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가 공정방송을 내세우며 170일간 벌인 파업이 정당하다는 사실이 또다시 확인됐다. 법원 판결과 함께 이번에는 국민의 시각에서다.
서울남부지법 제23형사부(재판장 박정수)는 2012년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파업을 이끈 정영하 전 위원장과 노조집행부 5명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라고 27일 선고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치러진 이번 공판은 일반 국민인 7명 배심원들의 평결을 받아들여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다만 재판부는 파업 도중 낙서로 사옥 일부를 훼손한 데 대한 재물손괴죄로 정영하 전 위원장에 벌금 100만원, 김민식 전 편성제작부위원장과 강지웅 전 사무처장, 장재훈 전 교섭정책국장, 이용마 전 홍보국장에는 벌금 50만원을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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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년 MBC파업을 이끌어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전 집행부에 대해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가 판결됐다. 27일 판결 직후 (왼쪽)정영하 전 위원장과 이용마 전 홍보국장, 신인수 변호사, 강지웅 전 사무처장, 김민식 전 편성제작부위원장, 장재훈 전 정책교섭국장이 함께 웃고 있다. | ||
기소 혐의는 네 가지다. △불법 파업에 따른 업무방해 △현관문 봉쇄ㆍ로비 사용으로 인한 업무방해 △로비 기둥ㆍ현판 등 재물손괴 △정보통신망법 상 비밀 누설이다.
재판부는 “방송의 공정성을 두고 2010년 이후 노사간 대립이 계속돼왔고, 2012년 1월 10일경 사측이 기자회장을 해고해 사용자는 노조가 충분히 파업을 할 수 있었다고 예측 가능했다”며 “객관적ㆍ합리적 예측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파업에 의한 업무방해죄는 위력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7명의 배심원 중 6명도 무죄를 판단했다.
출입문 봉쇄에 의한 업무방해는 배심원 전원 무죄를 판단했다. 재판부는 “파업 기간 (출입문 봉쇄는)일부분 이뤄졌다”며 “약간 불편할 순 있지만 남문이나 기타 문을 개방해 봉쇄로 인해 방송국의 기본 업무인 방송, 제작, 편성 등을 실제로 제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재철 전 사장의 법인카드 내역을 공개한 사실에 대해서도 비밀 누설이 적용되지 않았다. 노조 집행부가 정보통신망에 침입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이를 취득했거나 이 같은 방법으로 취득한 다른 이를 통해 알았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였다. 배심원도 전원 무죄였다.
다만 파업 기간 MBC 여의도 사옥 1층 로비 기둥과 현판에 페인트로 파업 구호를 적은 것은 유죄로 인정돼 벌금형이 내려졌다. 이용자들의 미관을 해치고 불쾌감을 줄 수 있으며 페인트 도색 및 낙서 제거에 따른 일정 비용이 든다는 이유였다. 배심원도 6명이 유죄, 1명이 무죄를 판단했다.
전날 시작된 재판이 27일 새벽 4시30분경 선고가 나자 방청석에서 지켜보던 30여명의 MBC조합원들 사이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정영하 전 위원장 등 5명과 남아있던 동료들은 서로 “수고했다”며 다독였고, 이날 증인으로 나섰던 최승호 PD를 비롯해 박성제 해직기자, 조능희 PD, 이근행 전 위원장, 이성주 본부장 등이 함께했다.
판결 직후 정영하 전 위원장은 “업무방해가 아닌 공정방송을 위한 합법적인 파업이라는 걸 배심원과 재판부가 다시 한 번 인정했다”며 “공정방송 요구는 더 이상 불법이 아니다. 2번의 민사 판결과 이번 판결을 통해 공정방송이 방송사의 근로조건이며 그것을 지키라고 법원이 인정한 것이 명백하다. 단 위법적이지 않은 행위에서 조심하라는 정도의 의미”라고 밝혔다. 또 “재판부의 의견을 존중하며 다음에 다시 그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해도 원상복귀 시키겠다”며 “KBS사태가 심각한데 길환영 사장이 이번 판결을 특히 잘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 1월 민사소송에서 서울남부지법이 MBC 파업으로 인한 해고와 정직 등의 징계는 모두 무효라는 판결을 내린 데 이어 파업의 합법성을 인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공정방송을 요구한 것은 근로조건 개선에 해당하며 파업의 목적이 정당했다고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정영하 전 위원장에 징역 3년, 나머지 4명에 대해서는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근로조건과 아무관계 없는 사장 퇴진을 요구한 불법 파업”이라며 “사측이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조정절차 등을 거치지 않고 찬반투표 후 3일만에 전격적으로 파업이 이뤄지며 막대한 혼란과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이어 “단순 제작거부를 넘어 보도국 점거, 야유 등 회사업무를 적극 방해하며 방송을 중단해 MBC를 거의 마비시켰다”며 “광고수입 감소와 대체 인력 투입으로 약 547억원의 손해를 입히고 기업가치도 하락하고 시청률도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한편, MBC본부는 27일 정오 여의도 MBC 사옥 앞에서 이번 판결에 대한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