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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 무효에 즉각 항소·재징계로 시간 끌기

KBS·MBC·YTN 등 정직처분 무효확인 승소
징계로 길들이기 시도에 법원 '무효 판결' 경고

강진아 기자  2014.05.07 14: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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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월17일 MBC 구성원 44명이 제기한 징계무효확인 소송에서 해고ㆍ정직 등 징계가 무효라는 판결 직후 여의도 MBC 남문 앞에서 해직언론인들이 판결에 대한 소감을 말하고 있다.  
 
MBC 김지경 기자 등 3명 무효소송 선고 예정


파업이나 회사 비판 등을 이유로 정직 등의 징계를 내린 것은 잘못됐다는 법원 판결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최근 정직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기자와 PD들이 승소하며 징계 재량권 남용과 부당성이 입증되고 있지만, 사측은 항소 또는 재징계로 이를 외면하고 있다.

지난 2일 서울고등법원은 엄경철 전 KBS새노조 위원장 등 전 노조집행부 3명이 제기한 정직처분 무효확인 소송에 대한 KBS의 항소를 기각했다. 지난해 6월 1심과 마찬가지로 지난 2010년 KBS새노조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받은 정직 처분이 ‘무효’라는 것을 재확인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노조 행위는 정당한 활동 범위”이자 “KBS 징계 처분은 재량권의 남용”이라고 판결했다.

엄 전 위원장은 “고법도 당시 파업의 목적이나 시기, 절차 등 모든 면에 있어 합법적이라고 판결한 것”이라며 “언론의 자율성과 보도의 공정성을 주장한 것이 정당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또 “공영방송 종사자들도 언론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재량권과 합법성을 인정해준 것”이라며 “법원이 언론 문제에 대한 진일보한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KBS는 파업에 참여한 60여명을 2012년 1월 인사위원회에 부쳤고 엄 전 위원장은 정직 6개월, 이내규 전 부위원장과 성재호 전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는 각각 정직 5개월, 김경래 전 노보 편집국장은 정직 4개월을 받았다. 이후 2~4개월로 일부 징계가 감경됐다.

파업의 정당성을 인정하며 정직 등 징계가 부당하다는 판결은 지난 1월에도 나왔다. 지난 2012년 170일간 진행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의 파업에 법원은 6명 해고와 38명 정직 등 전원 징계 무효를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법 제13민사부는 지난 1월17일 정영하 전 위원장 등 44명이 MBC를 상대로 낸 징계무효확인 소송에서 공정방송 보장을 요구한 방송사 근로자들의 파업은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한 것으로 그 목적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이를 두고 언론계 등 관련 단체들도 “언론자유를 위한 의미 있는 판결”이자 “언론의 감시와 비판적 역할은 공정보도에 있다는 상식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MBC는 해직자 복직은커녕 즉각 항소에 들어갔다.

YTN 역시 지난해 11월 전 노조 간부 3명의 정직 처분이 무효라는 판결이 났다. 법원은 1심에서 2012년 55일간 벌인 노조 총파업으로 김종욱 전 노조위원장과 하성준 전 사무국장, 임장혁 공정방송추진위원장에 내린 정직처분은 무효이며 정직기간 밀린 임금과 소송비용을 회사가 부담하라고 선고했다. 김 전 위원장은 정직 4개월, 임 공추위원장은 정직 3개월, 하 전 사무국장은 정직 2개월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사측은 “‘불법 정치파업’에 면죄부를 준 부당한 판결”이라며 반발했다.



   
 
   
 
회사를 비판하거나 사측의 불방 조치에 항의하는 등의 이유로 정직 처분을 받은 경우에도 법원은 과잉 징계라고 판단했다. 사측은 회사 지시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정직이라는 카드로 사실상 업무에서 배제했다. 이 같은 사례는 2012년 파업 이후 MBC에서 빈번했다. 지난 4월 법원이 정직 무효라고 선고한 이용주 MBC 기자도 사내게시판에 김재철 전 사장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사내질서 문란’으로 정직 6개월을 받았다. 라디오에서 김 전 사장을 풍자했다고 정직 3개월을 받은 안혜란 PD도 승소했다. 이 역시 재판부는 사측이 징계 재량권을 남용해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2008년 광우병 편을 보도한 PD수첩 제작진의 징계무효소송도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2011년 대법원은 제작진에 무죄를 선고했지만 사측은 조능희·김보슬 PD에 정직 3개월, 송일준·이춘근 PD에 감봉 6개월을 징계했다. 이에 1심과 2심 모두 징계의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사측은 지난 1월 징계 무효를 내린 2심에서 ‘일부 징계 사유가 존재한다’는 대목을 들며 지난 4월 또다시 정직 1개월·감봉 2개월을 내렸다. 지난해 방송 불방에 항의한 MBC PD 3명에 대해서도 보고 누락과 지시 불이행을 들며 정직을 내렸지만 법원은 지난 1월 “징계 사유가 아니다”라며 일축했다.

오는 9일에는 김지경 MBC 기자 외 2명에 대한 정직처분 무효확인 소송 선고가 예정돼 있다. 2012년 김지경·김혜성 기자는 ‘시사매거진 2580’ 소속 당시 외부 언론과의 인터뷰로 정직 3개월을, 강연섭 기자는 MBC 간부와 얽혀 있는 ‘정수장학회 비밀 회동’ 보도를 한 한겨레 기자에 대한 기사 지시 거부로 정직 2개월을 받았다. 하지만 이 역시 부당 징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라 ‘무효’가 점쳐지고 있다.

이처럼 정직 무효 판결이 계속되지만 회사는 징계에 변함없는 태도다. 김민아 전국언론노조 노무사는 “회사는 즉각 항소해 법원에서 다투고 있는 사안이라는 점을 들며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며 “정직이 과하거나 징계 사유가 없다는 판결에는 더 낮은 형으로 재징계를 하고, 다시 소송을 제기하도록 해 시간 끌기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달에는 파업으로 인해 사측이 제기한 업무방해 소송 선고가 이어진다. 26일 MBC 정영하 전 위원장 외 4명에 대한 업무방해소송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처음으로 국민들 시각에서 언론사 파업에 대한 판단이 나온다는 점에서, 그 결과에 따라 파업의 정당성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또 2012년 공정방송을 촉구한 KBS새노조 파업에 대한 업무방해혐의 소송 선고도 김현석 전 KBS새노조위원장 등을 포함해 3건이 대기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