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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침몰 사고가 난 나흘 뒤인 지난 4월20일 당시 정홍원 국무총리 방문 소식에 진도 실내체육관 앞에 기자들이 모여 있다. (김희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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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사고 발생시 언론사 허둥지둥
수습 때부터 체계적 재난교육 필요
“선배들은 ‘기사가 생물’이라고 했다. 취재과정에선 180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혼란스러운 취재현장에서 막내급 기자들은 혼자 고민하며 끙끙대다 도저히 안 될 때 데스크에게 전화를 거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데스크는 바빴다.(KBS 막내기자의 고백)”
세월호 참사에 진도·목포·안산 등 현장에 급파된 것은 주로 연차가 낮은 기자들이었다. 이 같은 대규모 참사를 겪은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현장에 내려가기 전 혹은 내려간 후 그 누구도 재난보도에서 주의할 점을 일러준 적은 없었다. 언론 불신 속에 초년병 기자들의 자괴감은 커져만 갔다.
현재 언론사에서 재난보도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은 전무하다. KBS 등 방송사의 경우 사별 재난보도 준칙과 매뉴얼이 갖춰져 있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내부에 준칙이나 매뉴얼이 있는 것을 아는 기자도 많지 않을뿐더러 이를 숙지시키거나 교육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각 회사별 또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수습기자 교육에도 재난보도 커리큘럼은 없다.
재난·재해 또는 대형사건이 발생했을 때마다 재난보도를 위한 사전 교육의 필요성은 강조됐지만 매번 흐지부지됐다. 재난 유형에 대한 지식, 구조·수색 작업에 대한 이해, 재난 현장에서의 인터뷰·촬영, 피해자와 가족의 입장을 고려한 취재, 프라이버시와 초상권 보호, 현장 안전 문제 등이 제기됐지만 현실과의 거리는 멀었다. 2011년 연평도 포격 등 수차례 재난 현장을 취재한 KBS 강민수 기자는 “훈련이 안 된 낮은 연차의 사회부 기자들이 주로 현장에 투입되는 상황에서 대처에 어려움이 많다”며 “보다 전문적이고 정제된 재난보도를 위해 평상시 교육을 하고 재난전문기자를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언론진흥재단은 시의성을 고려해 단기 연수인 KPF디플로마를 ‘재난보도 과정’으로 신설하고 5년 이상 기자를 모집했다. 언론진흥재단 김경래 사원은 “세월호 참사 보도로 언론에 대한 비판과 반성이 많아 내부적으로 재난보도 교육을 수습기자 단계부터 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의견이 있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송기자연합회도 2012년부터 단기 해외과정으로 일본, 미국 등 재난재해전문취재 과정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재난 교육은 보도뿐만 아니라 기자들의 안전과도 직결돼 있다. 기자들에게 재난 현장의 위험성을 인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0년차인 조춘동 SBS 카메라 기자는 “1995년 삼풍백화점 때와 지금의 재난보도는 전혀 다르지 않다”며 “사고 초기 현장에 도착하면 카메라 기자들은 생생한 모습을 위해 더 가까이 접근하려 하는데 자칫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재난보도에 대한 일정한 교육과 룰이 있어야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이 가장 필요한 것은 누구보다도 ‘데스크’라고 기자들은 입을 모았다. 각 현장의 정보를 취합하고 취재를 지시하는 컨트롤타워로서 국장 등 데스크들이 재난 보도의 원칙과 기준이 없다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조 기자는 “지시하는 사람이 내용을 알고 무리하지 않도록 해야 합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YTN 한 기자도 “보도국장이나 편집국장이 서로 만나 합의를 하는 등 데스크들이 각성해야 변할 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 실제 2011년 연평도 포격 당시 지나친 취재경쟁으로 지상파 3사 보도국장이 최소한의 인력만 남기기로 일종의 신사협약을 맺은 적도 있다.
교육을 받고 현장에서 실천하는 문제도 남아있다. 이를 위해 경험이 있는 중견 기자들을 투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데스크와 현장 기자 사이의 간극을 메우고 상황에 따라 이를 적절히 적용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종합일간지 한 기자는 “재난 교육이 없는 데서 나아가 현장에 적용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며 “각 언론사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재난보도 교육의 불모지이자 제대로 된 재난교육기관, 저널리즘 스쿨이 없는 한국에는 재난전문기자가 한 명도 없다. 반면 미국과 일본 등 외국에는 재난 전문 기자가 다수 포진해 있다. 이연 선문대 교수에 따르면, 아사히신문에는 10여명이 있고 요미우리 오사카지사에는 국장급 전문가가 있다. NHK도 24시간 대응할 수 있는 기상재해센터에 재난전문인력 40여명이 있다. CNN에는 앵커인 앤더슨 쿠퍼 재난전문기자가 있으며 홍콩지국이 재난보도에 강하다. 이들은 재난보도에 대한 기본 지식을 습득, 취재와 보도 관련 교육·훈련을 상시적으로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