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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업 언론인들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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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PD 출신이라 뉴스에 대해 문외한이다.” KBS 보도에 “사사건건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한 길환영 사장의 변명이다. 결과적으로 그의 발언은 기자들은 물론, PD들의 화를 키웠다. KBS PD협회는 ‘선배 PD’인 길 사장을 즉각 제명하고, 기자협회 제작거부에 동참했다.
KBS PD들은 그가 콘텐츠본부장과 부사장을 거쳐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제작 자율성을 짓밟아왔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난해 ‘추적60분’ 불방 사태나 ‘TV쇼 진품명품’ 진행자 교체 파문 등이 단적인 사례다. 예능국 사정도 다르지 않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뒤 ‘개그콘서트’에서 시사 풍자가 사실상 사라졌고, 박근혜 정부의 정책기조를 홍보하는 이른바 ‘관제방송’에 예능국이 심심치 않게 동원됐다. KBS 예능국 8년차 PD는 “PD 출신 사장이라서 PD들이 이익 본 건 전혀 없고 오히려 제작 자율성 침해 등이 더 심해졌다”며 “자율적인 방송 제작 분위기가 사라지고 자기 검열을 하기 시작하면서 프로그램은 죽고 채널 이미지는 망가졌다”고 비판했다.
“제작 자율성 침해가 계속 되면 자체 검열하는 분위기가 생깁니다. 누가 위에서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검열을 하는 거죠. 예능 프로도 마찬가지예요. ‘썰전’에선 막 씹는데 우리는 자막 쓰면서 위축되는 거죠. 제작 자율성이 보장돼야 더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담보되고 제작 현장도 활기를 띨 수 있지 않을까요.”
길 사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지만, 만에 하나 사장이 물러난다 해도 이후 더 쉽지 않은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그는 “내가 속한 KBS라는 조직이 건강해지고 정상적으로 작동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싸운다.
“싸움에서 이긴다고 해서 제작비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닐 테고, 시청률에 목매고 간접광고를 고민하는 상황에는 변화가 없겠죠. 하지만 KBS의 이미지가 좋아지고 보도가 잘 돼서 두 개의 채널이 서로 시너지를 일으켜야 예능도 보게 됩니다. 쇄신을 통해 깨끗한 KBS, 공정한 KBS라는 채널 이미지가 제고되면 프로그램 이미지도 같이 올라가는 거지요.”
지난 2007년 입사한 그는 회사에 들어와 정상적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어느 순간부터 위험한 일이 되는 과정을 직접 목격하고 체험했다. ‘관제방송’을 만들라는 지시가 떨어져도 개인적인 차원에서 거부하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그는 많은 욕심을 내지 않는다. 다만 “공영방송이 상식적으로 할 일을 하는 것만 해도 큰 변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