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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김미화의 여러분' 대법원 판결의 교훈

[특별기고] 이재정 변호사

이재정 변호사  2014.05.28 14:3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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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정 변호사  
 
방통위 상대 CBS 행정소송은 행정기관 자의적 제재 심판 의미
정부 정책 비판 방송 프로그램에 기계적 중립성 요구는 비상식적
대법원 판결문 반가웠던 것은 억울한 경기에 지쳐있던 탓 아닐까


대법원이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C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김미화의 여러분’에 내린 법정제재가 부당하다고 확정 판결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지난 2012년 3월 29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CBS ‘김미화의 여러분’에 대해 내린 법정제재인 ‘주의’ 처분이 부당하다는 1심과 2심 재판부의 판결을 인정한 것이다. 본지는 법무법인 동화 이재정 변호사를 통해 이번 대법원 확정 판결의 의미를 들어봤다.


최근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9’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방송심의규정 제9조(공정성)와 제14조(객관성) 위반을 이유로 중징계를 받은 데 이어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대한 법정제재가 이어지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자의적 심의에 대한 비판이 가중되고 있다. 그 가운데 며칠 전, 반가운 판결문을 받아들게 되었다. CBS가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제재조치 취소를 구한 소송에서 드디어 최종심인 대법원마저 방송통신위원회 ‘전패’를 선언한 것이다. 

사실 방통위의 자의적 판단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그 부당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서도 반복되는 이유는, 행정기관의 임의적인 판단이 제대로 정당성의 심판을 받은 적이 없다는 데 있다. 부당한 판단에 대해서조차 행정소송을 꺼리는 분위기 탓이다. 알다시피 언론기관 특히 방송사에 대한 방통위의 통제권한은 막강하다. 계속되는 관계 안에서 굳이 대립각을 세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판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그 기관에 공정성 심의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입법론적 논의로까지 무르익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한 판례 하나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CBS는 행정소송을 통해 다툴 것을 결심했다. 당시로선 무모한 도전으로 보이기도 했다.

사건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CBS 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공정성 위반으로 ‘주의’ 조치를 받게 되었다. ‘나는 꼼수다’의 경제판 ‘나는 꼽사리다’의 출연진인 선대인, 우석훈씨가 나와 정부의 농업정책, 경제정책을 비판한 출연분이 문제가 되었다. 진행자의 발언이나 보도가 아니라 특정 입장을 가진 출연자의 의견이라는 것은 청취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는 점, 다른 방송분을 통하여서는 정부 관계자도 출연해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는 기회를 충분히 가졌다는 사정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다양한 포맷의 시사프로그램을 뉴스 같은 보도프로그램에나 가능한 형식적 배분논리를 들이댄 것도 문제였다. 게다가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방송에 대하여 이익집단 상호간, 사적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안에서처럼 기계적인 중립성을 요구한 것은 지극히 비상식적인 판단이었다. 언론 가장 본연의 기능이 권력에 대한 감시견(監視犬, Watch Dog)의 역할이다.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언론의 직무유기가 아닌가.

하지만, 억지스런 그들의 관행도 이제 더는 용납될 수 없다. 이 사건 1심부터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법원의 판단은 명료하고 정확했다. 방송은 매체별·채널별로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고 같은 매체라 하더라도 개별 프로그램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정보나 의견을 교환하므로 프로그램 성격에 따라 심사의 방법이 달라짐을 명백히 하였다.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과 관련해서는 민주주의 유지와 발전, 시청자나 청취자의 알권리 보장이라는 측면이 더욱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사실, 이런 법원의 판단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극히 상식적인 시민들의 판단과 다르지 않았다는 점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럼에도 판결문이 그리도 반가웠던 건 아마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억울한 경기에 지쳐있던 탓은 아닐는지…. 기쁘면서도 씁쓸한 일이다.

처음부터 논리가 빈약했던 방송통신위원회는 소송 내내 억지를 부렸다. 심지어 서면을 통해 ‘공정성의 원칙을 위반한 방송으로 피해를 받은 정부는 시민들과는 달리 시정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할 때,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에 대하여는 방송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되어 독립적인 지위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심의위원회의 객관적·중립적 심의를 통하여 방송사업자에게 공정성의 원칙을 준수할 수 있도록 견제하는 것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력이 시민에 비하여 약자라는 우스운 논리와 더불어 스스로 권력의 수호자임을 자임하는 자기고해를 한 셈이다. 어처구니없다고 웃어넘기기엔 무섭고 섬뜩한 일이다. 사법부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전할지도 모른다. 우리 헌법과 국민을 염두에 두었다면 애초에 그럴 수 없었다.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이제 겨우 시작이다.

※글쓴이 주=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섞여 반복된 이유는 실제 공정성 및 객관성 심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담당하지만, 대외적으로는 행정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처분을 행하는 탓에 그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