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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보도 정형화…역사적 의미 담지 못해"

'5.18과 언론' 세미나, 일부 언론 상업적 이용 지적도

강아영 기자  2014.05.10 17: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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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5·18과 언론-민주주의와 기억의 장에 대한 성찰’을 주제로 한국언론학회 특별세미나가 열렸다.  
 
언론계·학계 전문가들은 지난 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5·18과 언론-민주주의와 기억의 장에 대한 성찰’ 세미나를 갖고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언론이 어떤 역할을 수행해 왔는지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발제를 맡은 주재원 동의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개인들의 사적인 기억조차도 타인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만들어지고 사회적 맥락에 의해 성립한다”며 “이를 ‘집합기억’이라고 하는데 집합기억을 관리하고 재생산하는 역할을 미디어가 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집합기억을 생산하는 주체로서 텔레비전 뉴스를 분석해 오늘날 5·18이 어떤 기억으로 재현되고 있는지 분석했다고 밝혔다.

주 교수는 2000년 이후 매년 5월18일에 방영된 5·18 관련 뉴스를 대상으로 뉴스가치분석을 시도했는데 이에 따르면 방송사들은 △대통령 참석 여부 △담화문의 정치적 쟁점화 여부 △기타 예상치 못한 사건의 발생 여부 등 본질과 무관한 요소들에 따라 뉴스 가치를 평가하고 있었다. 주 교수는 뉴스에 대한 담론 분석 결과, 5·18을 보도하는 태도도 매우 정형화·관례화되어 있다고 말했다.

토론자들은 이러한 언론의 행태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구길용 광주전남기자협회장은 “학술적으로 보지 않더라도 5·18 관련 보도가 노출빈도나 가치부여에서 후순위로 밀려난 것은 물론이고 보도 형식도 다분히 박제화·관행화 됐다”며 “주류 신문과 방송들이 5·18의 역사적 의미를 제대로 담기보다 행사를 짧게 소개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5·18 뿐만 아니라 언론이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해 제대로 보도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세은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한국 언론은 정치적이고 이데올로기적 왜곡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제주 4·3사건 등 주요한 역사적 사건들을 제대로 기록해오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안영춘 월간 나·들 편집장도 “1919년 3·1 만세운동부터 2008년 촛불집회까지 100년의 시간동안 주요 신문들의 보도 행태를 분석했는데 보도태도에 하나의 변화가 없었다”며 “치안·안보 논리, 경제발전 논리 등 강자의 논리와 힘에 대한 숭배가 보도의 특징이었다”고 말했다.

5·18에 대한 왜곡·폄훼 시도의 원인을 분석하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김주명 CBS 해설위원장은 “새누리당이 권력 지형에서 아주 유리한 구도를 갖고 있지만 민주화운동 등과 관련해서는 이념적·사상적으로 권력의 정당성에서 약점을 갖고 있다”며 “때문에 보수세력은 5·18에 대한 폄훼를 통해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고 이를 통해 권력의 정당성을 얻으려 하며 그 과정에 언론과 교과서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필모 KBS 보도위원은 시장주의와 상업주의적 관점에서 5·18의 왜곡 현상을 설명했다. 정 보도위원은 미국 FOX채널을 예로 들며 “남에 대한 터무니없는 명예훼손이 산업화되는, 일명 모욕산업이 생겨나고 있다”며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일부 종편방송이 5·18에 대한 모욕적 방송을 내보낸 것도 상업적으로 이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모욕산업과 상업언론의 문제를 보완하고 견제하는 것이 KBS, MBC 같은 공영방송들의 역할”이라며 “공영방송들이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시민이 공론장에서 제대로 감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