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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7일 한겨레신문 오피니언면에 게재된 정석구 편집인의 칼럼. | ||
조선일보는 지난해 9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을 보도한 이후 내연녀 임모씨와 가정부 이모씨 등에 대한 후속 보도를 이어가며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다. 채 전 총장은 해당 보도로 총장직을 사퇴했다. 지나친 사생활 파헤치기라는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최근 채 전 총장을 밀어내기 위해 국가정보원과 청와대가 전방위로 개입했다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조선일보 보도에 대한 평은 극단으로 갈리고 있다.
정 편집인은 27일 칼럼에서 “조선일보의 ‘혼외 아들’ 보도가 있기 석 달 전쯤, ‘혼외 아들’로 지목된 채아무개군의 개인정보 수집에 국정원은 물론 청와대까지 총동원된 사실이 최근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지난해 6월10일과 11일 이틀에 걸쳐 국정원과 청와대 총무비선관실을 비롯한 민정수석실, 고용복지수석실, 교육문화수석실 등에서 채군의 개인정보 확보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당시 채 총장은)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18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정황을 잡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6월14일 기소했다”며 “원 전 원장의 유죄가 확정되면 지난 대선은 국가기관이 개입한 부정선거였음이 확인되고, 박 대통령의 정통성은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정권 차원에서 볼 때 채 총장은 그대로 둘 수 없는 눈엣가시였던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26일 8면을 통해 “정부와 권력에 대한 엄정하고 용기 있는 감시·비판을 용기 있게 밀어붙인 언론의 본령(本領)을 일깨워 준 보도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자평했다. 이어 미국의 퓰리처상을 소개하며 자사의 보도가 이에 견줄만한 보도였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 편집인은 조선일보가 채 전 총장의 사생활을 ‘용기 있게’ 보도하는 것과 달리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는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점을 비판했다.
정 편집인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해 4월24일, 조선일보는 이례적으로 기명 칼럼을 1면에 배치하며 노골적으로 국정원을 감쌌다”며 “그 이후 대선 관련 국정원의 트위트글이 100만개가 넘어서는 등 눈덩이처럼 불어났지만 이에 대한 조선일보의 보도 자세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채 전 총장의 혼외 아들이야 한 권력자의 개인적인 탈선이지만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인 국정원의 대선 개입은 차원이 다른 사안이다. 한마디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국헌 문란 범죄행위다. 그런데도 권력자의 탈선된 사생활을 과감하게 보도했던 조선일보의 그 용기는 어디로 갔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이어 그는 “ ‘용기 있는’ 조선일보에 권한다”며 “채 전 총장의 사생활 캐기에 들이는 용기와 노력의 10분의 1만이라도 최고 권력기관인 청와대와 국정원의 불법행위를 밝히는 데 사용하기를.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혼외 아들’ 보도는 권력자의 탈선에 대한 용기 있는 비판이 아니라 살아 있는 권력의 의도를 충실히 수행한 ‘청부 보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영향력 1위 신문이라고 자부하는 조선일보가 국가 권력이 잘못된 길을 가지 않도록, 그리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바로 설 수 있도록 진정한 용기를 발휘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