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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환영 사장 운명 11명의 손에 달렸다

KBS 이사회 해임제청안 표결
언론학자·여당의원도 사퇴 촉구
새노조 이어 1노조도 파업 결의

김고은 기자  2014.05.28 00:5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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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환영 KBS 사장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사내방송을 통해 ‘사퇴 거부’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뉴스1)  
 
‘운명의 수요일’이다. 5월28일. 공영방송 KBS와 그 수장인 길환영 사장의 운명이 갈리는 날이다. KBS 이사회는 이날 정권과의 유착 및 보도 개입 의혹으로 전방위적인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길환영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을 표결에 부친다. 해임제청안이 가결되면 길환영 사장은 벼랑 끝에 내몰리고, 부결되면 KBS 양대 노조가 즉각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KBS 사태는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KBS 이사회는 지난 26일 임시 이사회에서 길 사장 해임제청안을 정식 안건으로 상정했다. 야당 측 소수 이사 4인은 해임제청안을 제출하며 “기자들의 제작거부로 공영방송 KBS의 뉴스 프로그램 일부가 중단되고 양대 노조가 파업을 예고하는 등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위기상황’에 봉착해 있다”며 “위기 수습을 위해 이번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이자 사태의 진행과정에서 수습능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길환영 사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도통제 논란에 따른 공사 공신력 훼손 △공사 사장으로서 직무 수행능력 상실 △부실한 재난보도 공공서비스 축소에 대한 책임 △공사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 등을 주된 해임 사유로 제시했다.

KBS 이사회는 여야 7대4 구조로, 이 중 과반인 6명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해임제청안은 가결된다. 이사회는 해임제청안 의결 권한만 있을 뿐, 실제 해임 여부는 대통령의 권한이다. 전망은 그리 밝지 않은 편이다. KBS 한 관계자는 “2008년 정연주 사장 해임 때 검찰과 감사원 등 모든 사정기관을 동원해서도 5개월이란 시간이 걸리지 않았나”라며 당장 이날 해임제청안 처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어쨌든 정권의 의지가 중요한데, 지금 정권 입장에선 KBS 상황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며 “KBS를 이대로 두는 게 정권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지방선거가 끝날 때까지 그냥 지켜만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이상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당초 26일 이사회에서 해임제청안 상정 여부도 불투명했지만, 여당 측 이사들의 타협으로 상정까지 성공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함철 부위원장은 “길 사장이 최근에 보인 사태 수습 능력이 시간을 주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 쪽으로 옮겨가는 것 같다는 분석이 있다”고 말했다. 권오훈 위원장도 “이사회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고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여당에서도 길환영 사장 책임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6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이상일 새누리당 의원은 “현 사장 하에서 KBS는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며 “현 체제로는 공영방송을 할 수 없다는 데 많은 분들이 동의하실 것”이라고 KBS 사태의 엄중함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날 최성준 방통위원장에게 “이 문제를 해결할 책임은 위원장에게 있다”며 “비상한 각오로 일해 달라”고 주문했다.

길 사장은 보도개입을 넘어 부적절한 과정을 통한 재산 형성 등 도덕성 의혹까지 제기되며 공영방송사 사장으로서 자격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달 19일 세월호 사고 해역 인근의 생중계 현장을 방문한 뒤 기념촬영을 했다는 KBS노동조합(1노조)의 폭로로 길 사장에 대한 비난 여론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길 사장은 지난 26일 총 8800만원을 들여 6개 일간지에 ‘공영방송 KBS 주인인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5단 광고를 게재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KBS 사장 직속의 홍보부장과 홍보팀장 등이 줄줄이 사퇴하는 등 ‘아군’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27일 오전 현재 길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보직 사퇴한 간부는 329명을 넘어섰다. 본사의 경우 전체 팀장의 70%가 이 행렬에 동참했다. 보도국에 남아 있는 국장단과 해설위원들도 성명을 내고 이사회의 결단을 촉구했다. 월드컵을 담당하는 부장급 간부 5명도 보직을 사퇴해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월드컵 방송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언론학자 144명과 방송학자 232명도 길 사장 퇴진과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한 목소리를 냈다. 박종률 한국기자협회장도 27일 KBS 기자협회 제작거부 현장을 방문해 “길환영 사장이 진정 KBS를 사랑한다면 결단을 내리라”고 촉구했다.

KBS 양대 노조는 28일 이사회에서 사장 해임제청안이 가결되지 않을 경우 즉각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의를 모았다. 교섭대표 노조인 KBS노조 총파업 찬반 투표는 27일 찬성률 83.1%로 가결됐으며, 앞서 지난 23일 마감된 새노조 총파업 찬반 투표 역시 94.3%라는 역대 최고 찬성률로 가결됐다. 이번 파업은 단일 노조 이후 양대 노조의 첫 동시 파업이자 보직 간부들까지 제작거부에 참여하는 형태로 사상 유례 없는 “노사 파업”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