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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환영 KBS 사장에 대한 퇴진 여론이 비등하고 있는 가운데, KBS 양대 노조 조합원들이 19일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길환영 사장의 출근을 온몸으로 저지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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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이사들 해임제청안 제출…1노조·새노조 총파업 투표KBS 기자들이 마이크와 카메라를 내려놓았다. 뉴스와 시사프로그램 앵커들도 스튜디오를 떠났고 보도본부장에서 부장, 팀장들까지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제작본부, 경영본부, 기술본부에서도 보직 사퇴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정작 물러나라는 요구를 받고 있는 길환영 사장은 ‘버티기’에 들어갔다. KBS 양대 노조는 총파업 준비에 돌입했다. 진퇴양난, 사생결단. KBS 사태가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길환영 사장은 지난 19일 일부 언론과 기자회견을 갖고 “지금은 물러날 시기가 아니다”라며 사퇴 거부 입장을 밝혔다. 이어 청와대 인사와 사전 접촉 의혹이 일었던 백운기 보도국장을 박상현 해설위원실장으로 교체하고, 공석이던 보도본부장 자리에 이세강 보도본부 해설위원을 임명했다. ‘정면돌파’ 방침을 밝힌 것이다.
길환영 사장이 청와대 지시를 받아 KBS 보도와 인사에 개입했다는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2차 폭로 이후, 길 사장 사퇴는 초읽기라는 전망이 나왔다. 아울러 사상 초유의 보도본부장과 보도본부 부장단 총사퇴로 길 사장은 고립무원에 내몰리는 분위기였다. 길 사장이 19일 기자회견에서 현재 사태를 수습한 뒤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그러나 밤새 분위기가 반전됐다. KBS 한 관계자는 “사퇴 뜻이 없으며 정면 대응 방침으로 선회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사퇴 거부는 곧 지방선거를 앞둔 정권의 뜻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KBS 양대 노조는 19일 출근을 시도하던 길 사장의 차량을 온몸으로 막아 10분 만에 발길을 돌리게 했다. KBS 기자협회는 시점을 앞당겨 이날 오후 1시부터 제작거부에 돌입했고, 보도본부 팀장급 49명과 최영철 ‘뉴스9’ 앵커를 비롯한 기자협회 소속 앵커 전원도 제작거부에 동참했다.
그러나 길 사장은 개의치 않았다. 그는 김 전 국장의 폭로 내용 일체를 “과장, 왜곡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해경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라는 지시나, 박근혜 대통령 뉴스 순서까지 정해준 것이 ‘보도 외압’이 아닌 “단순한 의견개진”이었다는 것이다. 이미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의 발언과 김 전 국장의 폭로로 드러난 보도국장 사퇴 및 세월호 유가족 사과에 청와대가 개입한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길 사장은 자신을 향한 퇴진 여론을 “좌파 노조에 의한 방송 장악 음모”이자 “직종 이기주의”로 폄훼하기도 했다. 길 사장은 “문제가 된 김 전 국장의 발언은 노사 공방위 안건으로도 다룰 수 있는 안건인데 기자협회에서 강경하게 나온 것”이라며 “다수의 직종 직원들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주장과 달리 사장 퇴진 여론은 이미 보도본부를 넘어 전 직종, 전 구성원으로 확산되고 있다. TV본부와 편성본부, 지역방송총국 소속 팀장급 PD 52명이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보직을 사퇴했고, 경영직군 팀장 35명과 기술본부 팀장 27명도 동참했다. KBS PD협회는 19일 긴급 총회를 열어 제작거부를 결의하고, 길 사장을 제명했다. 지난 15~17일 새노조가 실시한 사장 신임 투표는 97.9% 불신임이라는 사상 초유의 기록을 냈다.
KBS 이사회에도 길 사장 해임제청안이 제출됐다. KBS 야당 측 소수 이사 4명은 19일 “‘청와대 방송’으로 전락한 공영방송 KBS의 오명을 조금이라도 빨리 털어내고 이번 사태를 정상화의 밑돌로 삼을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길 사장 해임제청안의 제출과 의결”이라고 밝혔다. 해임제청안에 대한 논의와 의결 여부는 21일 이사회에서 결정된다.
한시적 제작거부에 들어갔던 KBS 기자협회는 제작거부를 무기한 연장키로 했다. 기자협회는 20일 비대위 회의를 열어 세월호 유가족, 실종자 가족 취재를 위한 최소한의 인력을 제외하고 제작거부를 지속하기로 결의했다. 이미 KBS 9시 뉴스는 19일 20분으로 축소되고 마감 뉴스인 ‘뉴스라인’ 등이 결방되는 등 파행이 이어지고 있다.
KBS 새노조는 21일부터 사흘간 총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한다. 교섭대표노조인 KBS노동조합(1노조)도 27일까지 파업 찬반 투표를 벌인다. 권오훈 새노조 위원장은 “청와대를 등에 업고 뉴스를 농단했던 길환영 사장의 운도 여기서 다했다”며 “KBS의 미래와 앞으로 그 미래를 함께할 수많은 후배들을 생각한다면, 더 늦기 전에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