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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길환영 사장 고리로 KBS 보도통제

젊은 기자들 반성문 김시곤 전 국장 폭로로 이어져
인사 개입하고 보도국장에 전화…일상적 개입 확인

김고은 기자  2014.05.21 13:5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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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기자협회가 길환영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예정보다 앞당겨 제작거부에 돌입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사 로비에서 노조원들이 결의사항이 적힌 대자보를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보도 공정성 논란에서 촉발된 KBS 사태의 핵심은 정권의 보도통제다. 길환영 사장이 청와대와 유착해 KBS 보도에 지속적으로 개입하고 인사까지 간섭해온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KBS 구성원들이 길환영 사장 사퇴 없이는 KBS 정상화는 불가능하다며 한 목소리로 퇴진을 촉구하고 있는 이유다.

사상 유례 없는 사장 퇴진 여론과 KBS 정상화 싸움에 단초를 제공한 것은 KBS 막내기자들의 반성문이었다. 세월호 취재 현장에서 “기레기 중 기레기” 취급을 받으며 온갖 수모를 겪어야 했던 KBS 막내기자들은 지난 7일 “침몰한 KBS 저널리즘을 이대로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다”며 먼저 행동에 나섰다. 이는 곧 선배들의 자성과 참회로 이어졌고,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보도 외압 폭로로 증폭됐다. 일각에선 김 전 국장이나 부장단 등이 모두 길 사장 체제의 ‘부역자’이며 ‘기회주의 세력’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이번 싸움을 통해 단순히 사장 퇴진을 넘어 공영방송 KBS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줄곧 문제가 돼온 KBS의 정권 편향 보도의 배후에는 길환영 사장, 그리고 청와대가 있었다. 김시곤 전 국장은 지난 16일 기자 총회에 참석해 청와대와 길 사장이 지속적으로 보도에 외압을 행사해온 사실을 폭로했다. 그에 따르면 청와대는 세월호 사고 실종자 구조 작업과 관련해 해경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 줄 것을 끊임없이 요청했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길환영 사장을 통해 거듭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국장은 연락 당사자가 이정현 홍보수석이란 점도 인정했다.



   
 
   
 
청와대는 KBS 출입기자 인사까지 간섭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청와대는 이화섭 당시 보도본부장에게 특정 기자를 청와대 출입기자로 발령할 것을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자 길 사장은 이 전 본부장을 인사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김 전 국장 사퇴와 길 사장의 세월호 유가족 사과에 청와대가 개입한 사실도 다시금 확인됐다. 김 전 국장은 당시 길 사장이 자신을 불러 “대통령 뜻이니 그만두라”고 하며 눈물까지 흘렸다고 전했다.

김 전 국장의 폭로로 그동안 숱하게 제기돼왔던 정권의 KBS 보도 개입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방송은 장악할 수도 없고, 장악할 의도도 없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말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청와대는 일언반구도 없다. 19일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서도 이에 대한 해명은 빠졌다. 보도 외압 논란을 KBS ‘내부 문제’로 국한시키겠다는 계산이다. 길 사장의 부인과 청와대의 ‘모르쇠’에도 불구하고, 김 전 국장이 기록한 보도 외압 일지와 박준우 정무수석 발언, 백운기 보도국장 임명 전 청와대 인사와 사전 접촉 의혹 등 모든 증언과 증거들이 청와대와 길 사장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KBS 사장 퇴진 여론이 정권 책임론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이유다.

한국기자협회는 20일 성명을 내고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해경 비판을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하는가 하면 특정 기자를 청와대 출입기자로 발령낼 것을 요구하고, 더욱이 보도국장을 해임하라고까지 하는 청와대의 행태는 KBS에 대한 간섭이 일상화됐음을 의미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KBS 보도 및 인사개입에 대해 사과하고 청와대 관련자들을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당장 해임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