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KBS보도본부 부장단 전원 사퇴

부장단 실명 성명 "길환영 사장 즉각 사퇴하라"

김고은 기자  2014.05.16 14:48:31

기사프린트

KBS 보도본부 부장들이 길환영 사장 퇴진을 촉구하며 총사퇴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일어났다. 전임 보도국장에 이어 보도본부 부장단 전원이 사장 퇴진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길환영 사장이 벼랑 끝에 내몰렸다.


KBS 보도본부 부장들은 16일 사내게시판에 ‘최근 KBS 사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최근의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고 부장직에서 사퇴하고자 한다”면서 “길환영 사장에게 요구한다. 즉각 사퇴하라”고 밝혔다.

‘KBS 보도본부 부장단 일동’ 이름으로 발표된 성명에는 부장 18명의 실명이 함께 기록됐다. “참담하다”고 운을 뗀 이들은 “20년 이상을 뉴스현장에서 보낸 우리들은 지금 우리의 보람이자 긍지여야 할 KBS가 날개도 없이 추락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 이러다 KBS가 끝내 쓰러지는 것일까. 피해는 결국 공영방송의 주인인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두려움마저 느끼고 있다”고 서두를 열었다.

이들은 “일련의 세월호 보도, 전임 보도국장의 부적절 발언 논란과 충격적 폭로 등이 지금 사태의 직접적 계기가 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뇌관이었을 뿐이다. 폭약은 이미 차곡차곡 쌓였고 터질 때를 기다려왔다”면서 “일선 기자들과 동고동락하며 뉴스의 최전선을 지켜온 우리 부장들부터 먼저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이어 길환영 사장이 보도에 사사건건 개입해 왔다는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폭로에 대해 “그간 길 사장의 행보에 비춰볼 때 그런 폭로를 충분히 사실로 받아들일만하다고 본다”면서 “정권으로부터 독립성을 지키지 못한 사람이, 아니, 정권과 적극적으로 유착해 KBS 저널리즘을 망친 사람이 어떻게 KBS 사장으로 있겠단 말인가”라고 성토했다.

또한 “얼마 전 길 사장은 사과는커녕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면담 요청을 거부하며 버티다 그들이 청와대 앞으로 달려가자 갑자기 태도를 바꿔 머리를 조아렸다”면서 “그에게 공영방송 KBS의 최고 책임자의 품격과 위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직 자신의 안위를 지키려는 자의 측은함, 우리가 그에게서 본 것은 그것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KBS가 누란의 위기에 처해있는데도 길 사장은 마지막 순간까지 공영방송 KBS와 그 구성원들을 욕보이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당장 사퇴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이들은 세월호 관련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러난 김시곤 전 보도국장에 대해서도 “우리의 이런 결의가 당신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 결코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보도국장 재직 시절 사장의 지시를 받아 KBS 보도를 직접적으로 굴절시킨 책임자는 당신 아닌가. 세월이 좋을 때는 사장의 충실한 파트너였다가 일이 틀어지니까 폭로에 나선 것 아닌가”라며 “당신은 공영방송 KBS의 보도책임자로 부적격자였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들은 지난 9일 김시곤 전 국장의 사퇴 기자회견 직후부터 사퇴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15일 ‘뉴스9’에서 세월호 관련 KBS 보도를 반성하는 리포트를 내보낸 뒤,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모아졌다는 후문이다.

보도본부 부장단 총사퇴로 당장 이날 저녁 뉴스 제작부터 일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장단은 이날 오후부터 업무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국에 남은 보직 간부는 사실상 백운기 보도국장이 거의 유일하다. 백 국장은 지난 11일 청와대 모 인사를 만난 뒤 보도국장에 임명됐다는 ‘청와대 인사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당사자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는 즉각 성명을 내고 “보도국 부장들의 사퇴가 보도본부 만의 상황으로 끝날 것 같은가. 타 본부 간부들까지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입장표명과 행동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면서 “이제 영욕의 세월은 잊고 겸허하게 국민 앞에 고개 숙이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