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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깜깜이 행정'이 관행인가

[컴퓨터를 켜며] 김고은 기자

김고은 기자  2014.03.26 12:5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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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던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재승인이 결국 이뤄졌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라는 촌평대로 반전은 없었다. 재승인 심사 결과에 대한 치밀한 심의나 토의도 없었다. 야당 추천 위원들은 “국민적 상식에 반하는 결과”라고 반발하며 퇴장했고,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은 별다른 문제제기 없이 사무국에서 제출한 재승인 주문사항을 그대로 의결했다. 방통위 사무국의 ‘깜깜이 행정’에 5명의 상임위원들은 거수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방송사업자 승인에 관한 심의·의결은 방통위 고유의 업무다. 하지만 정작 의결 당사자인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사무국의 ‘정보 통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방통위원들은 지난 17일 종편 재승인에 관한 회의를 30분 앞두고 심사 결과를 통보받았다. 심사 의견서는 10분 전에야 전달받았다. 당시 김충식 부위원장은 “사무국의 일 처리는 방통위 위원회 체제를 거수기로 생각하는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강하게 질타했다.

충실한 심의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의결을 보류하고 이틀 뒤 회의를 속개했지만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양문석 위원은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기본적인 심사 자료도 주지 않고 뭘 심의하라는 거냐”며 불만을 터트렸다. 방통위는 상임위원들에게 9개의 재승인 심사 항목 점수표만 제공했을 뿐, 세부 심사 항목별 점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채점표가 공개되면 심사위원들이 곤란을 겪을 수 있다”는 이유였다. 종편이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제출한 사업계획서는 상임위원들조차 보안서약서를 쓴 뒤에야 열람이 가능했다.

‘관행’ 운운하는 사무국의 해명과 이를 감싸는 여당 위원의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기자들 사이에선 한숨이 터져 나왔다. 회의가 끝난 뒤 열린 브리핑에서도 질타에 가까운 질문이 쏟아졌다. 어느 하나 속 시원한 대답이 없었다. 5월 발간 예정인 재승인 백서에도 공개될 채점표를 위원들에게 주지 않은 이유에 대해 방통위는 그저 “심사 논란이 제기되면 일이 처리되지 않는다”는 지극히 ‘공무원스러운’ 답변만을 내놓았다.

‘깜깜이 심사’에서 ‘묻지마 의결’로 귀결된 재승인 과정은 관료조직의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의 단면을 보여준다. 절차상의 문제는 ‘관행’이란 핑계로 쉽게 뭉개고, 잘못이 발견되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며 버티기로 시간을 끈다. 지난해 시민단체의 정보공개청구로 종편 승인 심사상의 오류가 대거 드러났지만, 방통위는 어느 하나 시정하지 않았다. 종편 출범 당시 방통위가 내세웠던 찬란한 장밋빛 전망들이 초라한 현실로 바뀌었어도 누구하나 책임지거나 반성하지 않는다. “범죄적 행정”이란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집단 정치권력과 긴밀하게 유착된 관료조직의 폐해가 중요한 개혁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의사결정은 5명이 상임위원들이 하지만, 책임은 방통위 전체가 져야 한다. ‘밀실 행정’이 관행이 될 수 없는 이유다.