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9시 뉴스 큐시트를 받아보며 KBS 보도에 사사건건 개입해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길환영 사장이 별도의 비선라인을 통해 보도국을 사실상 ‘사찰’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예상된다.
KBS 기자협회 내 ‘보도 개입 의혹 진상조사팀’은 제작거부 사흘째인 21일 “길환영 사장이 비공식 라인을 통해 ‘뉴스9’ 가편집 큐시트와 보도국 내 현안 등 정보사항을 보고받았음을 시사하는 물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김시곤 전 국장은 지난 16일 기자총회에 참석해 “매일 오후 4시경, 그날의 9시 뉴스 큐시트를 사장에게 보냈다”고 증언했으며, 길 사장 역시 이를 인정했다. KBS 기자협회는 이것만으로도 길 사장이 보도의 독립성을 침해했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길 사장이 보도국장 보고 이전에 별도의 채널을 통해 보도국 내 9시 뉴스 아이템 선정 과정을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란 의혹이 추가로 제기된 것이다.
KBS 기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2시50분경, ‘뉴스9’ 큐시트 한 장이 팩스로 사장실에 전달됐다. 해당 큐시트는 김시곤 당시 보도국장이 보낸 것이 아니었다. 발신지는 보도본부 내 디지털뉴스국이었다. 이에 KBS 기협이 지난달 17일부터 28일치의 디지털뉴스국 팩스 송수신 기록을 분석한 결과, 문제의 ‘뉴스9’ 가편집 큐시트를 포함해 모두 12건의 송신 내역이 확인됐다. 대부분 아침 편집회의가 끝난 오전 11시30분부터 12시 사이였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보도국 간부들은 “이전에도 보고한 적도 없는 사실을 길 사장이 이미 자세히 알고 있어서 깜짝 놀란 적이 여러 번 있었다”, “편집회의에서의 발언이 고스란히 사장에게 전해지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지는 정황도 여러 차례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장실에 팩스를 보낸 당사자로 추정되는 디지털뉴스국 소속 모 인사(현재는 방송문화연구소 소속)는 진상조사팀의 해명 요청에 대해 “보도국의 공식 지휘라인을 무시하고 사장에게 큐시트를 보내거나 정기적으로 보고한 적은 없다”며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다만 “보도국 현안에 대해 사장에게 조언을 한 적은 있다”고 인정했다.
진상조사팀은 의혹의 또 다른 당사자인 길 사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지만 해명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KBS 기협은 길 사장에게 공식적으로 해명을 요청하고, 디지털뉴스국으로부터 사장실에 건네진 자료의 실체를 규명해 추가로 공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