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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상한 형 같던 선배, 천국에서 편히 쉬세요"

故 임중식 한국경제 편집국 부국장 추도사

한국기자협회  2014.05.14 14:3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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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故 임중식 부국장  
 
임중식 한국경제신문 편집국 부국장이 지난 6일 새벽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56세. 고인은 1980년 한국경제에 입사해 교열부장, 편집위원, 기사심사부장 등을 지내며 평생을 교열기자로 살았다. 이에 본보는 고인을 추도하는 한국경제 후배 기자들의 글을 싣는다.


임 선배, 이제 이렇게 불러볼 날이 얼마나 있을지요. 사랑하는 가족들, 34년간을 늘 옆에서 함께해온 선후배 동료들을 놔두고 어찌 그리 먼 길을 훌쩍 떠나신다는 말입니까. 아직은 젊디젊은 선배가, 아직은 이승에서 해야 할 일이 많은 선배가, 이곳을 두고 어디 더 좋은 곳이 있어서 이리도 황망스럽게 떠난단 말인가요.

넉넉한 웃음에, 누구보다도 부지런했던 임 선배를 우리 모두는 이제 다시 볼 수 없게 됐습니다. 후배들에게는 늘 자상한 형처럼 인생상담을 해주시던 선배, 그러나 일에서만큼은 엄한 아비의 심정으로 후배를 가르치던 모습이 어제의 일처럼 스쳐지나갑니다. 기사심사부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선배가 빠져나간 빈자리를 이제 누가 메울 수 있단 말인가요. 신문 교열에 대해 고민하며 불면의 밤을 지새우던 선배가 혼신을 다해 만들던 지면들이 눈에 밟혔을 터인데, 어찌 그리 급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까.

1980년 한국경제신문에 입사한 선배는 34년간을 오로지 교열 외길만 달려온, 천생 교열기자였습니다. 누구보다 아침 일찍 출근해 밤늦도록 야근자와 함께 일에 매달리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1990년대는 신문제작의 CTS화가 완성되고 전면적인 가로짜기 체제가 도입돼 한국 언론사에서도 혁명적인 변화의 시기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선배는 그런 가운데서도 새로운 체제에 맞는 기사문체를 개발해야 한다고 밤낮으로 노력했지요. 후배들을 독려하며 좀 더 쉽고 친근한 기사문장을 만들기 위해 누구보다 앞장섰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임 선배, 들리시나요.
선배가 좋아하던, 그리고 선배를 좋아하고 따르던 후배들의 가슴 아픈 회한의 소리들이. 투병 중 한때 몸이 회복돼 업무에 복귀했을 때의 그 좋아하시던 표정, 일하는 후배들이 안쓰러워 때마다 저녁을 사주시던 선배, 정작 선배는 국물 한 술도 뜨지 못하셨죠.

임 선배, 기억나세요.
교열기자는 보이지 않게 신문에 기여하는 마지막 게이트키퍼라고. 열 번을 잘해도 한 번 실수해 놓치면 모든 게 나의 잘못으로 돌아오는 숙명이라고. 그러면서도 우리는 화장 안 한 기사의 민낯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고 위로해주던 술자리들….

이런 날들을 놔두고 선배 혼자 훌쩍 어디로 간단 말입니까. 선배는 떠나지만 한솥밥을 먹으며 희로애락을 나누던 우리들은 결코 선배를 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 후배들은 마음을 다잡고 선배를 놓아주어야 할 때란 것을 압니다. 임 선배, 이제 천국에서 편히 쉬십시오. 직장동료들, 친구들, 선배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선배를 오랫동안 기억할 것입니다.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도록’ 후배들도 열심히 살겠습니다. 그리고 선배도 사랑하는 가족과 늘 함께했던 선후배 직장동료들을 기억해 주셔야 합니다. 부디 편히 잠드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