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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받는 언론일수록 정확성 강조

외국언론 재난보도

김고은 기자  2014.04.23 14: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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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한 언론 보도에 대해 극에 달한 국민의 불신은 과잉 취재 경쟁과 상업주의에 내몰린 우리 언론 스스로 자초한 비극이었다. 그렇다면 대형 참사와 같은 국가적 재난이 발생했을 때 해외 언론들은 어떻게 보도할까. 해외 유수의 언론들도 속보 경쟁과 이로 인한 오보 양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신뢰받는 언론일수록 속보 경쟁에 치우치기보다 정확하게 보도한다는 원칙을 견지한다.

지난달 뉴욕 맨해튼에서 아파트 붕괴 사고가 발생했을 때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앞 다퉈 속보로 타전하며 관련 뉴스를 쏟아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사고가 일어난 지 1시간45분이 지나서야 첫 속보를 전했다. 사고 현장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고 취재 인력을 20여명이나 급파했지만, 결과는 ‘지각’이었다. “정확히 확인된 사실만 쓴다”는 원칙 때문이었다.

지난해 4월 보스턴 폭발 사고 당시에도 뉴욕타임스는 속보 경쟁에 참여하지 않은 거의 유일한 언론사였다. 당시 CNN과 AP통신을 비롯한 유수 언론들마저 속보 경쟁에 뛰어들어 용의자나 피해 규모 등과 관련해 오보를 쏟아냈으나, 뉴욕타임스는 답답할 정도로 침묵을 지켰다. 낙종을 하더라도 확인되지 않은 사실은 쓸 수 없다는 이유였다.

뉴욕타임스의 이 같은 신중한 보도는 지난 2012년 코네티컷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보도 당시 저지른 실수에 대한 반성의 의미이기도 하다. 뉴욕타임스는 당시 다수 언론과 마찬가지로 범인의 이름을 잘못 지목해 보도했다가 정정하는 촌극을 빚었다. 이후 뉴욕타임스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오보 소동의 경위를 자세히 설명했고, 질 에이브럼슨 편집국장은 “속도보다 정확성이 우선”이라는 대원칙을 천명했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도 재난보도에 있어 신속성보다 정확성을 더 중시한다. 지난 2005년 런던 지하철 테러 당시에도 BBC는 다른 언론사들과 속보 경쟁을 벌이기보다 정확한 뉴스를 전달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BBC는 제작 가이드라인에서 “정확성에 대한 약속은 BBC의 명성과 시청자의 신뢰에 근본적이며 그것이 BBC의 기반”이라고 밝히고 있다.

정확성만큼 중요시 여기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이다. 가이드라인은 전쟁, 테러 및 비상사태와 관련해 “우리의 보도로 인해 어떤 개인이 불필요한 정신적 고통이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사건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는 동시에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규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