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와 새누리당 의원의 잇단 부적절한 언행을 누락하거나 축소 보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1일,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온 정몽준 의원의 아들이 실종자 가족을 두고 국민 정서가 미개하다고 주장하는 글을 SNS에 올려 파문이 일었다. 대다수 언론들이 주요 뉴스로 타전했고, 주요 포털 사이트에선 거의 하루 종일 정 의원과 정 의원 아들이 검색어 순위 1,2위를 차지했다. 사태가 커지자 급기야 정 의원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했다.
이날 저녁, KBS와 SBS는 메인뉴스에서 정 의원 아들의 SNS 글과 사과 기자회견을 보도했으나 유일하게 MBC만 보도하지 않았다. 이날 오후 ‘이브닝뉴스’에서 다룬 것이 전부였다. MBC 보도국 편집회의에서는 “스무 살짜리가 뭘 알겠냐”는 말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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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22일 박근혜 대통령이 무사안일 태도의 공무원들에 대해 퇴출시키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고 보도하면서 세월호 사고 현장에서 기념촬영을 시도해 논란 끝에 해임된 송 모 안전행장부 국장 사례를 짤막하게 언급하는데 그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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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가족이 모여 있는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의전용 의자에 앉아 라면을 먹는 모습이 사진에 찍혀 구설수에 오른 서남수 교육부 장관에 대해서도 MBC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세월호 사고 현장에서 기념촬영을 하려다 해임된 안전행정부 송 모 국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일벌백계’ 의지를 강조하는 사례로 동원됐다. MBC는 21일 ‘“복지부동 공무원 반드시 퇴출”’이란 제목의 리포트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직자들의 무소신과 무사안일에 대해서도 질타하며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눈치만 보는 공무원 반드시 퇴출”, “강력한 재난대응 컨트롤타워 필요”, “유언비어 강력 대처” 등 박 대통령의 발언과 지시 사항을 꼼꼼히 전한 뒤 리포트 말미에 “청와대는 세월호 침몰사고 상황본부에서 기념촬영을 시도해 비난을 받고 직위 해제된 안전행정부 송 모 국장의 사표가 일벌 백계차원에서 즉시 수리됐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부적절한 처신으로 물의를 빚은 여야 정치인에 대해 상반된 보도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뉴스데스크’는 22일 ‘실종자 대표 가족 아닌 정치인’이란 제목으로 세월호 사고와 관련이 없으면서도 실종자 가족 대표를 맡아 물의를 일으킨 송 모 전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 의원 예비 후보에 대해 단독 리포트를 내보냈다.
이어 세 번째 뒤에 나온 ‘경선 연기 정치인 잇단 물의’란 제목의 리포트에서 여야 정치권이 지방선거 일정 연기를 논의 중이라고 전한 다음, 새정연이 물의를 빚은 송 모 씨에 대한 제명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재차 언급했다. 그리고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은 실종자 가족사진을 밀양송전탑 시위 장면에 합성해 선동꾼으로 조작한 인터넷의 글과 동영상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삭제하고 사과했다”고 짤막하게 덧붙였다. 특히 권 의원에 대해선 문제의 글 없이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침통한 표정으로 걸어가는 모습만을 화면에 담았다.
이 같은 MBC의 보도 행태를 두고 세월호 참사에까지 정치적 잣대를 적용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번 참사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전전긍긍한다는 지적이다. MBC 보도국 한 기자는 “최근 편집회의에서 국장이 세월호 사건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세력이 있다는 얘기를 몇 번인가 했다고 들었는데,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게 정작 누구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