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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보도로 언론 불신 확산

발표 받아쓰기·무리한 인터뷰 원인
기자 꿈 포기한다는 학생 편지까지

김창남·강아영 기자  2014.04.30 14:3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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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운선 교육부 학생건강지원센터 센터장이 지난 24일 안산 단원고 3학년 학생이 쓴 ‘대한민국의 직업병에 걸린 기자들께’라는 제목의 편지를 소개하고 있다. (강아영 기자)  
 
“제 꿈이 바뀐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여러분이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 양심과 신념을 뒤로 한 채 가만히 있어도 죽을 만큼 힘든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분들, 애타게 기다리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큰 실망과 분노를 안겨줬기 때문입니다.”

지난 24일 안산 단원고 3학년 한 학생이 쓴 한 통의 편지가 낭독되는 순간 기자들은 또다시 고개를 들지 못했다. 누구보다 훌륭한 기자가 되고 싶었던 한 학생의 꿈을 짓밟았다는 점에서 누구도 자유롭지 못해서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보도가 여론의 질타를 받으면서, 언론에 대한 불신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전남 진도 등 사고 현장에선 실종자 가족 등이 주요 언론사를 제쳐 놓고 외신이나 팩트TV, 고발뉴스 등 대안언론에 취재협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가족·실종자 가족 등이 주요 언론을 불신하는 이유는 정부의 왜곡된 발표를 언론이 여과 없이 그대로 받아쓴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실종자 구조작업을 위해 연일 최대 인력을 동원하고 있다는 정부의 발표가 나오면 이를 언론에서 그대로 받아쓰고 있는데, 사고 현장에서 구조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들의 눈앞에서 벌이지는 상황과는 전혀 딴 판이기 때문이다. 구조 작업에 참여한 인력과 투입된 인력에 대한 차이를 간과한 채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쓴 데서 비롯된 것이다.



   
 
   
 
또 유가족을 대상으로 무리한 인터뷰 요청이나 근접 촬영 역시 언론이 지탄받는 이유 중 하나다. 이번 사고의 최대 피해자가 나온 단원고 3학년생들이 지난 24일 휴업 8일 만에 등교, 편지 쓰는 수업 시간에 기자들에게 일침을 가한 편지를 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한민국의 직업병에 걸린 기자들께’라는 제목의 편지에는 “기자는 가장 먼저 속보를 입수해 국민들에게 알려주는 게 의무입니다. 그러나 업적을 쌓아 공적을 올리기 위해 앞뒤 물불 안 가리고 일에만 몰두하는 것을 보면서 부끄럽고, 경멸스럽고, 마지막으로 안타까웠다”고 꼬집었다.

문제는 언론에 대한 불신이 이번 사고와 연관된 직간접적인 피해자뿐 아니라 여타 학생들로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물불 안 가리고 피해자 가족에게 카메라나 마이크를 들이대는 현장 중심의 기사보다는 사고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과 대책을 제시하고 피해자 가족들의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보도가 우선돼야 한다는 게 언론학자들의 설명이다.
이연 선문대 교수는 “피해자 치유와 사고에 대한 원인을 밝히는데 언론이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