로 남느냐가 결정되는 날”이라며 “만일 이사회가 보직간부들도 버린 길환영 사장을 선택한다면 역사의 죄인으로 남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오훈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위원장도 “버티면 버틸수록 길환영 사장 자신은 물론 공영방송 KBS와 길 사장이 그토록 온몸 바쳐 충성을 다해 지키고자 했던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 모두가 불행해진다”며 “길환영을 지키기 위해 국민의 방송 KBS를 포기할 것인지, 사장으로서의 자격과 능력 모두를 상실한 길환영을 몰아내고 KBS를 지킬 것인지 이사회가 결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