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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계 공동 보도준칙 필요…충분히 토론해 구체안 만들어야

세월호 참사보도 문제점과 재난보도 준칙 제정 방안 토론회

김희영 기자  2014.04.30 15: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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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세월호 참사보도 문제점과 재난보도 준칙 제정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에 앞서 참석자들이 세월호 침몰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의 묵념을 하고 있다.(강아영 기자)  
 
세월호 참사 보도를 계기로 언론에 대한 신뢰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언론계·학계 전문가들은 지난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세월호 참사보도 문제점과 재난보도 준칙 제정 방안 토론회’를 갖고 언론계의 통일된 준칙 마련 필요성에 공감했다.

발제는 이연 선문대 교수가 맡았으며 토론자로 김당 오마이뉴스 부사장, 이규연 중앙일보 논설위원, 이중우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장,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 정필모 KBS 보도위원, 최병국 연합뉴스 콘텐츠평가실장, 홍인기 한국사진기자협회장 등이 참여했다. 이날 토론회는 박종률 한국기자협회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 이연 선문대 교수  
 
이연 선문대 교수는 재난 발생 시 언론은 △시청자나 독자가 아닌 피해자 입장에서 △정부의 공식 발표라 하더라도 철저한 자체 조사를 통해 진위를 검증하고 △인권이나 초상권을 존중해서 보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증거물을 훼손해서는 안되고 △어린이들의 건전한 인격형성과 정서함양에 노력해야 하며 △미확인 보도를 지양하고 △계속적이고 추가적인 보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종률 한국기자협회장=이번 토론회 의미는 세월호 참사보도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반성하고 ‘재난보도 준칙’ 제정에 대한 필요성을 논의하기 위함이다. 이에 앞서 과연 저널리스트로서의 언행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기회를 갖고자 한다. 언론의 역할은 감시견(watchdog), 즉 권력을 비판·감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과 같은 국가적 재난 앞에서는 소통과 화합을 통해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언론의 순기능이 더욱 필요하다.

재난보도 궁극적 목적은 국민의 생명과 자산, 피해자 중심 보도 이뤄져야

이연 선문대 교수(한국재난정보미디어포럼 회장)=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은 현대사회를 ‘위험사회(Risk Society)’로 규정했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와 같이 대형재난이 일어났을 때마다 우리 언론의 재난보도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대형 오보에서부터 허위인터뷰, 자학적 내용 등이 여과 없이 보도되고 있다. 일본 언론은 도쿄원전 폭발 당시 차분한 재난보도로 세계인들의 찬사를 받았다. 재난보도의 궁극적 목적은 국민의 생명과 자산이다. 즉 재난발생 이전에는 예방대책을, 이후에는 피해 최소화에 주력하고 재난 수습 이후에는 국민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게 선도해야 한다. 또한 어디까지나 피해자 중심에서 보도를 해야 하는 것이 재난보도의 원칙이다.

정부가 주는 정보에만 의존, 정확성·신뢰 추구 못한 언론들 깊이 반성해야



   
 
  ▲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
‘정확성’과 ‘신뢰’를 추구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언론의 기본 철학이 위반됐다. 몇 년 전 언론매체들은 (세월호와 마찬가지로 구조가 변경된 것으로 밝혀진) 오하마나호의 홍보성 기사를 내보냈다. 위험하게 아이들을 실어 나르던 배에, 왜 기자들이 올라타서 ‘제주행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홍보·선전한 것인가. 그것이 취재인가. 세월호 사고 발생 이후 매체가 보여준 부실은 반복하는 게 입이 아프다. 왜 전혀 (사고 발생을) 예측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홍보하고 있었을까. 국제저널리스트센터(International Center for Journalist·ICFJ)는 (재난 발생 시) 국가가 정보통제에 나서는 게 당연하니, 각 언론사들이 이에 대비하는 교육을 6개월마다 실시할 것을 명시했다. 우리 언론은 정부가 주는 정보를 받는 것 이상으로 깊이 취재하려고 했던 모습이 있었나. 재난주관 방송사가 재난 유형별로 정기적 교육을 시행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직접 피해 없으면 분노하지 않는 분위기…사회·언론 모두 변해야




   
 
 

▲ 정필모 KBS 보도위원


 
 
정필모 KBS 보도위원=
우리 사회에 규정과 제도가 없어서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재난보도 준칙을 다시 만들지 않아도 기존의 윤리강령대로만 하면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된다. 즉, 시스템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의 의식 수준이다. 이번 사고 원인이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선박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는 게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규정을 안 지키고 편법·비리·유착 등이 만연해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위험사회’에 대해 직접적 피해가 돌아오지 않으면 분노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다. 한나 아렌트가 ‘악의 평범성’을 얘기했다. 한국 사회는 편법·비리 등 악이 일상화된 사회다. 언론이 그동안 환경감시 기능을 못했기 때문에 이에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 세월호 참사를 일회적 반성이 아니라 한국 사회와 언론을 다시 고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보도 준칙 추상성 극복, 정기적이고 실효성 있는 교육방법 고민해야




   
 
 

▲ 이규연 중앙일보 논설위원


 
 
이규연 중앙일보 논설위원=
미디어의 궁극적 가치는 결국 ‘신뢰’다. 신속해야 하고, 정확해야 하고, 냉정한 균형도 있어야 한다. 이번 재난보도는 신속성은 나쁘지 않았지만 정확성·균형·냉철 부분은 낙제점이었다. 초기에 ‘전원구조’ 등의 정보가 정부 관계자의 입에서 나왔을 때 이를 한 번 더 확인해보고, 확인이 안 되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덧붙이는 성숙함이 필요했다. 보도 준칙은 언론사별로 잘 마련돼 있다. 그럼에도 ‘공동선’을 위한 재난보도 준칙이 필요하다. 언론은 자사 이기주의가 굉장히 세고, 서로 비판하는 게 익숙하다. 따라서 공동의 보도 준칙이 있어야 한다. 이번에는 같이 손을 맞잡고 뭔가를 도출했으면 좋겠다. 특히 보도 준칙의 추상성을 극복하면 어떨까. 일본의 재난보도 매뉴얼을 보면, 배경음악도 못 쓰게 하고 부사나 형용사, 최상급을 쓰지 못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시청자들의 분노를 부채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까지 분노의 굴레에 들어가서 같이 비판하면 구조는 누가 하고 계획은 누가 세우나. 또 정기적이고 실효성 있는 교육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중앙에 대표적 저널리즘스쿨 하나 없는 나라다.




   
 
  ▲ 최병국 연합뉴스 콘텐츠평가실장  
 
최병국 연합뉴스 콘텐츠평가실장=
이번에는 과연 진전이 있을지 회의적이기도 하다. 모두 알다시피 어이없는 사건이 한두 번이 아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자연재해나 사고로도 죽지만 연간 산업 재해로 2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다. OECD 국가 중 1위다. 공직자들은 투기·병역비리·각종 탈법을 세트로 가지고 있다. 수십 년 전에도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해양수산부나 관련 단체들 문책도 있겠지만 과연 시간이 지나면 바뀔 것인가. 과연 언론은 책임에서 자유로운가. 오히려 언론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기자들이 돈벌이에 매달리는 게 현실이다. 제대로 된 기자교육도 없다. 그냥 시험치고 들어와서 현장에서 도제식으로 배우는 게 전부다. 언론진흥재단에서 리포팅이나 내러티브 기법 등 일부 기능적인 교육은 이뤄지고 있지만 (윤리 교육은) 안 되고 있다. 재난보도 준칙이 마련돼야 하지만 ‘날림’이 되지 않으려면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 학자와 일선기자, 데스크가 충분히 토론을 하고 심층인터뷰, 면접 등도 거쳐서 구체적 준칙을 마련해야 한다. 또 이 준칙을 왜 지켜야 하는지도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전문인력 필요성 절감…교육과 훈련 통한 피해자 중심 사고 체화를




   
 
 

▲ 김당 오마이뉴스 부사장


 
 
김당 오마이뉴스 부사장=
재난보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과 시스템, 그리고 인력이다. 기존의 윤리강령을 통해 충분히 커버할 수 없기 때문에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반드시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현장기자에게는 준칙이 있는 게 구속효과가 있다. 자사 이기주의나 속보 경쟁은 늘 기자들을 구속한다. 중요한 것은 교육과 훈련이다. 대부분의 기자들이 ‘피해자 중심의 보도를 해야겠다’는 관념과 인식이 없다. 이런 건 교육을 통해 체화시켜야 한다. 기자들이 갖고 있는 ‘국민의 알 권리’와 현장은 늘 충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인력 중 가장 중요한 건 전문 인력이다. 우리나라는 재난전문 기자가 하나도 없고, 저널리즘 스쿨은 언론사 취업 중심으로 돌아간다. 미국 CNN의 대표 앵커인 앤더슨 쿠퍼는 재난보도 전문이며 일본 NHK는 재난보도 전문 인력만 40여명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KBS가 재난주관 방송사인데 NHK의 사례를 충분히 알고 있을 것임에도 벤치마킹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 (세월호가) 일본에서 18년 운영되다 들여온 중고로 알고 있는데 일본의 안전매뉴얼, 준칙 등은 전혀 들여오지 않은 것과 같다.




   
 
  ▲ 이중우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장  
 
이중우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장=
성수대교 붕괴 등 여러 재난현장에서 취재를 해봤다. 현장에 가면 마치 방송사들은 재난이 하나의 쇼인 것처럼 방송을 하고, 인터넷매체는 조회 수에 몰입한 나머지 자극적 기사를 쏟아낸다. 특히 이번 사안에서 언론사들은 자사 이기주의에 빠져 타사보다 먼저 속보를 내보내겠다는 경쟁에 빠졌다. 물론 각 언론사들이 자체 보도 준칙을 가지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적용이 어렵다. 속보 경쟁이라는 의식에 짓눌려서 근접 촬영을 시도하거나 무단으로 침입해 취재를 시도하고…. 이런 면들이 큰 비난을 받는 게 아니었을까 반성을 하게 된다. 사람들은 흔히 언론사에는 엘리트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근무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에 놓이다보니, 현장에서는 인간적 예의마저 망각하고 전쟁터의 전사로서 움직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위에서는 “타사에 안 나온 내용 없느냐”는 요구를 하니까 없던 것도 만들어내는 오보의 가능성이 상존한다. 또한 이런 재난 시에는 정부가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미국은 재난사고가 발생하면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가 현장을 통제한다. 통제선 안으로는 (취재진) 출입을 금지하고, 정확한 브리핑을 하고, 영상·취재기자를 동행해 모든 상황을 보여주고 공통적으로 배분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언론은 과연 누구의 말을 받아서 보도해야 하는지 혼선이 많았다. 정확한 컨트롤타워와 각 언론사 간 긴밀한 협조가 가능하도록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 그러나 준칙이나 제도가 아무리 세심하게 마련돼도 결국 이것을 지키는 사람, 기자들의 양심적인 자세가 우선해야 한다.

인간적 예의 망각…속보·트래픽 경쟁으로 자극적 기사 쏟아내



   
 
 

▲ 홍인기 한국사진기자협회장


 
 
홍인기 한국사진기자협회장=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이후에도 재난보도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그때와 오늘의 내용이 다른 게 거의 없다. 사건현장에 달려가는 카메라·사진기자들은 좋은 현장, 기사가 되는 현장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 사고 이후에 사진기자협회와 방송카메라기자협회는 포토라인 준칙을 마련하고 있다. 이것이 제대로 실시되지 않는 이유는 속보 경쟁과 데스크의 무리한 요구 때문일 것이다. 또한 정부의 현장 통제도 미흡하다. 사건·사고 현장에는 취재·카메라·사진기자가 가장 먼저 도착한다. 소방청이나 안행부에서 먼저 사고 현장을 장악하고 보존하고 통제해야 하는데, 그 전에 기자들이 가서 취재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다보니 선정적 보도로 흐르고, 치열한 경쟁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정부 기관과 언론이 연계될 수 있어야 재난보도 준칙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전규찬=지난 정부와 현 정부의 정보통제 역사에 비춰볼 때, 토론 내용에서 나온 ‘협의체 구성’은 상식적이기도 하지만 상당히 위험한 요소도 있다. 책임 있게 장기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 박종률 한국기자협회장


 
 
최병국=
지금 언론이 큰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기자들의 트라우마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현장 기자의 경우 보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자책감도 있을 것이고, 취재하는 과정에서 상처를 많이 받았을 것이다. 그동안 “기자라면 감당해야 한다”고 말해왔지만 사실상 기자들의 심리적 위축이 심각하다. 방송사 생중계도 점차 다큐 등으로 대체하면서 일반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 소식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박종률=국가적 재난을 어떻게 보도할 것인지 기자들도 고민이 깊다. 격려가 필요하다. 또한 스스로 추슬러가면서 언행에 주의할 수 있는 반성의 계기가 돼야 한다. 토론회나 보도 준칙도 필요하지만 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언론인들이 마음을 모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토론회는 하나의 결론을 도출하는 자리가 아니다. 대안의 필요성, 언론의 공적 책임을 공유한 것만으로도 충분한 수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