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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편집인, 조선일보에 날선 비판

채동욱 혼외자 보도 대서특필에 "살아 있는 권력 비판 나서라" 일침…조선 "칼럼 코멘트 적절하지 않아"

김고은 기자  2014.04.02 13:4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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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겨레 정석구 편집인이 조선일보에 대해 날선 비판을 해 언론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채동욱 혼외자 보도’로 한국신문상을 수상한 조선일보 3월26일자 8면 지면 캡처(위). 정석구 편집인의 한겨레 3월27일자 34면 칼럼 캡처.  
 
조선일보의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아들’ 보도가 2014년 한국신문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조선은 이번 수상을 퓰리처상에 견주며 “정부와 권력에 대한 엄정하고 용기 있는 감시·비판을 용기 있게 밀어붙인 언론의 본령을 일깨워준 보도”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겨레 정석구 편집인이 이례적으로 칼럼을 통해 비판한 것처럼 언론계에서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보도 과정이 명쾌하게 해명되지 않은데다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같은 권력기관의 범죄 행위에 대해 소극적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겨레 정석구 편집인은 지난달 27일 칼럼을 통해 “채 전 총장의 사생활 캐기에 들이는 노력의 10분의 1만이라도 최고 권력기관인 청와대와 국정원의 불법행위를 밝히는데 기울이기를.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혼외 아들’ 보도는 권력자의 탈선에 대한 용기 있는 비판이 아니라 살아 있는 권력의 외도를 충실히 수행한 ‘청부 보도’로 해석될 수도 있다”고 했다.

정 편집인 칼럼의 핵심은 조선일보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보도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날선 비판에 나설 것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해 조선일보는 지난해 4월24일 이례적으로 1면에 기명 칼럼을 실었다. 이 칼럼은 “국정원 김씨는 대선 전 4개월간 댓글 120개를 달았다. 하루 평균 한 개 꼴로 한두 줄짜리 짤막한 댓글을 올린 것”이라며 “야당이 김씨 댓글 때문에 108만표 차로 갈린 대선 결과가 바뀌었을지 모른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얼라’ 취급하는 것”이라고 했다.

6월15일자 사설에선 “민주당이 집권당이라면 몇몇 인터넷 사이트에 댓글을 올리는 방식으로 선거 결과를 바꾸겠다는 정치 공작을 했겠는가”라고 하고, 11월22일 칼럼에서 “국정원 직원들의 선거 개입은 문제가 있지만 그까짓 댓글로 이쪽 찍을 것을 저쪽 찍지는 않았다”며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축소했다.

최근 검찰 수사를 통해 조선일보의 ‘혼외 아들’ 보도가 있기 석 달 전,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모군의 신상 정보를 캐내기 위해 국가정보원은 물론 청와대 총무비서관실을 비롯해 민정수석실, 고용복지수석실, 교육문화수석실 등이 총동원된 사실이 드러났다.

청와대 4개 비서관실이 움직인 만큼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면서 지상파 방송과 대부분 신문들이 청와대의 채 전 총장 뒷조사 의혹을 주요하게 보도했다. 반면 조선은 관련 내용을 지난달 26일자 10면에(‘청와대 채동욱 혼외자 감찰 다방면 확인에도 실패로 끝난 듯’) 짧게 보도했다. 그러면서 전날 1면에 채 전 총장의 내연녀로 지목된 임씨의 계좌로 삼성 계열사 자금 2억원 이상이 유입된 사실을 단독 보도하는 등 채 전 총장의 도덕성 문제로 방향타를 돌렸다.

정석구 한겨레 편집인은 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직자의 사생활 보도 자체가 의미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에너지를 더 큰 차원의 일에 썼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조선일보가 가진 막강한 영향력을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발전을 앞당기는데 썼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한 관계자는 “유력 언론인이 본인의 이름을 걸고 쓴 칼럼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