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이 보도되기 석 달 전인 지난해 6월 청와대가 여러 비서관실을 동시에 가동해 사전 뒷조사를 했다는 정황이 나왔지만 MBC는 관련 뉴스를 누락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반면 5일간 운석 관련 뉴스를 총 9건이나 보도하는 등 ‘연성뉴스’에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27일 민실위 보고서를 통해 지난 24일 KBS와 SBS는 물론 주요 종합일간지가 비중 있게 보도한 채동욱 전 총장 뒷조사 의혹 관련 뉴스를 MBC뉴스데스크에서 보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SBS는 8시뉴스 11번째에 ‘檢 “혼외자 뒷조사, 청와대 개입 정황”’, KBS는 뉴스9 13번째에 ‘“채 군 정보 조회”…“비리 첩보 확인 위한 것”’에 주요하게 보도했다. MBC는 반면 다음날인 25일 혼외자 의혹을 받고 있는 채 모군 계좌에 삼성 돈으로 추정되는 2억원이 입금됐다는 내용만 보도했다.
민실위는 “채 전 총장 관련 사건은 등장인물은 물론 청와대, 특정 정파, 특정 언론사, 검찰 등 당사자들의 입장과 주장이 크게 엇갈리는 사건”이라며 “기초적 팩트(fact) 확인에 철저해야 하며 당사자 반론 등 기사요건에도 예민하게 신경써야한다”고 밝혔다. 이어 “팩트 확인이나 규명이 잘 안 되면 최소한의 기계적 균형에라도 충실해야 한다”며 “채 전 총장과 관련한 사건은 ‘혼외자 의혹 논란’과 ‘청와대 불법ㆍ편법 개인정보 수집 활동 논란, 거짓 해명 논란’ 의 두 축을 구분해 취재하고 제작하는 분별이 요구된다. 그것이 시청자에게 친절한 기사”라고 밝혔다.
MBC 심의국에서도 이 같은 내용은 지적됐다. 심의국은 “SBS는 검찰이 청와대에서 비리 첩보를 받아 수사한 것이란 점에 의문을 가지며 청와대의 의심스러운 채동욱 전 총장 사전 조사 부분을 짚었다”며 “청와대 사전 조사 의혹은 KBS와 SBS가 공통 보도한 바 있지만 MBC는 전날도 당일도 관련 내용을 다루지 않아 정리된 한 축이 부족했다”고 25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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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월19일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쳐. (사진=MBC) | ||
반면 MBC는 지난 15~19일 5일간 운석과 관련된 뉴스를 총9건 보도했다. 16일에는 '콩밭에서 찾은 운석?' '지구돌진 행성에 현상금' 등 4건을, 19일에는 '운석 열풍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등 3건의 기사를 일제히 쏟아냈다. 같은 기간 SBS는 2건의 리포트를, KBS는 한 건도 보도하지 않았다. 민실위는 운석뉴스가 많은 양을 차지하면서 주요 스트레이트 기사가 누락ㆍ축소됐다고 꼬집었다. 18일 ‘국정원 비밀요원 구속영장 실질심사’와 19일 ‘국정원 김 과장 구속’ 등이 대표적이다.
민실위원들은 “이런 종류의 ‘호기심 아이템’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스트레이트 비중이 더더욱 약해질 것”이라며 “취재 경쟁력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위협받는 공영방송 뉴스 신뢰도에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뉴스데스크 편집부장은 “한국의 운석 소동과 열풍은 사상 초유의 사건이고, 외국인까지 몰려들 정도로 새로운 사회현상이었다”며 “시청자의 호기심과 관심도 높았던 만큼 뉴스 가치가 있었고, 따라서 꼭지 수에도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성 뉴스’ 의존도가 높아지면 오보 등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3일 뉴스데스크에서 보도한 반딧불 오징어 리포트가 그렇다. 울릉도에서 꼴뚜기인 줄 알고 라면에 넣어 먹었던 반딧불 오징어가 일본 천연기념물이라고 보도했지만, 일본 문화청과 농림수산기술정보협회에 따르면 사실 천연기념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오징어가 서식하는 해역이 국가 천연기념물(보호구역)인 것으로 확인됐다.
민실위는 “기사의 핵심 의도는 ‘코믹’이었지만 가장 중요한 ‘팩트’가 틀렸다”며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한 선정적인 ‘연성 아이템’의 경우 코믹하고 드라마틱하게 리포트를 구성하려다보니 기사의 전제가 되는 팩트 확인을 소홀히 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말로는 시청자를 위한다고 하지만 정제된 정보와 차별화된 팩트, 스트레이트가 없는 뉴스는 결국 공급자 위주의 ‘닫힌 뉴스’가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