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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5일 MBC는 죽었습니다"

1인 시위 나선 이성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장 편지

강진아 기자  2014.05.16 13: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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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일 여의도 MBC사옥 로비에서 1인 시위에 나선 이성주 MBC본부장. (사진=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마지막 몸부림조차 포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미약하지만, 다른 시작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걸음 내디디면 보이지 않던 길을 볼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이성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장이 한 통의 편지를 띄웠다. 16일 서울 여의도 MBC사옥 로비에 모습을 드러낸 이 본부장은 참담한 심정이었다. 조합원 아무도 모르게 홀로 삭발을 하고 나타난 이 본부장은 “지금이라도 사죄해야 한다”며 1인 시위에 나섰다. 부끄러움을 넘어 피눈물이 나는 심정이었다.


“5월 15일. 결국 MBC에 사망선고가 내려졌습니다. 세월호처럼 완전히 가라앉았습니다. 우리나라 저널리즘 역사에 영원히 남을 이 날, MBC는 반성의 유전자를 결여한 최소한의 양식도 없는 구제불능의 집단이 됐습니다. 아무런 반성도 참회도 없이 여전히 오만한 시선으로 뉴스를 편집하고 기사를 썼습니다.”


KBS와 MBC 등 세월호 참사 보도와 언론에 대한 반성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반성의 물결에 15일, KBS는 기자들의 요구로 그간의 KBS보도를 돌아보고 잘못을 반성하는 리포트를 냈고 SBS는 김성준 앵커와 유족과의 대담에서 언론 불신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이 본부장은 “이미 잃을 대로 잃어버린 신뢰를 다시 찾고 침몰한 ‘언론사 MBC’를 인양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이제는 늦었다. 사과할 기회조차 놓쳐버렸다”고 토로했다.


기자들이 먼저 나서서 반성해야 한다고 사과해야 한다고 외쳤지만, 보도국 간부들과 경영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지난 7일 민간잠수부의 죽음을 실종자 가족들의 잘못으로 치부하는 ‘분노와 슬픔을 넘어서’ 리포트에 기자들도 시민들도 거세게 반발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잇따라 보도국 간부들의 망언이 속속 튀어나왔지만 이마저도 모르쇠였다. 이 본부장은 “그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반성문을 쓴 기자들에게 ‘색출’을 운운하고 또 부당인사의 철퇴를 휘둘렀다”고 밝혔다.


단 하나, 공정방송을 외치며 마이크와 카메라를 놓았던 2012년. 170일 파업을 하고도 바꾸지 못했던 MBC, 7명이 해고되고 셀 수 없는 사람들이 징계를 당하고 쫓겨났지만 달라지기는커녕 더 악화만 됐다. 어쩌면 애초에 그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불가능한 일일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엄습했다.


이 본부장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사측 또한 알고 있을 것이다. 무단협, 해고자, 가압류, 대체인력, 대량징계… 우리에게 지워진 조건들. 수많은 생각에 매일 밤 끙끙 앓다가 이것이 답인가 하다가도 또 번복하고 또 고민하는 쳇바퀴가 계속됐다”며 “하지만 MBC보도국 수뇌부들은 ‘색출’과 ‘제거’를 모의할 뿐 무엇이 잘못인지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또 “경영진도 보도국 수뇌부 인식에 이의를 제기할 생각이 조금도 없어 보인다”며 “방송문화진흥회도 그들의 책임을 방기하고 외유를 떠난다고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차마 ‘포기’할 순 없다. 어두운 현실에 수많은 고뇌가 들지만 심장은 이 같은 머리의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끝까지 몸부림쳐야 한다고, 행동하고 절규해야 한다고 심장이, 온몸이 외치고 있다.


“고백합니다. 이미 늦었지만, 이미 가라앉았지만 그 배를 끝내 지켜내지 못한 우리가 다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가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우선 저부터 움직여 보려 합니다. 의미 없는, 부질없는,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몸짓일지라도 일단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제자리를 맴도는 수많은 고민들을 일단 제쳐놓고 일단 한 걸음 내딛어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