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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악마의 편집' 논란 어물쩍 넘기나

책임자 '구두경고' 그쳐…노조 "솜방망이 처벌"

김희영 기자  2014.05.22 17:5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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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부터)서울신문 5월13일 5판, 10판, 20판  
 
서울신문이 ‘악마의 편집’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해당 책임자는 ‘구두경고’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데 그쳐 조직내부의 비판 여론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13일 서울신문 10판 1면에 배치된 사진이다. 서울신문은 이날 1면에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 수락연설 도중 아들의 ‘미개한 국민’ 발언을 사과하며 울먹이는 사진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를 만나 활짝 웃는 사진을 나란히 배치했다. 동시에 이날의 톱기사 제목은 ‘죽음보다 아픈 ‘세월호 트라우마’’였다. 두 사람 사진이 1면 제목에 겹쳐 달리면서 마치 정 후보는 세월호 참사를 슬퍼하는 것처럼, 박 후보는 세월호 참사와 관계없이 기뻐하는 것처럼 해석된 것이다.


이후 누리꾼들은 “사진과 편집기술을 이용한 교묘한 왜곡·편파보도의 전형”이라며 서울신문을 강하게 비난했다. 현재 포털사이트에서 ‘서울신문’을 검색하면 ‘악마의 편집’이라는 연관검색어가 뜰 정도다.


앞서 5판까지는 정 후보와 박 후보가 나란히 서 있는 무난한 사진이었으나, 이후 진행된 저녁 편집회의에서 사진 수정 논의가 이뤄졌다. 15일 서울신문 공보위소식에 따르면 이날 야간 국장은 “10판 상황에서 정 의원이 우는 사진이 새로 나와서 당연히 써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3면에 얼굴 사진이 있어서 (앞에다) 쓴 것뿐이다. (정 의원이나 박 시장을) 조롱할 의도는 전혀 없었고, 단지 제목 때문에 오해를 받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공보위는 “신문 제작 당시 몇몇 야근자가 1면 사진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했고, 이에 야간 국장은 ‘사진은 사진으로만 보라’며 수정 요구를 일축했다고 한다”며 “하지만 판을 거치면서 편집부 야근자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급기야 박 시장 측에서도 항의전화가 이어지자 20판부터는 편집은 그대로 둔 채 박 시장만 조금 덜 웃는 얼굴로 사진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곽태헌 편집국장은 “제목을 주의 깊게 보지 못한 것은 불찰”이라면서 “초판 이후 회의에서는 웃는 사진과 대비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진 교체를 발제한 당사자가 그날 야간 국장이다보니 (약간 다른 사진으로 교체한 선에서) 마무리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곽 국장은 “이후 취재·사진·편집 전 과정에서 늘 조심하자고 당부하고 있다”며 “신문 논조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와 6·4 지방선거 등 예민한 시기에 이러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이날 최종 책임자였던 야간 국장에 대한 징계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공보위소식은 “말 한마디로 공영방송사 보도국장이 날아가고 사장의 진퇴여부까지 논의되는 마당”이라며 “특정인의 의도였든 아니든 이날 1면 덕분에 서울신문은 정치권은 물론 언론계 안에서도 톡톡히 망신을 당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문이 온라인에서 마구 조롱당하고 있는데도 신문 제작에 관여한 그 누구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며 “치명적인 오보든 의도적인 실수든 보도에 따른 책임에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회사는 즉각 관련자에게 책임을 묻고 편집국도 이번 사태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야간 국장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하는 선까지 논의가 진전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서울신문 관계자는 “논의 결과 회사 차원에서 구두경고를 하기로 결정했다”며 “조만간 공보위 회의를 열어 유감을 표명하고, 공정보도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는 사측이 사실상 이번 사태를 유야무야 넘기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류지영 노조위원장은 “구두경고는 너무나 이해가 가지 않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사실 확인을 거쳐 항의 조치 하겠다. 회사 기강을 바로 세우는 차원에서 엄벌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