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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보도로 불신 확산…언론 신뢰도 시험대

사고 원인 규명·피해자 가족 배려 우선해야

안산=김창남.강아영 기자  2014.04.25 16: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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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산 올림픽기념관 2층에 마련된 기자실.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를 계기로 우리 언론보도의 신뢰도가 시험대에 올랐다.

잇단 오보와 부적절한 인터뷰 등에 이어 정부 측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는 ‘발표 저널리즘’ 탓에 언론 전반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전남 진도 등 사고 현장에선 실종자 가족, 유가족 등이 주요 언론사를 제쳐 놓고 외신이나 팩트TV, 고발뉴스 등 대안언론에 취재협조를 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 언론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게다가 이번 사고의 최대 피해자인 단원고 학생들마저 기자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등 언론에 대한 불신이 고조되고 있다.

유가족‧실종자 가족 등이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언론에 불만을 제기하는 이유는 정부의 왜곡된 발표를 언론이 여과 없이 그대로 받아쓴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실종자 구조를 위해 연일 최대 인력을 동원하고 있다는 정부의 발표가 나오면 이를 언론에서 그대로 받아쓰고 있는데, 사고 현장에서 구조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들의 눈앞에서 벌이지는 상황과는 전혀 딴 판이기 때문이다.

눈앞에서 빤히 보이는 정부의 ‘거짓말’을 언론이 그대로 보도하면서 언론마저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또 비통에 빠진 유가족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고 근접 촬영을 하는 것도 언론이 지탄받는 이유 중 하나다.

누구보다 보호받아야 할 생존자나 유가족들에게 아픈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꺼내고 싶지 않은 기억을 후벼 파기 때문이다. 심지어 장례식장까지 와서 취재를 하다보니 유가족 등에 의해 쫓겨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이런 무리한 취재가 ‘무례’한 사람으로 비춰져 유가족은 물론이고 학생들에게조차 지탄받는 대상이 된 것이다.

이번 사고의 최대 피해자가 나온 단원고 3학년생들이 지난 24일 휴업 8일 만에 등교, ‘편지 쓰는 수업’ 시간에 기자들에게 일침을 가한 내용을 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한민국의 직업병에 걸린 기자들께’라는 제목의 편지엔 “원래 제 장래희망은 여러분과 같은 기자였다”며 “그런데 제 꿈이 바뀐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여러분이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 양심과 신념을 뒤로 한 채 가만히 있어도 죽을 만큼 힘든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분들, 애타게 기다리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큰 실망과 분노를 안겨줬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예비 언론인 사이에서도 기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언론사 입사 준비 인터넷사이트인 ‘카페 아랑’에는 최근 “요즘 들어 언론사 입사 준비를 하는 것에 회의감이 많이 든다. 요즘 언론의 행태는 내가 그 고생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등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문제는 언론에 대한 불신이 이번 사고와 연관된 직간접적인 피해자뿐 아니라 학생들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고를 취재하는 한 기자는 “학생들 사이에서 기자들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며 “기자들도 나름대로 유가족 입장에서 사실을 기록하려고 하는데 한꺼번에 매도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처럼 언론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재난사고에 대한 언론 보도의 ‘틀’을 대대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금처럼 물불 안 가리고 피해자 가족에게 카메라나 마이크를 들이대는 현장 중심의 기사보다는 사고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과 대책을 제시하고 피해자 가족들의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보도가 우선돼야 한다는 게 언론학자들의 설명이다.

또 무의미한 속보경쟁은 물론이고, 사안에서 벗어난 시시콜콜한 것까지 보도하는 ‘양적 경쟁’에서도 탈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선문대 이연 교수는 “피해자 치유와 사고에 대한 원인을 밝히는데 언론이 앞장서야 한다”면서 “하지만 우리 언론은 현장 중심으로 기사가 나가고, 그 대부분은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는 발표 저널리즘에 사로잡혀 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