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를 7일 발표했다. 채 전 총장의 혼외자로 지목된 채 군이 친자가 맞으며, 청와대의 전방위적인 정보 수집은 ‘정당하다’는 결론이다. 8일 주요 종합 일간지들은 이를 일제히 사설로 다루며 “검찰이 청와대에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다만 지난해 9월 채 전 총장 혼외자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했던 조선일보는 채 전 총장에 진실 규명을 요구했다.
한겨레는 “검찰은 청와대에 ‘정당한 감찰 활동’이라며 무혐의 처분했고, 조선일보가 권력 주변에서 정보를 받아 보도했다는 의혹도 불기소 처리했다. 대신 채 군의 어머니는 불구속 기소, 채 군에 돈을 보낸 채 전 총장의 고교동창은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어느 쪽에 칼날을 들이대고 어느 쪽엔 눈을 감았는지가 확연히 드러난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검찰이 이런 결론을 내리기까지 제대로 수사했는지 의문”이라며 “채 전 총장에게 거듭 망신을 주고 비리 수사를 계속하겠다는 으름장으로 개연성이 더욱 분명해진 의혹이 사라질 리 없다. 되레 권력 눈치보기에 열중하는 검찰에 대한 불신만 깊어질 뿐”이라고 했다. 조선에 대한 수사도 봐주기식이라고 덧붙였다.
경향도 “치졸한 이중잣대는 정치검찰의 민낯을 드러내기에 부족함이 없다”며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는 시기적으로 의구심을 낳기에 충분하다. 세월호 참사 와중에 전직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을 들고 나온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간첩사건 증거조작으로 위기에 몰려 있던 검찰은 세월호 참사 발생 뒤 수사를 맡으며 별안간 ‘슈퍼 갑’ 행세를 하고 있다”며 “ ‘채동욱 찍어내기’ 의혹은 재정신청이든 특별검사든 또 다른 사법절차를 통해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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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외아들’ 논란과 법무부의 진상규명 착수에 전격 사의를 표명한 채동욱 검찰총장이 지난해 9월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나서며 기자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 ||
한국일보도 “검찰 수사가 청와대 관계자들의 일방적 주장을 인정하는 선에서 그쳐 ‘찍어 내기’나 ‘조직적 제보’ 의혹의 실체적 진실에는 제대로 접근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며 “청와대의 뒷조사를 통틀어 정당한 감찰행위로 판단했고, 그런 판단이 청와대의 설명에 의존한 결과라는 점은 허점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혼외자 의혹 보도 이전의 개인정보 접근 행위가 ‘찍어 내기 의혹’과 무관하다는 판단도 당사자들의 말에 편안히 기댄 결론으로 비친다”며 “윗선을 밝히지 못한 것은 물론 ‘채동욱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덧붙여 기소한 날과 정확히 겹친 수긍할 만한 이유도 찾아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도 청와대에 대한 수사가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중앙은 “정작 수사 결과를 들여다보면 ‘혼외 아들 의혹이 맞는 것으로 보인다’는 부분 외에 속 시원히 밝혀진 것이 없다”며 “검찰이 청와대에서 조직적으로 채 전 총장을 뒷조사했다는 의혹에 ‘정당한 감찰’이라며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문제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동아도 “검찰은 ‘임 씨가 검찰총장 부인 행세를 하며 금품을 수수했다’는 비리 첩보에 감찰 활동을 벌인 것이라고 청와대에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며 “누가 조모 전 총무비서관실 행정관에게 업무와 상관없는 일을 지시했는지, 검찰이 ‘윗선의 배후’까지 밝혀내겠다는 의지를 갖고 수사를 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반면 중앙과 동아는 채 전 총장과 삼성이 관련됐다는 뇌물수수 의혹 수사도 촉구했다. 중앙은 “수사팀은 뇌물수수 고발 사건에 대해 수사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이것 역시 어물쩍 넘어가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고, 동아도 “검찰은 채 전 총장에 대해 소환조사를 하지 않았다”며 “삼성에 대해서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채 넘어갔다. 채 전 총장과 삼성과의 관련성 등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를 해서 진상을 가려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채 전 총장 혼외자 의혹을 처음 문제제기했던 조선일보는 청와대에 대한 수사결과보다 ‘혼외자가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조선은 “채 전 총장은 조선일보 보도로 혼외자 문제가 처음 불거지자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그 뒤로도 사실을 인정할 기회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진실을 외면해왔다”며 “일부에서 그가 정치적 음모에 의해 희생됐다는 주장을 제기했지만 채 전 총장이 자신의 치명적 흠결을 숨기고 검찰총장직을 받아들였던 것부터가 무모하고 사려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조선은 또 “국내 언론들 가운데 지난 8개월간 진실을 밝히려하기 보다는 정치 공방에 더 관심을 갖거나 음모론을 증폭시키는데 열을 올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진실 규명보다 진영 논리나 이해타산을 앞세운 언론들도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