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지난 25일 진도 팽목항에서 아리랑TV 취재진이 현장 리포트를 촬영하고 있다.(김고은 기자) |
|
| |
냉대는 견디지만 자책감에 힘들어
연차 어린 기자들 심리적 압박감“진도에 내려온 지 1주일이 넘었어요. 초등학교 6학년 딸을 두고 와서 마음이 쓰이는데, 이렇게 딸 걱정을 하는 것도 미안하기만 해요. 앞으로 배 타면 안 되겠다 생각하다가도 이런 생각을 한다는 자체가 너무 미안해지는 겁니다.”
모두가 미안하다는 말뿐이다. 가족들 앞에서 펜과 수첩을 꺼내는 것도 미안하고, 차마 말을 걸지 못해 멀찌감치 떨어져 지켜보는 것조차 죄스럽다. 그래도 기록을 멈출 순 없다. 반성문을 쓰는 심정으로 기사를 쓴다. 언론에 대한 극도의 불신. 아무도 환영하지 않는 이곳에서 기자들은 숨죽인 채 묵묵히 제 일을 하는 수밖에 없다.
기자들은 피해자 가족들의 불신과 분노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머리채를 잡히고, 휴대폰을 뺏기고, 카메라가 박살이 나도 누구 하나 따져 묻지 않는다. 나가라면 나가고, 욕을 해도 듣기만 한다. “너무 힘들어요.” 팽목항에서 만난 종합일간지 한 기자의 고백이다. “언론이 이렇게까지 환영받지 못하는 건 처음이잖아요. 그런데 그 마음이 완전히 이해되니까, 전혀 억울하지 않아요. 죄송한 마음뿐이죠.” 지역 일간지의 한 사진기자도 “가족들이 어떤 마음인지 알기 때문에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냉대는 차라리 견딜만했다. 자녀의 시신을 확인한 부모의 오열을 글로, 사진으로 옮기는 작업은 고통스러웠다. 기적을 바라는 마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매일 늘어가는 죽음과 “절망에 압도되는” 현실 앞에서 자책감과 자괴감도 커졌다.
“이 공간에 슬픔이 가득해요. 덩달아 멍해질 때가 많아요.” 실종자 가족들이 머무는 실내체육관을 둘러보며 한 기자가 말했다. 선배는 “객관화가 덜 됐다”고 핀잔을 주지만, 기자도 사람이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더 나가다가는 내가 정말 나쁜 애가 되겠다 싶을 때가 있어요. 안 쓰면 안 썼지, 그렇게는 못 하겠다, 매 순간 고민하고 판단을 내려요. 이런 고민을 하는 건 수습 이후 처음인 것 같아요.”
개인차가 있지만, 대개 연차가 어린 기자들일수록 심리적인 압박감이 큰 편이다. 한 종합일간지 17년차 기자의 말이다. “기자로서 평생 한번 경험할까 말까 한 큰 사건인데 괜찮을 리가 없죠. 이런 일을 한 번씩 겪으면 내가 이걸 하는 게 맞는 사람인가, 이 일을 의미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이 들 거예요. 못 견디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이규연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1993년 서해 훼리호 침몰 사건 당시 막내 기자로서 “시신을 세는” 일을 맡은 뒤로 한동안 후유증에 시달렸다고 털어놨다. 참사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정신적인 보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한겨레는 노조 차원에서 사고 수습 이후 현장 취재 기자들이 심리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회사의 지원을 요구할 계획이다.
한 기자는 “일단은 같이 맞자”고 말했다. “정신과 교수가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저들에게도 샌드백이 필요하지 않겠냐고, 정부든 기자든 그냥 맞고 있으라고, 지금 맞는다고 해서 인생에 크게 지장 없지 않으니 그냥 참으라고. 그렇게 생각하니 좀 나아진 것 같아요. 아픔에 공감하지 않는 기자는 없을 거예요. 가끔 실수하고, 우리가 자성해야 하는 것도 있겠지만, 이러면서 배워간다고 생각합니다.”
진도=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 |
 |
|
| |
| |
▲ 지난 24일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이 등교를 재개했다. 참사 이후 첫 등교인 만큼 이날 단원고 교문 주변에는 국내외 취재진 80여명이 몰려들었다. (김창남 기자) |
|
| |
끝없는 추모 행렬에 취재 자제 분위기
비판 여론에 기자들 자성의 목소리
데스크 지시에 무리한 취재도 여전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노란 리본’이 전국에 흩날리고 있다.
사고 발생 13일째를 맞은 지난 28일, 세월호 침몰사고 수색작업은 기상여건 악화 탓에 답보 상태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와 반대로 추모 열기는 전국적으로 확산돼, 임시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경기 안산 올림픽기념관에는 추모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엿새 동안 임시 합동분향소를 찾은 추모객은 19만여명. 이날을 끝으로 임시 합동분향소는 문을 닫고, 안산 화랑유원지에 정부의 공식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언론 역시 초기에는 속보경쟁 탓에 오락가락했지만, 여론의 질타와 함께 기자들 사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도’를 넘은 취재는 잦아드는 분위기다.
안산의 경우 사고 현장인 전남 진도 팽목항이나 실내체육관보다 상황이 덜 급박하게 돌아간다는 점도 있지만, 그동안 언론을 향해 빗발치는 부정적인 여론을 가벼이 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의 최대 피해자가 나온 안산 단원고는 사고 발생 아흐레 만인 지난 24일 3학년생을 시작으로 정상화에 들어갔다. 사고 이후 첫 등교라는 점에서 국내외 취재진 80여명이 몰렸다. 하지만 학교 측의 취재 자제 요청과 함께 기자 사이에서도 ‘자제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오전 등굣길과 달리 오후 하굣길엔 교문에서 20m 이상 떨어진 곳에서만 촬영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한 신문사 사진기자는 “지난주 한 취재진이 6mm 캠코더를 가지고 단원고 학생들을 근접 취재하다가 캠코더를 빼앗겼다”며 “어린 학생들을 취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취재 온 기자들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자제하는 분위기는 1학년생과 수학여행에 참가하지 못한 2학년 13명이 사고 이후 첫 등교한 28일에도 이어졌다. 임시 합동분향소 분위기를 전달하는 취재 역시 체육관 2층에 마련된 곳에서만 전달하는 등 최대한 자제했다.
그렇다고 과거 취재 관행이 말끔하게 사라진 것은 아니다. 취재진이 노출되는 현장에선 자제하는 분위기지만, 개별적인 취재가 이뤄지는 장례식장 등에선 구태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일부 기자들은 안산 일대에 있는 10여개 장례식장을 찾아 세월호 참사를 당한 유가족 등을 대상으로 취재 활동을 벌이다 쫓겨나기도 했다. 이런 취재 대부분은 수습기자 등 연차가 낮은 기자들이 맡다보니, 윗선에서 내린 지시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다.
안산 일대를 취재하던 한 기자는 “데스크가 지시를 내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취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언론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어느 때보다 극에 달하면서 취재현장에서도 자제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한 일간지 기자는 “사고 현장 상황과 방송에서 나온 상황이 너무 다르다 보니 언론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며 “생존자 가족들이 외신기자들만 인터뷰를 한다는 자체를 우리 언론이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산=김창남 기자 kimcn@journalist.or.kr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