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불신의 밑바닥 보여준 세월호 보도, 통렬하게 반성할 때다"

[긴급 좌담]세월호 참사와 언론보도

김희영 기자  2014.04.23 14:45:38

기사프린트



   
 
  ▲ 21일 서울 중구 세종로 한국기자협회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와 언론보도’ 좌담회에서 언론계·학계 관계자들이 세월호 참사보도의 문제점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한국 언론의 신뢰가 바닥을 드러내고 침몰했다. “기자들은 다 나가라”는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의 절규가 아니더라도 한국 언론은 이번 세월호 참사 보도를 통해 부끄러운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본보는 세월호 참사보도의 문제점을 짚어보기 위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세종로 한국프레스센터 13층 한국기자협회에서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이규연 중앙일보 논설위원, 이연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정필모 KBS 보도위원, 최병국 연합뉴스 콘텐츠평가실장이 참석했다. 사회는 김성후 기자협회보 편집국장직대가 맡았다.


사회=세월호 참사 보도와 관련해 언론에 대한 비판과 지적이 많다. 왜 이런 상황에 이르렀나.

정필모 KBS 보도위원=자괴감과 부끄러움을 느낀다. 매체가 늘어나다보니 경쟁 체제가 과도하게 강화됐다. 속보 경쟁이 무의미한 시대인데, 제도권 언론이 지나치게 매달려 있다. 과잉 정보를 걸러내는 게 아니라 미확인 정보를 내보내는 등 저널리즘 윤리에 어긋나는 보도를 한다. 특히 이번 사고에서 구조된 어린아이를 찾아다니면서 인터뷰하는 것을 보고 이제는 한계 상황에 왔다고 생각했다. 언론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완전히 넘어버렸다. 규정 내지는 준칙을 마련해 단순히 선언적으로 선포할 게 아니고, 실천을 제대로 할 수 있게 규제를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 이규연 중앙일보 논설위원  
 
이규연 중앙일보 논설위원=
저널리즘의 핵심가치는 여과와 검증을 통해 신뢰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세월호 보도는 저널리즘의 밑바닥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연일 무능한 대응으로 비판받는 정부만큼이나 언론 보도도 비판받고 있다. 지상파 방송, 종편 등 가리지 않고 사과 방송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우리 언론이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본다.

최병국 연합뉴스 콘텐츠평가실장=
이번 참사는 대한민국의 후진성을 확인시켜줬다. 이러한 총체적 위기에 언론도 예외일 수 없으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참사들이 있었고 제대로 대비를 못한 것처럼, 언론도 과거를 통해 제대로 배우고 실천하지 못했다. 언론에 쏟아지는 비난을 뭉뚱그려 속죄하고 사과하면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속속들이 파악하고 원인과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번에는 제대로 해서 실천 가능한 규범을 만들어 공유해야 한다.

이연 선문대 교수=여러 언론사가 난무하면서 질적인 편차가 상당하다. 게이트키핑 능력이 떨어지고 시청률이나 부수만 강조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의 경우 재난 관련 전문기자가 10명씩 포진해있다. 한국은 전문기자가 없을 뿐더러 일정 경험이 있는 기자도 타 부서로 가는 경우가 흔하다. 언론이 더 이상 내려갈 데가 없다는 말이 많지만, 언론이 없으면 누가 정부를 감시하고 파헤치겠나. 낙후된 재난보도 문제에는 정파가 없다. 언론사가 앞장서서 스스로 정화시켜야 한다.

정부 발표 재확인 절차 있었다면 ‘전원 구조’ 대형 오보 없었을 것

사회=언론은 이번에 수많은 오보를 양산해 실종자 가족과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재난보도에 있어 속보보다 정확성이 중요한 가치 아닌가.


정필모=구조 인원이나 탑승객 수 등은 정부 당국의 프로세스에 혼선이 있었고, 언론도 공식 발표에 따라 보도하다보니 문제가 됐다. 사실 언론이 자체적으로 취재하기 어렵다는 부분에서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좀 더 신중하게, 속보에 치우치지 않고 발표 내용을 재확인 하는 절차가 있었다면 전원구조라는 오보는 안 냈을 거라고 본다. 그 이후 오보는 상당부분 자초한 측면이 있다. 불확실한 소스, 인터넷상의 소문을 사실인 것처럼 보도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팩트를 체크하는 과정이나 시스템이 미흡했다. 외국처럼 팩트 체커(fact checker)나 시니어급 전담요원을 두는 등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이규연=속보와 정확한 보도 중 어떤 것을 우선해야 할지 가리기가 어렵다. 무조건 정확성만을 강조하면 보도가 어렵고 실체적 진실을 찾는 과정에도 문제가 생긴다. 16일 오전에 전원구조라는 보도가 나왔는데, 알아보니 어디서 나온 말인지 확인이 안 되더라. 그렇다면 ‘학교에서 전원구조라는 얘기가 떠도는데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해야 하는 거다. 앞뒤 다 자르고 전원구조라고 보도하니까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확인된 보도만 할 수는 없다. 이를 어떠한 양식으로 보도하는지가 중요하다. MBN의 홍모씨 허위인터뷰 건을 보더라도 그렇다.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을 뒤집어 놓을 수 있는 내용인데 무슨 얘기를 할지 먼저 묻는 게 관행임에도 보도의 기본 양식을 어겼다. 세월호 보도는 속보와 정확성을 모두 가져가야 한다. 다만 속보에서 제대로 된 보도양식이 필요했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



   
 
  ▲ 이연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이연=
언론은 준 방재기관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영향을 미친다. 재난보도는 다른 보도와 달라 무엇보다도 정확해야 한다. 인명과 관련해서는 조금 늦더라도 오보를 내지 않아야 한다.

정필모=지난 3월 미국 뉴욕 맨하튼의 한 아파트가 폭발한 사건이 있었다. 뉴욕타임스의 경우 1보가 사건 발생 1시간45분이 지난 뒤에 나왔다. 몰라서 그런 게 아니라 사고를 정확하게 파악한 다음에 띄운 거다. CNN은 이게 테러일지도 모른다고 얘기하지 않았나.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테러인지, 혹은 단순 폭발인지 확인하기 위해 1시간45분을 소요했다. 자칫 단순 폭발을 테러인 것처럼 보도했을 때 초래될 혼란을 우려한 것이었다.

언론은 준 방재기관, 재난보도 첫째 원칙은 정확성

사회=구조된 학생에게 친구 사망소식을 전하고, 보험금 지급액을 거론하고, 희생자의 학교까지 찾아가 공책을 촬영하는 등 부적절한 보도가 계속됐다.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나.

이규연=
1993년 서해훼리호 사건 때 현장에 일주일간 있었다. 당시 선장이 생존해있다는 오보가 있었다. 한 매체에서 선장이 살아있다는 추측 보도를 했고, 다른 매체는 그럴 가능성이 상당히 낮다고 판단했지만 그 보도가 한번 퍼지자 여기저기서 난리가 났다. 현장기자는 며칠간 바보가 됐고, 낙종해서 그런 거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어떻게 이런 오보가 나올 수 있었는지 논문까지 나올 정도였다. 세월호 침몰 원인과 대처 방식이 서해훼리호 침몰과 닮았듯이 오보와 관련한 문제도 닮아있다. 이런 부적절한 보도는 뉴스룸 간부들의 책임이 크다. 신중하게 보도해야 한다는 얘기를 현장에 하달했으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현장에 나가있는 기자들이 굉장히 어려운 상태다. 피해자, 관련자 모두 말을 안 하고 언론을 피하고 있다. 일선기자들의 역량 강화도 중요하지만 뉴스룸 내부의 속보 경쟁과 선정보도 문화를 바로 잡아야 한다.

최병국=속보 경쟁 문화, 타 언론사에 뒤지지 말고 새 팩트를 발굴하라는 압박감이 영향을 미친다. 사고 이후에 ‘취재 보도할 때 조심해라. 데스크들도 (현장기자들에게) 주지시켜 달라’고 주문했지만 사실 늦었다. 초기에 이런 점을 공유하고 전달했어야 했다. 각 언론사별로 재난보도준칙이 대부분 있다. 큰 사건·사고가 터지면 그 준칙이 바로 상기될 수 있도록 시스템화 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반쯤 사문화된 상태다. 자세히 보면 수용할 수 없는 부분도 있고, 구체적이지 못한 경우도 많다. 해외 재난보도를 지켜본 특파원 얘기를 들어보면, 당국이 쳐놓은 폴리스라인 안에는 취재진이 들어가질 않는다. 밖으로 나오는 사람을 붙잡고 취재하더라도 옆에 보호자가 케어를 해준다. 기자와 격리시켜서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기자들과의 물리적 거리감을 인정해주는 분위기다. 우리는 기자들이 경찰을 밀고 들어가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 정부 당국이 그럴 권위가 있는지 고민하게 된다. 초기에는 희생자 가족을 통해 현장을 재구성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국의 발표가 잘못됐다는 것을 이 과정에서 확인하기도 한다. 막연하게 유가족이나 구조자에 대한 취재를 막을 것이 아니라, 일종의 사회적 규칙을 만드는 연구를 할 필요가 있다.

재난보도준칙 필요하지만 현장과 괴리되면 탁상공론 가능성

사회=재난보도준칙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준칙이 현장에서 지켜지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할까.



   
 
  ▲ 정필모 KBS 보도위원  
 
정필모=
재난보도준칙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한 움직임이다. 그러나 이런 대형 사고에서 언론의 잘못은 기본의 문제다. 어느 회사나 윤리강령이 있고, 이것만 지켜도 인간의 도리에 어긋나는 보도는 할 수가 없다. 한국의 주류 언론사들도 수습기자 이후에는 체계적 윤리 교육을 거의 받지 못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하면 지식이 소진만 될 뿐 저널리즘 측면에서 다시 재충전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현장에서 도제식으로 배우는 게 전부다. 특히 빅데이터나 탐사보도 등 취재기법 교육은 시키면서 정작 중요한 가치교육은 부재 상태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지금 같은 실수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준칙도 중요하지만,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체계적 교육이 있어야 한다.

이규연=언론사마다 재난보도준칙이나 윤리강령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계에서 통일된, 공통된 준칙을 만드는 것은 그 과정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또한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운영이다. 정부에도 수백개의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지만 구성원 마음속에 체화가 안 됐다는 게 문제다. 잘못된 재난보도는 기본적인 인성 문제에서 발생하는 것도 있고, 재난보도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벌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준칙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상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제대로 된 저널리즘 스쿨을 만들 필요도 있다.

최병국=
자칫하면 탁상공론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고 현장을 취재한 기자들에게 설문조사나 인터뷰를 해서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들어볼 필요가 있다. 현장에서는 한편으로 억울해하고 답답해하는 면이 있기 때문에 이를 세밀하게 살펴보고 언론의 순기능을 해치지 않게 해야 한다. 또한 준칙을 만드는 것뿐만이 아니라 왜 이를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도 개발해야 한다. 각 언론사별 자체교육, 언론재단 교육, 저널리즘 스쿨 등 주기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연=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한국기자협회 등을 중심으로 재난보도 준칙을 만들자는 의견이 있었다. “이미 발생한 피해상황을 전달하는 것보다 앞으로 전개될 다른 피해를 예방하고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보도를 우선할 것” 등을 명시했다. 하지만 부글부글 끓다가 식어버린 냄비 저널리즘처럼 관심 부족, 예산 문제, 관계 부처 관심이 떨어지면서 제정이 무산됐다. 재난보도 준칙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현장 어려움 면죄부 주어지진 않아 신뢰에 중심 두고 취재·보도해야

사회=재난대응시스템은 처음부터 가동하지 않았고 정부는 우왕좌왕했다. 세월호 참사의 본질은 무엇인가.

정필모=이번 사건에서 우리 사회의 총체적 문제가 드러났다. 경제 효용이 최고 가치가 되다보니 각종 편법과 반칙이 너무 일상화돼 있다. 세월호도 20년이 넘은 배가 아닌가. 선박 운영 연한이 20년이었는데 몇 년 전에 규제완화 측면에서 30년으로 풀었다. 그럼 점검을 철저히 했어야 했는데 선박 하나당 10분씩 ‘눈 가리고 아웅’식의 점검을 한 거다. 언론이 환경감시 기능을 제대로 했다면 조금 개선이 됐을 것이다. 결국 사회를 운영하는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하지 않겠나.

이규연=
경제 규모에 비해 사회가 큰 지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OECD 주요 지표에서도 경제는 상위권인데 사회 관련 지표는 점점 처지고 있다. 그런데도 지도자들 입에서는 경제 성장 얘기만 나온다. 21년 전 서해훼리호 침몰 때보다 나아진 게 없지 않나. 악천후를 무릅쓴 출항, 과적 문제, 게다가 승선 인원도 제대로 기록을 안 했다. 이 계기를 통해 재난 사고뿐만 아니라 사회지체 현상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 최병국 연합뉴스 콘텐츠평가실장  
 
최병국=
사회 양극화가 대한민국만큼 심각한 나라가 없다. 경제도 취약하긴 마찬가지다. 경제 사회구조에 대해 반성하고 길게 봐야한다. 대한민국이 성장하느라 못 고친 제도가 많다. 최근 규제철폐만 하더라도 이데올로기적이다. 대통령 한마디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규제철폐로 쏠린다. 선박 안전 문제는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이번에 사고가 아니었으면 이런 부분까지 규제를 완화하려 했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한국 사회의 구조를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사회=취재기자들이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자들에게 한 말씀 해달라.

이규연=저널리즘이 추구해야 할 궁극적 가치는 무엇보다 ‘신뢰’다. 신뢰가 무너지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현장의 어려움을 모두 이해한다. 그러나 현장의 어려움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여러 가치가 충돌할 때 무엇보다 신뢰를 중심에 두고 보도했으면 좋겠다.

이연=문제해결을 위한 보도를 했으면 좋겠다. 대안 제시는 보이지 않고 공분을 사는 보도만 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한 생명이라도 살릴 수 있는 희망이 중요한 것 아닌가.

정필모=취재기자와 내부 데스크는 ‘왜 우리가 여기서 이런 일을 하는가’를 생각하면서 취재·보도하면 좋겠다. 너무 관행적으로 흘러가다보면 자기가 하는 일이 대체 어느 정도의 파급력을 갖는지 생각을 못 한다. 오보를 100% 막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사람의 도리를 벗어난 보도는 용납할 수 없다. 언론은 근본적으로 공적 책임이 가장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