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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에 기댄 KBS·MBC 경영진 물러나라"

언론단체, 기자들 세월호 보도 반성 격려·경영진 비판 성명 잇따라

김희영 기자  2014.05.16 10:4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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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이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소속 기자들의 반성과 사과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기자협회를 비롯한 언론단체와 각 언론사들은 성명과 사설 등을 통해 공영방송이 권력으로부터 독립하고 언론의 제 역할을 해 나갈 것을 촉구했다. 또한 언론계 선배 100여 명은 현직 언론인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기자협회는 15일 성명을 통해 세월호 보도에 대한 기자들의 반성에 부당인사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KBS와 MBC의 비상식적 행태를 비판했다. 기자협회는 “세월호 보도와 관련한 기자들의 반성문에 부당인사로 보복하는 MBC, 보도통제 폭로에 침묵만 지키는 길환영 KBS 사장의 몰상식적인 행태는 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MBC와 KBS의 현주소”라며 “진실을 알리는 언론 본업을 팽개치고 자기 보신에 눈이 멀어버린 MBC 사측에 이성 회복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기자협회는 길환영 KBS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기자협회는 “KBS 기자들이 취재 현장에서 불신을 넘어선 분노를 마주하고 있는데도 ‘타 언론사의 오보나 선정적 보도 경향과는 달리 KBS 사회 중심추 역할을 했다’고 자찬했다”며 “그런 그는 뒤로는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폭로가 말해주듯 권력의 눈치만 보며 사사건건 보도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방송기자연합회는 15일 성명을 내고 “KBS 기자들이 세월호 참사 보도를 반성하고, 공정방송을 이루기 위한 내부 개혁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청와대를 위해 사사건건 보도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사장은 기자들의 퇴진 요구에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MBC 기자들도 보도의 기본원칙을 지키지 못했음을 시인하고, 언론 본연의 모습을 되찾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사측은 오히려 기자들에게 또 보복인사를 자행하는 등 역주행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자들의 외침은 간단하다”며 “실종된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앞으로는 충실히 지키겠다는 것이고,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권력이 개입할 수 없도록 내부 시스템을 바로잡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KBS, MBC 두 방송사 기자들의 자기반성과 개선 노력에 공감한다”며 “KBS, MBC 경영진은 기자들의 진지한 목소리를 무시하고 억압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 것을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14일 논평을 통해 “KBS와 MBC 양대 공영방송을 지배하고 있는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은 이미 정치권력의 주구들이며 그 자리를 통해 누리고 있는 권력의 부산물에 취해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MBC기자회는 지난 13일 성명성에서 ‘약속을 지킬 자신이 없어 언론본연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솔직하지만 서글픈 이 현실이 현재 세월호에서 나타난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언론의 현주소”라고 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언론사의 게이트 키퍼들이 정부에 대한 비판적 자세와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는 언론의 기본 책무를 몰랐다기보다는 고의적으로 회피한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며 “이것은 내부의 양심세력들이 국민에게 원하는 구조신호이다. 우리는 이들 양심세력들의 구조요청이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오지 않도록 부패한 정부와 언론의 유착 고리를 끊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논의를 시작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성명에서 “독립성과 공정성이라는 상식이 무너져버린 언론이 어떤 결과를 낳고 있는지 흉기로 변해버린 언론의 민낯을 우리는 처참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며 “국민을 등지고 정권만 바라보는 공영방송의 해악으로부터 이젠 벗어나야 한다. 누누이 강조해왔듯이 그 시작은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권은 2년이 다 되도록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지만 그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유일한 언론관련 대선공약이었다”면서 “방송공정성 법안을 누더기로 만들어 버린 국회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논의를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너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언론에 대한 불신이 임계점을 넘기 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디어공공성포럼도 16일 성명에서 “KBS 보도국장의 보직 사퇴 과정에서 드러났듯, 청와대가 공영방송을 직간접적으로 통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세월호 보도의 문제와 부적절한 언행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이러한 구조적 문제 속에서 파생된 것”이라며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대한 근본적 개혁 없이는 언제든지 되풀이 될 수 있는 문제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한 지배구조 개혁 단행 △새누리당의 수신료 인상 날치기 시도 중단 △공정성 확립 이후 수신료 인상 재논의 △공영방송 국장급 직선제 등을 주장했다. 




   
 
  ▲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8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S 앞에서 KBS 보도국 간부가 밖으로 나올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KBS 보도국 한 간부가 지난달 부서 회식 자리에서 '세월호 사고는 300명이 한꺼번에 죽어서 많아 보이지만, 연간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 수를 생각하면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격노, 경기 안산 정부 합동분향소에서 영정을 들고 KBS로 향했다. (뉴시스)  
 
언론사들도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요구하는 사설을 내놨다.


한겨레는 ‘침몰한 공영방송 구출 시급하다’는 제목의 14일 사설에서 “그동안 한국방송(KBS)은 공영방송으로서 제 모습을 잃고 정권 보위 방송으로 전락했다는 말을 숱하게 들었다. 세월호 참사 보도 과정에서 참담하게 망가진 그 속살이 낱낱이 드러났을 뿐”이라며 “이런 문제는 문화방송(MBC)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세월호 유족에 대한 주요 고위 간부들의 잇단 망언 등) 이런 몰상식한 행태들이 결국 공영방송을 정권에 빌붙은 ‘종박방송’, ‘청영방송’이라는 굴욕적인 말을 듣는 지경으로까지 몰아간 것”이라고 일갈했다.


한겨레는 “지금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에서 일고 있는 기자들의 집단 반발은 침몰한 공영방송을 구출하겠다는 몸부림”이라며 “이 몸부림이 다시 무위로 끝난다면 공영방송은 영원히 국민의 버림을 받고 말 것이다. 기자들의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 주목받는 이유”라고 했다.


특히 경향신문은 청와대의 ‘KBS 보도국장 사전 면접’에 대해 실체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KBS 노조가 백운기 신임 보도국장이 임명 전날인 11일 청와대 관계자와 만나 사실상의 ‘면접’을 치렀다는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백 국장의 차량 기록을 증거로 제시했다.


경향은 15일 사설에서 “우연찮게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청영방송(청와대가 경영하는 방송)’의 실체가 잇따라 밝혀지고 있다”며 “청와대는 지금이라도 ‘면접 의혹’과 관련된 사실을 남김없이 밝히고, KBS의 인사와 보도제작에 관한 통제·간섭을 중지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청와대가 앞으로도 계속 KBS를 장악하고 싶다면 이참에 공영방송이라는 위선적인 허울을 벗겨내고 아예 자신의 부설기관으로 만드는 편이 차라리 나을 것”이라며 “오욕의 ‘청영방송’을 청산하고 공영방송의 본령을 지키겠다는 기자들의 노력이 성과를 거두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16일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새언론포럼, 언론광장, 방송독립포럼, MBC·YTN 해직언론인 등 100여명의 언론계 선배들은 ‘반성하고, 행동합시다’라는 제목으로 현직 언론인들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무고하게 죽음을 당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유족, 그리고 생사는커녕 시신조차 확인되지 않아 진도체육관에서 한 달 동안이나 비통한 나날을 보내온 실종자 가족들 앞에 무릎을 꿇고 언론이 저지른 직무유기와 권력에 대한 비굴한 복종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를 드린다”며 “우리가 현업에 있던 때 언론사의 사유화와 권력에 대한 예속화를 막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확고하게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날 후배 언론인들이 저런 굴욕과 모욕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2012년의 언론대투쟁 이래 온갖 역경 속에서 좌절과 무기력에 빠져 있던 날들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이제 자유언론, 공정방송 건설을 위해 하나가 되어 떨쳐 일어나야 할 때”라면서 “지금은 여러분이 소속 회사를 가릴 것 없이 전국적으로 하나가 되어 자유언론과 공정방송을 이루기 위해 어깨동무하고 나서야 할 때이다. 여러분의 고뇌와 아픔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우리는 그 길을 기꺼이 함께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