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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신들도 세월호 침몰 사고를 주요하게 다뤘다. 지난달 18일 월스트리트저널 한국판 블로그에 올라온 기사. 침몰 사고 3일째이던 이날 국내 종합일간지 1면을 정리하며 "국민의 좌절과 분노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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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언론은 세월호 참사와 한국 언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중앙일보 사내 스터디 모임 ‘글로벌J’는 지난 2일 사옥 9층 대회의실에서 앨러스테어 게일(Alastair Gale) 월스트리트저널(WSJ) 한국지국장을 초청해 세월호 참사와 언론보도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토론에는 중앙일보, 중앙선데이,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5명이 참석했다.
게일 지국장은 한국 언론의 세월호 관련 보도에 대해 “한국은 매체가 정말 많다”며 “새로운 정보를 가장 먼저 얻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상당한 것 같다. 도대체 왜 기자가 울고 있는 단원고 학생에게 ‘네 친구가 사망해서 기분이 어떤지’ 묻고 있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게일 지국장은 “프로페셔널한 기자들도 많았다고 생각한다”며 “어려운 취재 환경과 감정적 동요로 기자들이 많이 힘든 상태였을 것이다. 다만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또한 게일 지국장은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언론에 대한 불신이 팽배했다”며 “사고 기간 동안 WSJ 구독자가 증가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언론은 대형 재난에 대해 어떠한 보도준칙을 가지고 있을까. 뉴욕타임스는 지난 3월 맨해튼에서 발생한 빌딩 폭발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1시간45분이 지난 후 1보를 내보냈다. 그들의 신중한 보도태도는 세월호 참사 보도를 비판하는 국내 누리꾼들 사이에서 회자되기도 했다. 게일 지국장은 “우리에게 매뉴얼이나 가이드북은 없다”며 “그러나 기자들에겐 직관적 논리가 있다”고 했다.
한·미 언론의 ‘관점의 차이’도 토론 주제에 올랐다. 게일 지국장은 “WSJ 편집자들은 ‘시신 2구 추가 발견’ 등의 속보에는 관심이 없다”며 “한국 언론은 사망자와 실종자 수에 집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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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을 구하다 숨진 승무원 박지영씨의 소식을 전한 지난달 23일 CNN 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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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은 주로 ‘휴먼 스토리’를 선호한다. CNN 등이 어린 학생들을 구하다 목숨을 잃은 승무원 박지영씨를 영웅으로 부각시킨 것이 대표적 사례다. WSJ은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세월호 침몰 소식이 전해진 후 진도에 취재진을 파견해 한 실종자 가족과 24시간 먹고 자며 ‘내러티브 스토리’를 엮어냈다.
뉴스가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게일 지국장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는 항상 새로운 관점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언론이 잘못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며 “우리 또한 ‘기삿거리’를 원하고 있고 공격적으로 취재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강조한 것은 취재원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었다. 그는 “동료 기자가 나에게 진도체육관에 있는 한 실종자 가족의 이야기를 전했을 때 나는 그날 바로 기사를 쓸 수 있느냐고 물었다”며 “그러나 그는 거절했다. 이 가족들을 충분히 알 수 있을 때까지 최소한 하루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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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중앙일보 사내 스터디 모임 ‘글로벌J’는 사옥 9층 대회의실에서 앨러스테어 게일(Alastair Gale) 월스트리트저널 한국지국장(오른쪽에서 세번째)을 초청해 세월호 참사와 언론보도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토론이 끝난 후 참석자들은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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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게일 지국장은 지난달 22일 WSJ 한국판 블로그에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승무원들을 규탄한 것은 옳은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려 화제가 됐다. 그는 “세월호 승무원들의 행위는 살인과도 같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며 “박 대통령은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비판을 피하려 한다는 질타를 받고 있다”고 썼다.
게일 지국장은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의도가 없었다고 할지라도, 서양인의 입장에서는 (박 대통령의 발언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에 참여했던 전수진 중앙선데이 기자는 “(취재 대상을) 취재원 이전에 사람으로 대하는 기본자세를 생각해보게 됐다”며 “이런 일이 터졌을 때만 재난보도준칙이 필요하다고 외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